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고척돔에서 평가전을 마친 도쿄 올림픽 야구대표팀 김경문 감독이 그라운드를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주 국가대표 야구팀이 세차례 평가전을 고척돔에서 치른다는 보도자료를 받고 순간적으로 “도쿄올림픽 야구 경기가 돔구장에서 열리나?”라는 착각을 했다. 다시 찾아보니 야구 경기는 예선부터 결승까지 옥외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걸 확인했다.

“그런데, 왜 같은 옥외 경기장인 잠실구장이 아니고 고척에서 열리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고척돔에서 경기를 갖는 이유, 김경문 감독에게 물어보나마나다. 낮 최고 36도의 폭음을 피해 선선한 곳을 택한 것이었다.

또 다른 의문이 들었다. “실전과 같은 평가전을 치러야 효과가 있는데 왜 올림픽 경기 때와 같은 조건에서 경기를 갖지 않지?”

한국은 오는 29일 이스라엘, 31일 미국과 각각 오후 7시에 예선전을 갖는다. 도쿄와 서울은 시차가 없다. 평가전은 무관중 경기라 관중을 배려, 경기가 늦게 마칠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 올림픽 메달 획득 기사에 밀려 평가전 결과는 단신 취급도 안 될 것이므로 조간신문의 지방판 마감시간 눈치 볼 필요도 없다.

그런데도 세차례 평가전의 경기 시작시간이 오후 6시30분(23일 상무전), 오후 5시(24일 LG전), 오후 2시(25일 키움전)로 제각각인 것은 너무나 안이한 계획이었다. 세차례 모두 오후 7시에 옥외인 잠실 구장에서 가져 혹독하게 평가전을 치렀어야 했다.

더우면 더운 대로 땀을 뻘뻘 흘리며 실전에 대비해야 했었다. 설사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기술위원회에서 그런 안(案)을 갖고 왔더라도 KBO 사무국에서는 조정을 했어야 했다. 왜냐 하면 실제 올림픽 경기시간과 또 비슷한 기후 조건에 적응하는 것은 경기력 향상에 엄청나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한국의 첫 금메달 승전보(혼성 단체전)를 알린 양궁 대표팀을 보자. 양궁 경기는 도쿄만(灣)에 인접한 유메노시마 양궁장에서 열려 강한 바닷바람이 승부의 최대 변수다.

이에 양궁 대표팀은 전남 신안군 자운도로 전지훈련을 떠나 거친 바닷 바람을 뚫고 한발, 한발 시위를 당겼다. 일본의 지진에 대비, 별도로 지진 체험까지 했다. 진천 선수촌내에는 관중석 소음과 안내방송을 곁들인, 올림픽 경기장과 흡사한 세트장을 만들어 훈련을 갖기도 했다. 이 덕분에 혼성 단체전과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초속 2m 안팎의 바람에 흔들린 네덜란드와 ROC(러시아 올림픽위원회)를 가볍게 물리칠 수 있었다.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양궁협회의 철저하면서도 세심한 준비, 그리고 대표 선수들의 피나는 훈련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유도 선수들은 경기 전날 계체(計體)를 통과하기 위해 찜통같은 훈련장에서 털모자를 쓰고 땀을 빼며 물 한모금도 마시지 않고 버틴다. 여자 유도 48kg의 강유정(25)은 지옥의 다이어트를 했음에도 48kg에서 몇십그램이 오버되자 완전 삭발의 투혼으로 계체량을 통과, 놀라운 투혼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비하면 야구 대표팀은 ‘신선 놀음’으로 매경기 살얼음판 승부가 예상되는 올림픽을 준비해 비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1차전 상대 이스라엘은 세계 랭킹 24위이나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유럽 예선 1위로 본선에 직행했고 전직 메이저리거 12명이 포함돼 있다. 4년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예선에서 연장전 끝에 1대2로 패한 트라우마도 있다.

미국 역시 빅리그 경험이 있는 마이너리그 베테랑들이 대거 포진해 만만히 볼 상대가 절대 아니다. 결승 포함, 두번 마주칠 것으로 보이는 일본은 프로 최강팀으로 구성돼 있어 금메달 획득은 너무나 어려워 보인다.

이런 절박한 상황임에도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강인한 정신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여진다. 24일 LG전에서 ‘퓨처스리그 투수급’인 손주영-이상영-이상규로부터 6회까지 단 1개의 안타밖에 뽑지 못하는 등 졸전 끝에 2대2로 비겼기 때문이다.

최근 NC, 키움, 한화 일부 선수들의 무절제한 사생활로 팬심이 분노에 차있는 마당에 “최소 은메달은 따겠지”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26일 도쿄행 비행기에 올랐다면 13일후인 8월 8일 귀국 발걸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경기에 임해서도 역사를 심판하겠다는 차오르는 극일(克日)정신으로 온몸을 던지지 않으면 위기의 프로야구를 구할 수가 없다. 허술한 준비를 지켜본 야구인과 팬들의 가슴은 타들어간다.

정지택 KBO 총재

*원정 숙소에서의 술파티, 사상 초유의 리그 중단, 미흡한 징계 등으로 KBO가 연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특히 정지택 총재의 진정성없는 발언과 태도는 야구인과 팬들을 크게 실망시키고 있다.

정 총재는 사상 초유의 리그 중단이라는 결정후 11일만인 지난 23일에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마저도 일부 언론이 아무런 제스처가 없는 정 총재를 비난하자 떠밀리듯 사과문을 낸 것으로 보인다. 진정으로 사과를 한다면 최소 문제가 된 3개 구단의 사장과 함께 머리숙이는 모습이라도 보였어야 했다. 사과문도 리그개혁과 조직, 운영 방안에 대한 대책이 담겨있지 않아 언론과 야구계를 실망시켰다.

정 총재는 지난 1월 취임이후 역대 총재들과는 달리 오전 9시 출근, 오후 5~6시 퇴근의 ‘모범적인 업무’를 보여오고 있다. 하지만 프로야구 현안 해결을 위한 대외 업무 치중의 기대와는 달리 각종 보고서 작성 등 내부 업무에 집중해 직원들의 피로도는 쌓여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직원들과의 소통을 위한 점심 자리를 번갈아 가지며 낮술을 곁들여 구설수에 올랐다.

맥주 한두잔이야 업무에 지장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 비상시국에 음주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방역관련 이런저런 격무에 시달리는 직원들이 낮에 마시는 술 한두잔으로 업무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지난 23일 오후 3시51분 KBO 홍보팀에서 상벌위원회 결과 보도자료를 낸데 이어 이례적으로 3시간후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키움, 한화 구단이 KBO 전수조사때 일부 선수의 진술이 ‘허위 보고’가 아닌 ‘축소 보고’를 했다며 정정한 것이다.

허위 보고와 축소 보고를 분간하지 못했다? 법리를 따지지 않더라도 ‘허위와 축소’는 큰 차이가 나는데 임직원들이 왜 이런 실수를 했을까. 보도자료 결재는 여러 단계를 거친다. 혹시 낮술로 인해 순간적으로 착오를 일으킨 게 아닐까. 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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