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SG 샌더스 창단식에서 정용진 부회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지난 1월 26일 신세계 그룹이 SK 와이번스를 인수했을 때만 해도 정용진 부회장의 입은 함지박만하게 벌어졌다. 인수 대금은 겨우(?) 1353억원이었다.

SK 텔레콤이 소유한 구단 주식 100만주가 1000억원이고 나머지는 강화도에 있는 2군 야구장, 숙소 등 부동산 가격이었다. 순수 야구단 가격은 1000억원이었던 셈. 와이번스 코칭 스태프를 비롯한 선수단과 프런트도 모두 고용 승계했으니 그 인적 자산까지 따지면 1000억원은 비교적 싼값이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신세계는 6년 전부터 와이번스와 인연을 맺어왔다. 인천 행복드림구장 외야에 2015년부터 이마트 바비큐존을 설치했고, 2019년엔 스카이박스를 이마트 브랜드룸으로 운영했다. 정부회장이 꽤 오래 야구를 통한 마케팅에 관심을 가져온 셈이다. 와이번스 인수는 스타필드같은 대형 복합쇼핑몰 사업에 투자했던 최근 신세계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단순 홍보가 아닌 고객 체험을 유도해 대량 소비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계산이었다. 당시 신세계 관계자는 “온-오프 고객의 통합을 목표로 하는 기업의 비전과 야구 산업이 잘 맞는다. 합리적인 가격과 좋은 기회가 생겨 인수를 하게 된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시즌을 앞두고는 새 구단 명칭을 SSG 랜더스(Landers, 상륙자들)로 정했다. 한국전쟁을 승리로 이끈 ‘인천상륙작전’을 연상시켜 팬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SSG는 메이저리그 스타급인 추신수(39·전 텍사스 레인저스)와 총 27억원에 계약하는 등 팀 이미지 제고와 전력향상에 힘을 쏟았다. SSG는 개막 2연승을 거두는 등 초반 상승세로 4월 24일 단독선두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추신수가 기대만큼 활약을 못했고 기둥 투수인 문승원(32), 박종훈(30)의 부상 이탈로 마운드가 무너져 115경기를 치른 22일 현재 7위로 처져 있다.

시즌 초반 팀이 선두권을 달리는 강세를 보이자 정 부회장은 수훈 선수들에게 직접 선물을 보내기도 하고 팬들과 SNS로 활발히 소통하기도 했다. 한때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70만명에 가까울 정도로 인플루언서 강자로 부상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지 못해 예상했던 마케팅 전략에 차질을 빚고 팀이 5위권에서 밀려나자 정부회장의 관심도 시들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와이번스의 매각은 어떻게 해서 이뤄졌을까. 매각 절차가 워낙 극비로 진행됐기 때문에 그룹 오너인 최태원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이 과정을 밝히지 않는한 결코 진실을 알 수가 없다. 그렇다면 소설(?)을 쓰는 수밖에 없다.

시계 바늘을 지난해 연말로 돌려보자. 투톱의 만남은 정부회장의 요청으로 이뤄졌을 것이다.

▲ 정 부회장; “형, 형네는 한국시리즈 우승도 여러번 해봤고 야구판에서 할 만큼 했잖아. 이젠 코로나 사태로 야구가 시들해졌는데 야구단 그거, 나에게 넘기면 안돼?”

▲최 회장; “응? 난 야구단 팔 생각 전혀 없는데? 일단 검토는 한번 해볼게”

최 회장의 은밀한 지시로 극소수의 TF(태스크 포스)는 시장 조사와 함께 야구단 미래 분석에 들어갔다. 답은 ‘매각’으로 나왔다. 보고를 받은 최회장은 다시 정부회장과의 독대를 거쳤고 매각은 급물살을 탔다.

지금 아마 최회장은 야구단 매각 관련 이야기만 나오면 미소가 절로 지어질 것이다. TF에 두둑한 포상을 한건 말할 필요도 없다. 반대로 정부회장은 쓴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비밀리에 붙여진 야구단 매각 절차를 그럴듯하게 꾸며본 건,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논란중인 ‘언론중재법’이 통과되면 이런 ‘확실한 증거없는’ 기사는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기사의 경우, SK나 신세계 그룹에서 오너의 언행을 마구잡이로 작성했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을 요구하면 스포츠한국이 재정적으로 큰 손실을 보기 때문에 편집자가 불충분한 내용에 대해 삭제를 할 게 뻔하다.

