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이 끝난 뒤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김경문 야구 대표팀 감독.

이 세상에서 물러날 때를 놓쳐 불명예스런 사태를 당한 사례는 숱하게 많다. 우리 근대사에 대표적인 사례가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두 사람 모두 독재자의 길을 걷지 않았으면 지금 한 사람은 국부(國父)로 추앙을 받고, 또 한사람은 1960년대 초반 세계 최빈국이었던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이끈 최고의 국가지도자로 존경을 받고 있을 것이다.

야구판에서도 이런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이가 1960년대 실업야구 시절 동기생인 김응용(80), 김성근 전 감독(79)이다. 김응용 전 감독은 2013시즌 한화의 지휘봉을 잡자마자 개막 13연패(역대 최다기록)의 수렁에 빠졌고 이후 잇단 부진으로 2년 연속 최하위인 9위(9구단 체제)에 머물렀다. 바통을 이어받은 김성근 전 감독 역시 팀이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취임 3년차인 2017년 5월 22일 불명예 퇴진을 당한다.

두 사람 모두 일흔이 넘은 나이에 각각 감독에 취임, 손자뻘인 젊은 선수와의 소통에 실패하고 ‘구식 야구’를 고집, 쓰라린 패배를 맛보았다는 평을 받았다. 두 감독의 실패는 엄청난 후유증을 낳아 한화는 지난해 10위에 이어 올해도 1위와 무려 22경기차의 최하위(6일 현재)에 머물고 있다

김경문 전 국가대표 감독 역시 ‘아름다운 퇴장’을 못하고 쓸쓸히 야구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다. 김 전 감독은 ‘도쿄 올림픽 참사’의 책임을 지고, 10월 31일에 끝나는 계약 기간과 상관없이 즉각 사퇴를 했어야 했다. 하지만 사퇴를 하지 않아 김 전 감독이 8~10월 3개월간의 급여 7,500만원을 챙기는 ‘꼼수’를 부리고 있음이 지난주 본 칼럼을 통해 밝혀졌다.

1주일 전 칼럼은 스포츠한국의 1천명이 넘는 고정 독자, 포털 사이트 검색창, 본 칼럼을 퍼나른 여러 블로그, KBO(한국야구위원회) 임직원을 통해 직간접으로 김 감독에게 전해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묵묵부답으로 여론의 뒤편에 숨어 있는 것은 참으로 옹졸하다. “이왕 욕먹는 것, 돈이나 챙기자”는 졸렬한 처사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KBO 또한 무성의하고 무책임하다. 어떡하든 김 전 감독을 설득해 그나마 남아 있는 명예를 지킬 수 있도록 노력을 했어야 했다. 이런 자질구레한 일들이 쌓여 팬들로 하여금 ‘야구 염증’을 느끼게 하고 있다. 이는 관중 감소의 적지 않은 요인으로 작용함을 KBO는 알고나 있는지, 애써 외면하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박석민

안타깝기는 박석민(36·NC)도 마찬가지다. 박석민은 지난 7월초 원정숙소에서 여성과의 슬파티가 사회 문제화 됐을 때 은퇴를 선언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팬들은 후배들을 보호하려한 그의 결단을 높이 샀을 것이다. 두번째 은퇴 타이밍은 KBO로부터 72경기 출장정지 징계처분을 받았을 때다. 시즌 아웃이 됐고 내년 시즌 기약도 없는데 은퇴 의사는 외부에 전해지지 않았다.

여기에 구단의 50경기 추가 출장 정지 처분이 더해졌다. 그런데도 박석민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내년 중반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려 하는가. 그가 타석에 섰을 때 관중석에서 야유와 욕설이 날아 올 것은 보나마나다. 박석민의 추한 모습은 팬들이 프로야구 선수에 대해 더욱 더 환멸을 느끼게 만들고 있다.

최근의 잇단 불상사에 대해 야구 원로 및 중진이라는 사람들은 “1번부터 9번까지 스윙이 똑같으니 타격이 부진할 수밖에 없다” “인성교육이 잘못됐다”며 누구나 아는 입에 발린 소리를 했다. 딴 세상 사람인듯이 발언을 했다. 프로야구 부진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대책 마련을 못한 것.

프로야구가 위기에서 탈출할 것을 진정으로 느낀다면 김경문 전 감독이나 박석민을 개인적으로 만나 충언을 해주는 것이 원로나 중진으로서의 도리일 것이다.

*지난 2일 KBO는 2022년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1군 올스타팀이 아닌 유망주와 일부 아마추어 선수를 선발해 보내기로 했다. 발표는 않았지만 당연히 리그가 중단되지 않는다. 이는 1주일 전 본 칼럼에서 주장한 그대로다.

몇 년후 2028년 미국 LA올림픽 대표를 선발할 때도 똑같은 결정을 내려주길 요청한다. 메이저리그처럼 국제 대회로 인해 KBO 리그가 중단돼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야구인이나 팬들을 만나면 땅에 떨어진 프로야구의 인기에 대해 걱정들을 많이 한다. 지금 코로나로 인해 무관중 혹은 30% 입장이어서 관중 사태가 드러나지 않을 뿐 인기 하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데도 KBO와 각 구단은 ‘강건너 불구경’하듯 쳐다보고 있다. 코로나가 진정돼도 내년 관중이 200만이 될지, 300만이 될지 누구도 감을 잡지 못한다. 엄청난 위기가 도래할 것임은 누구나 절감하고 있다. 하루바삐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야 할 시점이다.

그 멤버는 진정으로 야구 상황을 걱정하고, 현실성과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하는 이들이어야 할 것이다. 야구 열정이 가득한 대학교수, 의사, 심리학자, 작가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을 망라해야 한다. 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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