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감독 후보로 꼽히는 이승엽(가운데)이 26일 경기도 안산 대부도 아일랜드CC에서 열린 '엘크루-TV조선 프로 셀러브리티' 파이널라운드에서 성유진(왼쪽), 김지현과 1번홀 티샷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모든 스포츠 선수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는 것이다. 야구 선수도 마찬가지다. 국가대표(국대) 선수가 되고 나서는? 당연히 국대 감독이 되는 것이 꿈이다.

요즘 야구계는 내년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2022. 9.10~25) 대표 감독을 누가 맡을 것인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대표감독 후보 중의 한명은 이승엽 KBO(한국야구위원회) 홍보대사겸 야구 해설위원이다.

이 위원은 최근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린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이와 관련해 드릴 말씀이 없다. 저보다 훌륭한 선배님들이 많이 계신다”라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제가 야구 발전에 도움이 될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대 감독을 맡을 생각이 전혀 없다”라는 의사를 밝히진 않았으니 KBO에서 정식 제의가 오면 수락을 검토할 뜻이 있음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이 위원은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뛴 바 있어 일본 매스컴에서도 그의 국대 감독 선임 여부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고 있다.

한국과 일본 언론에서 공히 이 위원을 적합한 국대 감독으로 꼽는 이유는 한-일 프로야구에서의 활약이 눈부셨기 때문이다.

지도자 경험은 없지만 한국에서 467홈런, 1498타점을 기록했고 요미우리 자이언츠 시절인 2016년에는 4번타자로 41홈런을 터뜨렸다. 따라서 감독으로서 전혀 손색이 없다고 추켜세운다.

그런데 가만히 따져보자 스타플레이어로서의 뛰어난 성적과 감독 능력이 무슨 연관이 있을까? 은퇴후 코치 한번 안했다는 건 감독 선임에 큰 걸림돌이다.

스포츠계에서는 “스타 플레이어는 명(名)감독이 되기 어렵다”는 속설이 있다. 후보 선수 포함, 기량이 떨어진 선수들의 애환을 모르니 전체 선수를 통솔하는데 장애가 있는 탓이다.

무엇보다 열정을 바쳐 선수들을 가르쳐야 하는 코치 경험이 없다 보니 전력을 구석구석 살피고 그걸 팀워크로 엮는 능력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작고한 이들을 언급해서 안됐지만 ‘장효조(통산 타율 1위, 0.331)-최동원(통산 103승, 1984년 한국시리즈 혼자 4승)’은 전설적인 기록을 남겼으나 둘다 간절한 소원이었던 감독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두 사람 모두 짧은 코치 시절, 감독으로서의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그런데 코치 경력까지 없다면, 감독으로서 성공할 확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도쿄올림픽 야구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하자 야구대표 선수들이 덕아웃에서 침울한 표정을 짖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던 김경문 전 감독. 그는 두산, NC에서 사령탑으로 896승을 쌓으며 명장 반열에 올라 아무런 경쟁자 없이 도쿄 올림픽 감독에 선임됐다.

하지만 그는 ‘물반(半) 고기반’이었던 메달 사냥에서 치욕의 4위에 그쳐 하루 아침에 ‘역적’이 됐다.

명장이 바닥으로 떨어진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가장 큰 결점은 현장 감각이 없었던 것. 그는 2018년 6월 4일 NC 감독직에서 중도퇴진한 후 야구장을 찾지 않았고, 지난해 초 국대 감독이 된 후에는 가끔 경기장엘 갔지만 대부분 TV 중계로 주요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봤다고 한다.

선수들에 대한 정확한 경기력 분석이 어렵다보니 올림픽 본선에서 투수 기용, 타순 배치, 대타 투입 등에서 엇박자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경기 감각이 없었으니 그가 가진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승엽 위원 외 현재 거론되는 류중일(전 LG), 염경엽(전 SK), 손혁(전 키움) 감독 역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경우 김경문 감독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많다.

그러므로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대 감독은 현역이 맡아야 한다. 아시안게임 때는 리그 중단을 하지 않으므로 현역 감독을 선임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수석코치나 수석코치급의 경륜이 있는 코치가 감독직을 수행하는 게 적합해 보인다.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코치가 맡으면 된다.

현재 이승엽 위원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것 같아 반대 의견을 한번 내본다. 이 위원은 지난달 24일부터 사흘간 열린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인 ‘엘크루 TV조선 프로 셀러브리티’ 대회에 초청을 받아 여자 프로선수들과 짝을 이뤄 플레이했는데 거의 프로 수준인 샷솜씨를 뽐냈다.

개인 취미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하긴 뭣하지만, 싱글 핸디캐퍼 수준의 실력이라면 평소 연습과 라운드 회수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운드당 골프장 왕복 포함 거의 10시간 소요).

스포츠계 격언을 하나 살펴보자. “감독은 낭떠러지에서 나무 뿌리에 매달린 신세”라고 한다. 절박감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위원이 은퇴후 자유롭고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다면 눈에 불을 켜고 선수들을 훈련시키고 24시간 야구만 생각해야 하는 국대 감독의 자질 요건을 충족시키는데는 모자람이 있어 보인다.

오리는 호수에서 유유자적 움직이는 것 같지만 물밑의 갈퀴질은 엄청 활발하다. 이처럼 이위원이 겉모습과 달리 철저하게 지도자 준비를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야구 해설을 들어보면 각팀 선수들을 매섭게 지켜본다는 느낌을 갖기 힘들다.

이 위원 외 거론되는 A팀의 B코치 역시 은퇴후 코치 경력이 2년 정도여서 국대 감독으로 적절치 않아 보인다.

물론 감독만 잘 뽑는다고 전력이 강화되는게 아니다. KBO는 대표선수 선발과정에서 잡음이 많았던 기술위원회 혁신에 대해서도 큰 고민을 가질 때다. 그 핵심은 기술위원장 선임이지만.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지난 2일 광주 KIA전에서 볼-스트라이크 판정에 거세게 항의해 이영재 구심으로부터 퇴장을 당했다. 수베로 감독은 퇴장하면서 구심에게 “내가 왜 퇴장 당해야 하느냐!”고 항의한데 이어 “너가 여기서 나가라(You get out of here!"라고 볼멘 소리를 세차례나 질렀다.

심판의 권위를 땅에 떨어뜨리는 심각한 언행이었다. 그런데도 KBO는 아무일 없다는 듯이 상벌위원회를 소집하지 않았다. 퇴장 자체가 징계성이었다고 한다. 심판위원회에서 제소를 하지 않았더라도 상벌위원회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 징계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지어야 하지 않았을까. 기술위원회에 이어 상벌위원회의 쇄신이 필요한 이유다. 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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