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도쿄올림픽 야구 국가대표 감독이 대표선수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사격 황제’ 진종오(42)는 극적으로 도쿄 올림픽 티켓을 따냈다. 그는 지난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4차전까지 7위에 머물러 2위까지 주어지는 도쿄행이 불발되는 듯했다. 마지막 5차전에서 대역전극을 펼쳐 최종 2위로 선발전을 통과했다.

특히 마지막 한발은 10점 만점이었다. 진종오는 사격 선수로는 세계 최초로 올림픽 사격 단일종목(50m 공기권총) 3연패를 달성한 바 있다. 도쿄 올림픽에서 역대 한국 선수 최다 메달인 7개 기록(현재 금4, 은2)을 세우겠다는 간절한 염원과 열망으로 ‘기적의 10점 만점’을 표적지에 뚫고 말았다.

하지만 대한사격연맹이 야구 국가대표처럼 선발 기준을 ‘(대표팀에서의)균형과 성적’으로 애매하게 정했다면 진종오는 마흔이 넘은 노장이라는 이유로 대표로 뽑히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야구를 비롯한 구기 종목은 각각 정규리그를 갖기 때문에 기록 경기나 격투기 종목처럼 선발전을 치를 순 없다.

그렇지만 최근의 성적에 배점을 높이 둬야 하지 않을까. 도쿄 올림픽에서 야구 종목이 포함된 것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으므로 각팀 선수들은 멀리는 5년전부터, 가까이는 지난 2월 스프링캠프부터 태극 마크를 달기 위해 훈련과 경기에 온몸을 던졌을 것이다.

대표적인 선수로, 야수는 KT 유격수 심우준(26)이 있다. 그는 지난해 도루왕(35개)을 차지했고 유격수 수비는 남못지 않았다. 하지만 타율이 0.235에 그쳐 타력 상승을 위해 절치부심했다. 타격 코치와 수시로 특타를 했고, 통산 타율 0.316에 빛나는 ‘양신’ 양준혁 해설위원의 아카데미를 찾아 공을 세게 치는 법을 터득했다. 이 덕분에 국가대표 선발을 결정할 쯤인 지난 11일에는 타율을 0.317까지 끌어올려 거짓말같이 ‘양신’의 통산 타율과 엇비슷해졌다.

공수주 3박자를 갖춘 ‘유격수 타격왕’ 심우준은 대표 탈락 소식에 허탈함으로 잠을 못이뤘고, 팀 동료와 코칭스태프도 한때 침울함에 빠졌었다는 후문이다.

아깝게 탈락한 대표적인 투수로는 한화 강재민(24)이 있다. 시즌 전 ‘국가대표 승선’을 목표로 내걸며 이를 악물고 던진 강재민은 대표선발 직전 14경기에서 20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버텨 특급 불펜으로 강한 이미지를 심었다. 그의 탈락은 연고팬은 물론, 전체 야구팬들로부터 큰 아쉬움을 사고 있다.

강재민이 대표팀 탈락의 아픔을 딛고 지난 18일 대전 SSG전에서 1과1/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면서 팀 끝내기 승리(4대3)의 발판을 놓자 팬들은 SNS상으로 안타까움과 격려를 쏟아냈다.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했던 SSG 추신수(39)와 삼성 오승환(39)이 합류하지 못한 것도 팬들을 허전하게 만든다. 두산 김재환(33), 키움 박병호(35), SSG 최 정(34)이 빠져 묵직한 4번 타자가 부재인것도 전력 약화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물론 어느 분야든 인사(人事)후에는 늘 뒷말이 무성하다. 스포츠라고 예외는 아니다. 올림픽에서의 성적에 대한 책임은 김경문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 기술위원회의 몫이지만 이번 국가대표팀은 올림픽에서 소정의 성적을 거둘 때까지 쉬임없이 잡음에 시달릴 가능성이 많다.

올림픽 국가대표팀 발표후 닷새나 지났지만, 관련 칼럼을 쓰는 이유는 향후 공정한 선발 기준 검토를 위해서다. 누가 되든 국가대표팀 감독이나 코치, 기술위원장은 선수 선발과 연관해 갖은 부탁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20년 이상 프로야구계에 몸담으며 10개 구단 관계자, 코칭스태프와 이런저런 친분에 얽혀있는 탓이다.

국가대표에 선발돼 메달 획득으로 병역 면제를 받으면(올림픽은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은 금메달) 선수 개인은 ‘FA 계약금’ 등으로 수십억원의 돈방석에 앉게 된다. 군에 가지 않음으로써 선수의 전력을 고스란히 유지할수 있는 팀으로서도 주력선수의 대표 선발에 목을 매달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선발 기준은 객관적이며 공정해야 한다. 김경문 감독은 대표선수 확정 발표후 인터뷰에서 “(선수들의)컨디션은 그때 그때 바뀐다”며 특정 선수의 배제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다분히 코칭스태프와 기술위원들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커 ‘불공정의 논쟁’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타 종목의 국가대표 선발전처럼 시즌 개막부터 특정 기간까지의 성적을 최우선으로 하는 게 뒷말이 없고 혹 올림픽 등 국제경기에서의 성적이 나쁘더라도 ‘비난의 후폭풍’에 시달리지 않게 된다.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는 야구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진 않지만 2028년 LA 올림픽에서는 다시 야구가 정식 종목이 된다. 내년 아시안게임에서도 국가대표팀 선발을 하게 된다. 주관이 개입되지 않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선정을 위해 KBO(한국야구위원회)는 대표 선정 시스템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 본지 객원기자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