만약 언론중재법이 통과되면 ‘확증된 사실’이 없는 야구계의 잘못된 관행이나 KBO(한국야구위원회)와 구단의 그릇된 행정에 대해 가끔 비판을 가하던 이 칼럼의 내용은 바뀌어야 한다. “~의 직격야구”라는 제목도 수정될 수밖에 없다.

삼성 외국인투수 몽고메리

*삼성 외국인 투수 마이크 몽고메리에 대한 KBO의 솜방망이 징계가 여전히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몽고메리는 지난 10일 kt와의 홈경기중 12초룰 관련 지적을 받은 뒤 이닝 교대 때 심판을 향해 폭언을 하고 로진백을 집어던졌다. 이후에도 분이 덜 풀린 몽고메리는 유니폼을 벗어 던지기까지 하는 무례한 행동으로 이를 지켜본 팬들을 경악케 했다. 이는 심판의 권위를 땅에 떨어뜨리는 최악의 매너로 최고 중징계(30경기 출장 정지)가 불가피했다.

하지만 KBO는 20경기 출장 정지, 삼성 구단은 300만원의 추가 벌금 부과에 처했다. 몽고메리는 5일마다 등판하는 선발투수여서 말이 20경기이지, 실제로는 4~5경기 출장정지 처분과 같았다.

심판에게 극심한 수모를 안긴 선수의 중징계에 앞장서야할 KBO가 일벌백계를 하지 않은데 대해 팬들의 성토가 잇따랐다. 심지어 미국 언론들도 몽고메리를 시즌 아웃 시키지 않은 데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6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삼성의 사정을 봐준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있다.

*KBO는 지난 7월초 원정 숙소를 무단 이탈하고 방역 수칙을 위반한 키움 투수 한현희, 안우진에게 각각 36경기 출장정지, 제재금 500만원을 결정했다. 한현희는 구단으로부터 15경기 출장 정지의 추가 징계를 받았다.

당시 선수들에게 큰 실망감을 느낀 키움 홍원기 감독은 “올시즌내 이들 두명의 출전은 없을 것”이라고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징계 해제가 다가오자 홍감독은 지난 16일 슬그머니 말을 바꿔 “징계가 끝나면 두 선수를 바로 팀에 합류시키겠다”고 밝혀 팬들의 분노를 샀다. 아무리 키움이 5강 싸움에 팀의 명운을 걸고 있지만 물의를 일으킨 선수들을 복귀시키는데 대한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키움은 홍 감독의 리더십이 흔들린 탓인지 지난 13일부터 22일까지 6연패(3무)의 부진에 빠졌다(안우진, 징계 해제 다음날인 23일 고척 NC전 선발 등판예정).

몽고메리와 홍 감독의 사례에서 보듯, 프로야구에 만연한 성적 지상주의가 ‘야구 상품성’을 크게 떨어뜨렸고 급실망한 팬심은 또한번 떠날수 밖에 없어 보인다.

*이번 몽고메리의 솜방망이 징계에서 상벌위원회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일부 야구인들은 삼성 감독 출신인 김용희 위원이 몽고메리의 중징계에 반대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김 위원이 2위 싸움에 다급한 ‘옛팀’ 삼성 구단의 선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앞으로 상벌위원이 속했던 구단의 징계에 관해서는 해당 상벌위원이 배제되는 내규를 신설해야 할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심판위원회 내규에는 친자녀가 투수로 등판하는 경기에는 아들의 아버지인 심판이 구심(주심)을 맡지 못하게 돼 있다.

또 형사소송법 17조에는 법관이 피고인 또는 피해자의 친족 또는 친족 관계가 있는 경우 등에는 기피 신청을 할수 있게 하고 있다.

KBO 상벌위원장은 법관 출신 변호사이므로 이 조항을 원용하는 게 맞지 않을까. 김용희 위원도 법대 출신이어서 충분히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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