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사상 최연소 주요 정당 대표인 이준석(36). 취임후 파격적인 행보와 발언, 인사(人事)로 연일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탄핵정국’이후 국민의힘 지지율을 최고치로 끌어 올려 ‘정가의 돌풍’이 되고 있기도 하다.

프로야구에 비유하면, 고참 선수에 불과한 36세가 명문 구단의 감독에 일약 임명된 뒤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뤄낸 것과 마찬가지다. 1982년 출범후 프로야구계의 이준석은 과연 누구일까? 바로 허구연 해설위원(이하 경칭 생략)이다.

1951년 2월 25일생인 그는 1985년 10월17일 신생 청보 핀토스의 감독으로 전격 취임해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한다(34년 7개월 22일만). 허구연은 경남중고와 고려대에서 대형 2루수로 각광을 받긴 했지만 부상으로 국가대표를 지내지 못했고 실업야구 경험은 2년에 불과했다. 프로야구 선수 경험이 없었을뿐 아니라 야구 해설을 한 지도 3년이 겨우 넘어 과연 그가 삼미 슈퍼스타즈를 인수한 만년 꼴찌팀 청보의 ‘구원투수’가 될 지 큰 관심을 모았다.

결과적으로는 대실패였다. 지도자로서의 경력이 없었던 데다 전력은 너무 약했다. 거기에다선배들인 코치들이 허구연에게 전혀 협조를 하지 않아 청보 핀토스는 그야말로 ‘난파선’이었고 허구연은 ‘사퇴-복귀’ 소동을 거친 끝에 취임 1년도 안된 1986년 9월 16일 강태정 코치와 전격 교체됐다.

허구연이 참담하게 실패한 것은 정치와 스포츠(야구 포함)의 생태와 지형(地形)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정당 대표라도 마음대로 할수 있는 건 제한돼 있다. 최고위원과 100명이 넘는 소속 의원, 거대한 사무국이라는 반석이 있어 언제든 대표의 독주에 견제와 비판을 가할수 있다.

이에 반해 스포츠팀 감독은 코치진 구성, 선수 선발, 경기 운영 등 그야말로 전권을 행사한다. 허구연이 능력을 발휘할수 없었던 것은 코치진과 선수단이 이미 구성 완료됐었고, 프로야구 초창기 시절이라 프런트의 힘이 너무 약한 탓이었다.

허구연 이후 30대 감독 등장은 없었지만 앞으로도 보기 힘들것으로 보인다. 선수들이 철저한 체력 관리와 컨디션 조절 등으로 은퇴시기를 점점 늘려가는 탓이다. 이대호(롯데), 추신수(SSG), 오승환(삼성) 등 39세인 1982년생들이 여전히 전성기 못지않은 실력을 발휘하고 있어 감독 연령이 내려갈 수가 없다(현재 KBO리그 외국인 제외, 7개팀 감독의 평균 연령은 50.3세)

한편, 프로야구 출범후 30대로는 처음이자 최연소 단장으로 37세인 성민규 씨가 2019년 9월 롯데에 부임, 깜짝 뉴스가 된 바 있다. 하지만 성 단장은 허구연 씨와 마찬가지로 일천한 경력에 발목을 잡혀 신선한 바람을 2년이 다 되도록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성 단장은 국내 프로야구 경험이 거의 없는데다 메이저리그에서 스카우트만 담당해 전반적인 프런트 업무엔 미숙했기 때문이다.

허구연, 성민규씨의 사례는 ‘실전 경험’없이 의욕과 패기만으로는 성공을 거두기 힘들다는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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