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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노진주 기자] 백신이 아깝다. 백신을 방패 삼으라고 접종시킨 게 아니다.

NC 다이노스 ‘방역 논란’ 사태에 이어 키움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에서도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도사리는 술자리를 선수들이 가졌단 사실이 터져 나왔다.

지난 5일 밤 NC의 박석민, 박민우, 권희동, 이명기는 외부인 여성 2명과 다음날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이후 선수들과 함께 자리했던 여성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올림픽 대표팀에 발탁돼 백신 접종을 마쳤던 박민우를 제외한 선수 3명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5인 이상 집합이 금지돼 있어 이는 명백한 방역 수칙 위반이다.

NC 술자리 전날, NC 선수들과 술을 마신 여성이 키움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 선수들과도 모임을 가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5일 새벽, 은퇴한 한 전 프로야구 선배의 전화를 받은 한화 선수 2명이 같은 숙소에 머무르던 해당 여성의 방에서 만났다. 한화 선수들이 30분 정도 있다 자리를 비운 뒤, 같은 선배의 연락을 받은 키움 선수 2명이 이 방으로 합류해 같은 여성들과 술자리를 이어갔다. 심지어 키움 선수들의 숙소는 수원에 있었다.

키움 선수 1명은 올림픽 국가대표, 한화 선수 1명은 예비엔트리 자격으로 각각 백신을 접종했기에 모임 인원이 방역수칙 위반에 걸리진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키움과 한화 선수는 백신이 방패가 된 셈이다. 방심하라는 의미에서 접종시킨 백신이 아닌데, 백신 접종 덕분에 방역 수칙 위반 논란과는 거리가 생기게 됐다.

해당 선수들은 방역 수칙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걸 안도한다면 오산이다. 온 국민이 코로나19 경각심으로 현 시국을 헤쳐나가고 있는 상황 속 경솔한 행동을 했단 걸 창피해야 한다.

키움 한화도 문제다. 애초에 관리를 소홀히 한 탓에 선수단에서 이탈이 생겼다. 이조차도 뒤늦게 알아차렸다. 이런 구단을 백신이 살린 꼴이 됐다. NC 사태를 본 두 구단은 '백신 접종을 마치고 14일이 지난 사람은 사적 모임 인원에서 제외되는 거리두기 3단계 기간'이라며 "방역수칙 위반은 아니다"라고 명확히 하고 있다. 물론 동선과 시간을 속여 말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어 방역 수칙 위반 여부에 대해선 더 지켜볼 일이다.

일단 구단 입장대로라면 키움과 한화는 '백신' 덕분에 하나의 큰 논란을 우선 피했다. 아깝게만 느껴지는 백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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