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영 ⓒ스포츠코리아
[스포츠한국 수원= 노진주 기자] 같은 사이드암 투수 고영표(kt wiz)를 의식한 듯 의식하지 않은 임기영(KIA 타이거즈)이다. 결과는 좋았다. 팀 5연패를 끊어내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임기영은 23일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열린 2021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wiz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서 6이닝 동안 공 95개를 던져, 4피안타 9탈삼진 1실점 호투를 선보였다. 2-1 리드상황에서 내려오고 그대로 팀이 승리하면서 승리투수가 됐다.

올 시즌 11경기에서 6번의 퀄리티스타트 달성에도 1승밖에 거두지 못했던 임기영이다. 타선의 득점 지원이 호투를 가릴 정도로 턱없이 부족한 탓이었다. 이날도 대량 득점 지원은 없었지만 직접 KT의 타선을 1점으로 틀어막고 불펜도 점수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2승째를 챙겼다.

임기영은 3회까지 시원시원하게 삼자범퇴로 이닝을 처리했다. 4회엔 선두타자 조용호에게 첫 안타를 내줬지만, 위기로 연결되진 않았다. 김민혁과 강백호를 나란히 삼진, 황재균을 땅볼로 여유롭게 돌려세우며 4이닝 연속 무실점 피칭을 했다.

팀의 2득점 지원을 받고 오른 5회가 아쉬웠다. 실점했다. 배정대와 천성호에게 연속 안타를 내줘 무사 1,2루에 몰린 임기영은 김태훈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한숨 돌리는 듯했다. 그러나 허도환의 땅볼 타구 때 주자들에게 한 베이스씩 내주고, 심우준을 상대할 때 나오지 말았어야 할 폭투가 나와 3루주자 배정대에게 1점을 내주고 말았다.

추가 실점은 없었다. 심우준을 풀카운트 끝에 삼진 처리하며 진땀 흘렸던 이닝을 마무리했다.

이날 한 경기 최다 탈삼진(9개) 기록을 쓸 정도로 대단한 투구를 한 임기영이라 5회 1실점은 크게 아쉬운 것도 아니었다.

임기영만 잘 던진 것이 아니었다. 상대 선발 고영표도 7이닝 3피안타 4탈삼진 2실점으로 역투했다.

하지만 명품 투수전 승자는 임기영이었다. 같은 사이드암 투수 맞대결에서 얻은 결과라 임기영이 느끼는 승리의 짜릿함은 배가 될 것이다.

임기영은 경기 전 같은 사이드암 투수 고영표와의 대결을 의식했을까? 반반이었다.

임기영은 “전혀 의식하지 않았는데 같은 사이드암이니까 그냥 지고 싶지 않단 생각밖에 없었다”며 개의치 않았지만, 승부욕은 배가 됐다고 말했다. 의식은 안했다고 말했지만, 말을 풀어보면 의식한 듯 의식하지 않은 임기영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날 임기영의 호투에 고영표의 지분이 아예 없진 않단 것이다.

임기영은 “영표형 공 던지는 거 많이 봐왔다. 그때마다 잘 던진다고 생각했고, 많이 배워야겠다고 다짐했다. 궁금한 거 직접 물어보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영표형이 나에게)이야기 많이 해주는 편이다. 고맙게 생각하는 부분이다”며 고영표로부터 배운 것이 많다고 말했다.

임기영은 올라온 승부욕이 긍정적으로 작용해 KT타선을 압도하는 투구를 했다. 공격적인 투구를 했고, 주무기 체인지업이 빛나면서 약 4년 2개월 만의 KT전 승리를 손에 넣었다. 고영표와의 맞대결이 승리를 부르는 자극제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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