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가 껌을 씹으며 도쿄올림픽 야구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을 덕아웃에서 지켜보고 있다. 껌씹는 모습이 TV 화면에 잡혀 정신력 해이를 질타하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의학적으로 껍씹기가 긴장을 푸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 위즈 강백호(22)가 지난 15일 인터뷰를 통해 백배사죄함으로써 ‘올림픽 태도 논란’은 일단락됐다.

강백호는 지난 7일 도미니카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국 대표팀이 역전을 당하는 순간, 멍한 표정으로 껌을 씹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잡혀 네티즌들을 들끓게 했다. “나태한 대표팀 정신력의 상징”이라며 뭇매를 맞았다. 이들은 강백호의 개인 SNS로 달려가 악성 댓글을 퍼부었다.

이에 강백호가 지난 15일 경기후 수훈 선수 인터뷰 때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말보다는 실력보다 사람으로 인정받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고개를 숙여 ‘강백호 껌 소동’은 없던 일이 됐다.

사실 강백호의 껌씹는 모습은 비난 대상이 아니었다. 강백호는 타율 4할이 넘는 신들린 방망이를 휘두를 때도 껌을 씹었다. 아무런 비난의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몇수 아래라고 여긴 도미니카공화국에게 역전패를 당해 ‘물반(半) 고기반’이었던 올림픽 동메달이 물건너가자 팬심이 폭발하며 강백호가 희생양이 됐던 것.

강백호뿐 아니라 SK 최정(34), 키움 이정후(23)등 여러 선수들이 경기중 껌을 씹는다. 긴장 해소용이다. 야구선수들의 껌씹기는 1982년 프로야구 개막 때부터 논란이 됐다.

일부 선수들이 껌을 씹으며 경기에 임하자 감독, 코치들이 “프로선수 됐다고 껌 씹으면 건방지게 보인다”며 금지 명령을 내려 껌씹는 모습은 잠시 사라졌다. 하지만 껌을 씹으면 긴장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해 출범 40년이 된 지금까지 껌씹는 선수는 한팀에 두세명이 된다.

여기서 하나 밝힐 게 있다. 1980년대 초반 프로야구 초창기 때 유독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이 껌을 많이 씹었다. 당시 구단에서 롯데 껌 선전을 위해 선수들에게 껌씹기를 강요내지 지시했다는 말이 지금까지도 사실인 것처럼 전해 내려온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박영길 롯데 창단감독은 말한다. “당시만 해도 그룹에서 롯데제과의 비중은 높았고 롯데제과 제품 중 껌의 매출도 상당부분 차지했다. 그룹이나 롯데제과에서 선수들이 TV 중계화면을 통해 껌씹는 모습을 많이 노출해주길 바랬지만, 공개적으로 이를 요청한 적은 없었다”고 말한다.

플레이 도중 껌을 씹는 선수는 야구, 골프 등 정지된 시간이 많은 종목에만 한정된다. 축구, 농구, 배구, 아이스하키 등 빠르게 진행되는 경기에서는 한가하게 껌을 씹을 수가 없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6)는 2019년 PGA(미국프로골프)투어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에서 14년 만에 우승함으로써 화려하게 복귀했다. 마스터스에서 보여준 재기에 대한 투지는 많은 이에게 감동을 안겼다. 그 불굴의 순간 내내, 우즈는 '불경스럽게(?)' 껌을 씹었다. 4라운드 나흘동안 그는 껌을 입에 물고 살았다.

"왜 껌을 씹었느냐?"는 한 언론의 질문에, 우즈는 "배고픔을 잊기 위해서 그랬다"고 말했다. 하지만 골프 의학 전문가들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배고픔은 둘러댄 멘트라는 것이다. '우즈 껌'은 계산되고 기획된 스포츠 의학 행동이었다.

여러 연구에서 껌 씹는 저작(咀嚼) 행동은 집중력과 기억력을 높여준다고 나온다. 질겅대는 동안 뇌혈류가 25~40% 늘어난다는 조사도 있다. 껌 씹기 턱 운동은 두개골 바닥의 신경망을 자극해 각성도를 높인다. 그러기에 집중력 싸움인 골프에서 요즘 선수들이 껌을 씹기 시작하고 있다.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오른 필 미켈슨(51)은 "껌이 뇌의 전두엽을 자극해 경기에 몰입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골프 의학 전문가들은 우즈와 미켈슨이 씹고 있는 것은 '칸나비디올(CBD) 껌'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의료용 대마의 성분으로 각성과 진통 효과를 준다. 아직 도핑 검사 대상이 아니기에 스포츠 선수들이 껌으로 애용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껌씹는 선수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지만 KBO리그 선수들에게는 오히려 권장할 만하다. 물론 일반 민트향의 껌이 아니라 '칸나비디올(CBD) 껌'이 더 좋지만. 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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