지난 9월 12일 부산 사직야구장 최동원 동상 앞에서 열린 고 최동원(1958~2011)을 기리는 10주기 추모행사에서 모친 김정자 여사가 헌화하고 있다. 최동원은 1984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홀로 4승을 거둬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최동원은 대장암 투병 중 2011년 9월 14일 세상을 떠났다.

‘가을야구’의 절정인 한국시리즈의 계절이 다가오니 새삼 ‘불멸의 에이스’ 최동원(1958~2011)이 생각난다. 마침 올해는 그의 10주기(週忌)이고 이를 기념해 그의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 ‘1984 최동원’이 오는 11일 개봉돼 상영된다.

롯데 에이스였던 최동원은 1984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혼자 4승(총 5경기 등판· 1,3,5,7차전 모두 완투승)을 거둬 시리즈 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다큐멘터리는 그가 우승을 이끌었던 1984년 한국시리즈 전개 과정을 다루고 있다.

그의 생애는 각종 야구 서적과 칼럼, 방송 보도, 온·오프 라인의 기획 기사를 통해 웬만큼 알려졌지만 어린 시절 이야기는 비밀에 쌓여있다시피 했다. 마침 최동원 모교인 경남중고의 재경 동창회에서 최근 동창회보를 통해 그가 야구를 시작한 비화를 소개했다. 최동원의 모친인 김정자 여사와의 인터뷰 기사를 일부 옮긴다.

1. 최동원은 부산 사하국민학교 시절 살이 좀 쪄서 친구들로부터 ‘돼지’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그러자 할아버지, 아버지 등 집안 어른들이 모여 회의를 했다. 그 결과 최동원이 원하는 운동을 시키기로 결론을 모았는데 야구, 축구 종목 선택은 최동원의 결정에 따랐다.

1. 구덕국민학교 시절 박기일 감독이 어느날 어머니를 찾아왔다. “어머님, 제가 동원이 때문에 죽겠습니다. 억지로 시키지도 않아 학교 운동장을 대충 돌아도 되는데 계속 돌다가 기절을 몇 번 해서 걱정이 많습니다.”

최동원의 집은 200평이 넘어 넓은 마당이 있었다. 그는 경남고 시절 학교에서 100~150개를 던지고도 집에 와서 부친의 개인교습을 받으며 다시 100~150개를 투구해 엄청난 연습벌레로 소문이 났다.

1. 최동원을 야구 선수로 성공시키기 위해 초등학교 교장선생이던 할아버지는 자갈치 시장에 가서 천막을 사왔고 할머니는 동원이가 던진 공에 천막이 찢어지면 대바늘로 다시 꿰맸다.

아버지는 동그라미 표시(스트라이크 존)를 했다. 어머니와 남동생 두명은 떨어진 공을 다시 주워서 경사가 진 파이프(원통형 PVC를 가로로 길게 잘라 물받이처럼 만듦)에 올려 그 공이 동원이에게 가도록 했다. 최동원의 성공에는 온 식구의 열성이 뒷받침됐다.

1. 한국전쟁 때 부상을 당해 한쪽 다리가 불편한 부친은 일본의 선진야구를 아들에게 전수시키기 위해 당시 고가이던 일본산 TV를 구하고 전파상에서 사온 안테나를 직접 설치하며 비디오로 녹화도 했다. 일본 야구 습득을 위해 일본어를 열심히 배워, 일본 TV에 나오는 야구 중계 내용을 해석하고 번역하는 작업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최동원의 트레이드 마크인 낙차큰 커브는 아버지가 직접 가르쳤다. 일본 TV로 프로야구 중계를 보며 투수들이 공의 실밥을 잡는 법을 눈여겨 봤다가 아들이 철저히 익히도록 한 것.야구 투수로 키(178cm)가 별로 크지 않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발을 높이 올리는 키킹도 부친이 개발했다.

현재 프로야구팀의 웬만한 투수 코치나 전력분석가보다 더 뛰어난 지식과 자료를 갖췄다는 평을 들었다.

1. 부친이 아들을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다보니 오해를 산 일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경기 중 부친이 관중석에 앉아 최동원에게 투구마다 사인을 보냈다는 것.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최동원이 경기 중 흔들리거나 지친 기색을 보이면 부친은 다친 다리를 두드리며 투지를 일깨웠다. 그런데 이를 본 일부 야구 지도자나 해설자들이 부친이 커브 혹은 직구 사인을 냈다는 가짜 뉴스를 퍼뜨려 한때 ‘월권’을 두고 악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한국 야구계 ‘불세출의 영웅’은 그저 만들어진 게 아니었다. 본인의 피나는 노력은 물론 온 가족의 정성어린 뒷받침이 따랐다.

현재 아들을 야구 선수로 키우는 초중고 학부형들과 그 선수의 지도자들이 귀담아 들어야 하지 않을까. 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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