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사옥
만나는 야구팬, 야구 관계자마다 프로야구 위기에 대한 걱정이 태산같은데, KBO(한국야구위원회)만 천하태평(?)인 것 같다.

먼저, 김경문 전 국가대표 감독 문제부터 보자. 김 전 감독은 ‘도쿄 올림픽 참사’에도 사퇴않고 10월 말까지 잔여 계약기간의 급여 7500만원(연봉 3억원)을 챙기는 ‘꼼수’를 일삼는 게 본 칼럼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리고 타 언론의 후속보도와 모 기자의 개인칼럼까지 김 전 감독의 부도덕성에 대해 질타했는데, 김 전 감독 본인은 물론 감독 선임기관인 KBO는 입도 뻥긋하지 않고 있다.

‘김 전 감독의 연봉 꼼수’를 밝혔던 2주전 본 칼럼을 퍼간 모 블러그 하나에만 13일 현재 조회수가 1,300개가 되고 댓글이 80개다. 이들 댓글은 하나같이 김 전 감독과 KBO를 비난하고 있다.

“무능한데 염치도 없네” “3억원? 너무 x먹는거 아냐?” “야구 염증을 느끼게 하네” “가만있는 크보(KBO)가 더 웃긴다”며 야구 환멸과 KBO 조롱으로 덧칠하고 있다.

KBO 간부에 따르면 정지택 총재는 KBO 관련 기사와 칼럼은 빠짐없이 챙겨보고 있다 한다. 그렇다면 알면서도 ‘김경문 사태’를 방치하고 있다는 게 아닌가. 김경문 한사람 때문에 야구를 떠나는 팬들이 수천, 아니 수만명인데 왜 정 총재는 김 전 감독을 감쌀까. 김경문 한명을 보호하고 수많은 팬을 저버리는 한심한 작태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

정지택 KBO 총재

다음으로는 늑장 일정이다. 지난해 페넌트레이스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출범 38년만에 가장 늦은 10월 31일에 끝났다. 올해는 한술 더 떠 11월로 넘어간다. 지난 7일 비로 취소된 3경기가 11월 1일로 잡히게 된 것(예정). 포스트시즌 전(全) 경기는 돔구장인 고척에서 열리므로 설사 낮 최고 기온이 영하로 내려간다 하더라도 아무런 지장이 없다.

하지만 페넌트레이스는 키움 홈경기를 빼고는 모두 옥외에서 치러야 하므로 찬 날씨로 인한 선수 부상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KBO 관계자는 “우천으로 인한 것인데 어쩌란 말이냐?”고 항변할 수 있다. 그렇지만 10월 20일께 마칠수 있는 일정을 어이없는 결정으로 늦춘 것이므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시계 바늘을 7월 12일로 돌려보자. 이날 KBO 이사회(사장단 회의)는 두산과 NC 1군 선수들이 코로나 확진자의 여파로 각각 10명 넘게 자가격리를 받게 되자, 리그 중단을 결정했다. 7월 13일부터 18일까지 30경기가 멈춘 것. 과연 이 결정이 적절했을까?

KBO는 연초, 도쿄 올림픽으로 인해 7월 19일부터 8월 9일까지 페넌트레이스 일시 정지를 결정했었다. 여기에다 30경기 중단까지 더하면 후반기에는 사상 초유의 강행군이 벌어질 게 뻔했다. 더구나 기상청의 장기 기상예보로 가을 장마가 예상됐고 해마다 한,두개씩 닥치는 가을 태풍까지 감안하면 ‘30경기 중단’은 엄청난 무리수였다(14호 태풍 찬투는 오는 14,15일 남부지방 강타 예정).

퓨처스 리그(2군) 선수들을 긴급 투입해 리그를 속개해야 한다는 언론및 야구인들의 견해는 무시됐다. 그런데 왜 30경기가 중단됐을까? 2군 선수로 대체하면 승률이 떨어질게 뻔한 두산과 NC 구단 사장, 특히 사장단 최연장자인 두산 사장이 앞장서서 리그 중단을 강력하게 주장했다고 한다. 그리고, 두산 구단주대행 출신인 정총재가 고심 끝에 리그 중단을 결재했다는 설이 매우 유력하다.

향후 또 몇경기가 비로 취소돼 11월 2,3일까지 옥외에서 경기가 벌어진다면 어떤 불상사가 생길까? 다름 아닌 선수 부상이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11월초 저녁 8시 전후의 예년 평균 기온은 영상 9도 안팎이다. 2018년에는 7.6도까지 내려갔다. 여기에 쌀쌀한 바람까지 불면 체감 온도는 영상 4~5도까지 내려갈수 있다. 팬들이 유광 점퍼를 입고 관전할 상황인데 뛰는 선수들도 힘들다. 정형욋과 각종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영상 7도 이하에서 부상 위험이 크다고 한다.

그렇다면 11월초 옥외 야구장에서 던지고, 수비하고, 타격을 하는 선수들은 부상에 완전히 노출된다. 내년 시즌을 앞두고 팀마다 부상 선수가 한, 두명씩 생길 가능성은 높다.

이런 뻔한 위험한 사태를 예견하지 못하고 성급하게 30경기 중단을 주장한 이가 누구인지는 사후에라도 반드시 밝혀야 한다. KBO 이사회 회의록에는 분명히 기록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11월초에 경기가 열리더라도 부상 위험을 피할 방법은 있다. 평일 18시30분의 경기 개시시각을 오후 2시로 앞당기면 된다. 후반기에 연장전을 없앤 것처럼 단장회의에서 긴급 조치를 취하면 되는데, 아직 KBO 사무국이나 단장들은 대비를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조속한 수정을 기대해본다.

*참고로 7월 12일 리그 중단을 밀어붙인 NC와 두산은 후반기들어 성적에서 기대만큼 이득을 봤을까. ‘꼼수’에도 불구하고 두팀은 영락없는 제자리다. 지난 12일 사상 최초의 5경기 더블헤더에서 두팀이 모두 연승을 거뒀지만 NC는 5위, 두산은 7위로 여전히 포스트시즌 진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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