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택 KBO총재
전시(展示)행정은 효용성을 고려하지 않고 사람(국민)들에게 드러내 보이는데 치중하는 행정을 말한다. 즉 실질적인 내용없이 전시효과만을 노리고 펼치는 관공서 행정이다.

20여년 전 서울 송파구는 새 구청장이 취임하며 ‘먼지없는 송파’를 행정 구호로 내걸었다. 먼지는 각종 질환, 즉 폐렴-기관지염-안질 등의 주범으로 이를 없애면 매우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그렇지만 무슨 재주로 곳곳에 켜켜이 쌓인 먼지를 없애나? 구청에서 할 수 있는 건 살수차(撒水車)를 자주 운용해 거리의 먼지를 씻어내는 방법밖에 없다. ‘먼지없는~’은 전시행정의 표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하자마자 일자리 창출에 국정의 핵심을 뒀다. 청와대 내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고 대통령 스스로 위원장에 취임, 일자리 늘리기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일자리는 위원회를 새로 만들고 대통령이 진두지휘한다고 증가하는 게 아니다. 소득주도 성장,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이 일자리를 없앤다는 걸 깨닫지 못하면 헛일이다.

또한 기업 활동을 옥죄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지 않고 대주주의 경영을 위축하는 중대재해법 통과를 막지 못하면 일자리는 결코 늘어날 수가 없다.

‘반관반민(半官半民)’의 형태로 운영되는 KBO(한국야구위원회)도 마찬가지다. KBO는 최근 시속 150km의 빠른 공을 던지는 대형 투수와 거포 엘리트를 집중 육성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야구의 미래인 유소년 선수 및 KBO 퓨처스리그 유망주의 기량 향상을 위한 종합적인 육성 정책으로 ▲엘리트 초청 스킬트레이닝 아카데미 신설 ▲과학화된 커리큘럼 구축및 지속적인 접목 ▲전문적인 종합 훈련 매뉴얼 제작 배포 ▲아마추어 지도자의 프로팀 훈련 캠프 초청 연수 ▲퓨처스 리그 유망주 교육리그 개최가 주내용이다.

이를 통해 한국야구 발전의 밑거름이 될 핵심 엘리트 유망주들이 각 전문가들의 지도 속에 집중적인 훈련을 받고, 과학적인 분석이 더해져 대형 투수와 타자를 KBO 리그에 배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참으로 획기적인 프로그램이다. 이것만 실현되면 KBO 리그는 몇 년 안가 메이저리그 못지않는 눈부신 강속구와 호쾌한 장타로 팬들을 감동시킬수 있다. 하지만 이게 실현이 가능할까? 걸림돌은 없을까?

현재 중고 야구팀에서 ‘최동원-선동열급’의 특급 에이스와 ‘김봉연-이승엽급’의 대형 타자들을 배출시키고 있지 못하는 건 쌀쌀한 날씨의 2월에 각 학교팀들이 연합을 이뤄 간이대회를 갖는 탓이다. 우승팀에게 시상을 하는 건 아니지만, 명색이 대회이고 팀간 경기이므로 선수들은 열심히 던지고, 달리고, 칠 수밖에 없다.

남쪽 지방이라도 낮 최고 10도 안팎의 쌀쌀한 기온 속에 경기를 치르면 관절이나 근육 손상이 올 수밖에 없다. 잦은 부상에 시달리면 대형 투수나 타자가 나올 수가 없다.

또 봄~가을 정규 중고 대회 때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으로 타자가 타석에서 1구, 1구 감독의 사인을 받는다. 투수는 상대 중심타자가 나오면 4구로 걸리기 일쑤다. 이런 낙후된 시스템하에서는 초고교급 투수나 타자가 배출될 수가 없다.

KBO는 거창한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좋은 투수와 타자가 나오지 않는 원인을 살펴야 한다. 물론 KBO가 중고교팀의 어려운 상황을 알더라도 개선을 할 수 없다. 중고교팀을 관장하는 대한야구베이스볼협회(KBSA)가 KBO와 동떨어진 독립단체인 탓이다.

KBO의 프로그램을 효율적으로 이행하려면 KBSA와 긴밀한 협조를 해야 하는데, KBO의 계획에는 KBSA와의 협조 방안이 없다.

답은 단 하나이다. 축구처럼 프로와 아마추어가 통합돼야 한다. 아마추어를 관장하는 대한축구협회처럼 KBO와 KBSA가 합쳐지지 않으면 어떤 멋진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실속은 없이 겉만 번지르르한 전시행정에 그칠 수밖에 없다.

