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사옥
요즘 2030 여성들의 특징인 ‘4비(非)’는 우리 사회의 그늘이다. 4비는 ‘비연애.비섹스.비결혼.비출산’을 말한다. 나라를 제대로 이끌지 못하는 정치인들의 ‘4무(無)’는 국가 성장의 그늘이다. 4무는 ‘무관심.무성의.무능력.무대책’이다.

KBO(한국야구위원회) 역시 4무로 프로야구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4무는 ‘무능.무사안일.무책임.무사과’이다. 최근 KBO는 여기에 ‘1몰(沒)’을 더해 팬심에 불을 지르고 있다. 1몰은 ‘몰염치’이다.

7월 초 이후 원정숙소에서 일부 선수들의 여성과의 술파티, 충격적인 도쿄 올림픽 노메달, 송우현의 음주운전, KIA 애런 브룩의 대마초 파문, 도핑 적발…. 프로야구계는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그런데도 KBO 정지택 총재는 사과 시늉도 내지 않고 있다.

당연히 지난 10일 후반기 시작을 앞두고 정지택 총재와 10개 구단 사장들의 대국민사과가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아무런 제스처 없이 침울한 분위기속에 후반기가 열리고 1주일이 지났다. 참으로 어이가 없어 KBO 홍보팀에 “총재의 사과 계획은 없냐?”고 문의했다. 돌아온 답은 “총재는 이미 7월 23일 코로나19 방역과 선수관리 실패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했다. 더 이상 사과문은 없다”였다. 참으로 염치가 없다.

7월 23일 이후 도쿄 올림픽 ‘요코하마 대참사’, 음주운전, 대마초 파문, 도핑 적발 등 메가톤급 사태가 연이어 터졌는데 진정어린 2차 사과가 없다니! 정 총재의 이력을 보니 어느 정도 이해는 됐다.

정 총재는 행정고시 출신으로 재정경제원 정책심의관, 기획예산처 예산관리국장을 지내 고위공직자의 권위가 잔뜩 어깨에 불어 있다. 이후 두산건설 사장,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 한국기계산업진흥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오너급’으로 사회활동을 해왔으니 남에게 고개를 숙이는 사과 표명 같은 저자세는 낯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군 부대의 잇단 성추문에 대해 서욱 국방부장관은 7차례나 대국민사과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사안이 있을 때마다 사과 표명을 했다. 장관과 대통령보다 지위가 훨씬 낮은 정 총재가 사과를 마다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정 총재가 사과를 해도 팬심이 누그러질까 말까 하는데 아무런 제스처가 없으니 팬들이 용서할 리가 없었다.

도쿄 올림픽 도미니카와의 동메달 결전전에서 패한 한국야구대표팀 선수단이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가방을 챙기고 있다.

성난 팬심은 그대로 관중 감소로 이어졌다. 후반기가 시작된 지난 10일, 잠실-고척-창원구장은 무관중이었으나 대구와 광주는 30% 입장이 허용됐다. 대구와 광주는 허용된 관중수의 20~35%가 입장했는데, 좌석 매진으로 따지면 6.0~10.5%가 들어찬 셈이다.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돼 100% 입장이 허용돼도 10% 안팎으로 관중석이 찬다면 프로야구의 미래는 없다(TV 중계 시청률과 포털사이트 네이버 생중계 동시 접속자수도 크게 떨어짐).

총재가 최근 사태에 대한 책임감을 전혀 느끼지 않으니 하위직은 말할 나위가 없다. 김경문 전 국가대표 감독은 사퇴 의사를 밝히진 않았으나 계약 만료가 됐고, 또 성적 부진으로 인해 다시는 국가대표 사령탑을 맡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선수 선발과 코칭스태프 구성에 직간접으로 관여한 김시진 기술위원회 위원장은 왜 아무 말이 없을까? ‘올림픽 노메달’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연히 위원장 및 위원 사퇴 의사를 밝혔어야 했다(임기는 1년으로 연말까지 임).

이 기회에 KBO 조직을 살펴보자. KBO 총재 고문은 3인이 있으나 현안 발생시 총재에게 직언이나 조언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7인의 자문위원도 어떤 자문을 하는지 알려진 바가 없다. 고문과 자문위원 무용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김용희 전 감독(롯데-삼성-SK)은 경기운영위원장-규칙위원-상벌위원 등 세가지 직책을 맡고 있다. 김시진 기술위원장은 경기운영위원도 겸하고 있다. 이들이 과연 행정 능력이 뛰어난지, 또 왜 몇 년째 중용되는지 많은 야구인들은 궁금해 하지만 어디서도 답변을 들을 수 없다. 주어진 일에만 충실하는 직원들은 ‘철밥통’ 소리를 듣고 있다.

이런 허술한 조직과 인적 구성이니 프로야구 앞날은 캄캄할 수밖에 없다. 말은 안하지만 독립구단 키움뿐 아니라 일부 구단의 재정 악화는 거의 ‘시한폭탄’ 수준이다. SK 최태원 회장의 기가 막힌 ‘런앤 히트(구단 매각)’에 대한 찬사가 야구인들 사이에 계속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가 진정되지 않으면 내년에는 무시무시한 쓰나미가 닥칠 수도 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 잊어지겠지?” “재벌 그룹들이 설마 야구단을 팽개치겠나?”하는 무사안일한 분위기가 KBO 총재및 임직원들을 감싸고 있다면 프로야구는 허허벌판 광야로 쫓길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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