KBO 정지택 총재가 남은 2년 2개월여의 임기동안 프로-아마추어 기구 통합에 전적으로 매달려야 하는 이유다.

*차명석 LG 단장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차 단장은 지난 3일 LG 구단 공식 유튜브 계정을 통해 ‘월간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며 팬들과 소통했다. 구단 공식 소셜네트워크 계정을 통해 미리 받은 질문에 답변하는 시간에 ‘올림픽 휴식기 이전에 KBO리그 중단 사태 결정’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차 단장은 이에 대해 “안그래도 할 말이 많다. 리그 중단을 논의한 실행위원회 회의와 관련해 가짜뉴스가 많다. 가짜뉴스에 편승해서 팬들이 확증편향식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회의에서 나왔던 내용은 비밀유지를 해야 한다. 내가 단장 옷을 벗으면 이 얘기를 꼭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그 중단에 반대한 팀은 한팀뿐이었다”고 밝혔다.

KBO에서 반대한 팀수를 밝히지 않아 그간 여러 팀이 있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는데 차단장이 명쾌하게(?) ‘한팀뿐’임을 확인했다. ‘한팀뿐’이라는 건 공개돼서는 안되는 비밀이지 않은가? 비밀을 말하면서 ‘단장 사퇴후...’운운한 것은 실행위원회 멤버로서의 자격 상실 요건이다.

단장은 야구단 운영의 핵심이지만 조직상으로는 구단주와 대표이사 아래의 중급자 정도(계열사 임원)밖에 안된다.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이 팬과의 질의응답에서 어처구니없는 실언을 해 구단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차단장은 시즌중 팬과 잦은 소통을 하다보니 불필요한 말까지 나오게 되는 것 같다. 사퇴하기전까지는 자제를 해야 하지 않을까. 그전에 그룹 감사팀에서 주의 경고가 오겠지만.

수베로 한화 감독이 덕아웃에서 선수들 틈에서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KBO는 지난달 26일 잠실 한화-두산전에서 상대팀 감독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한 두산 강석천 수석코치와 관련해 30일 두산 구단에 주의 조치 했다. 주의 조치? 하나마나한 조치 아닌가? 그것도 당사자인 강코치 개인에게가 아니라 구단에 조치를 한 것은 이해가 안된다.

강 코치는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두산 투수 최원준의 세트 포지션 때 소리 지른걸 두고 “베네수엘라에서는 흔히 그런다”고 해명하자 “(그러면 야구를) 베네수엘라에 가서 하라!”고 맞받아쳤다.

소속 팀은 달라도 코치가 감독에게 대든 것은 수직 조직인 스포츠계에서는 해서는 안되는 ‘하극상’이다. 그것도 인종 차별 논란까지 일었다면 주의 조치에 그칠 일이 아니다.

상벌위원회가 열릴 때마다 두산 구단주대행 출신인 정지택 총재가 두산 구단을 편든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재임중에는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같이 부드럽게, 자신을 대할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해야 한다는 뜻)의 고사성어를 꼭 새기셔야겠다(총재는 상벌위의 최종 결재자이므로).

*하여간 수베로 감독은 트러블 메이커다. KBO리그를 우습게 봐서였을까. 수베로 감독은 지난 2일 광주에서 열린 KIA전 1회, 심판에게 ‘퇴장 명령’을 내리는 초유의 사태를 발생시켰다.

수베로 감독은 1회초 2사 1루서 한화 4번 노시환이 풀카운트 접전 끝에 KIA 멩덴의 슬라이더에 루킹 삼진을 당하자 통역을 통해 이영재구심에게 항의하고 1루 덕아웃쪽으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덕아웃 옆에서 계속 큰 소리로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이영재 구심이 조용히 하라는 동작을 보이며 진정시키려 했으나 수베로 감독은 멈추지 않았다.

그러자 이영재 구심이 1루 덕아웃 쪽으로 가 퇴장을 명령했다. 여기서 목소리가 더 커졌고 결국 수베로 감독은 “내가 왜 퇴장 당해야 하느냐”고 하더니 이영재 구심에게 ‘너가 여기서 나가라!(You get out of here!)’를 세 차례나 소리 질렀다고 한다.

야구계 질서를 흩뜨린 수베로 감독에게 KBO는 조만간 상벌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할것이다.하지만, 있어서는 안될 ‘코치의 하극상’에 대해 하나마나한 주의 조치를 내렸는데 중징계를 할수 있을까. KBO의 신뢰와 권위는 자꾸 흔들릴 수밖에 없다.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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