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윤승재 기자)
[스포츠한국 잠실=윤승재 기자] “베이징 올림픽 때 (김)현수 형 보고 야구 선수 꿈 키웠죠. 아, 하지만 전 엘린이(LG 어린이 팬)였습니다(웃음).”

첫 응원가와 첫 결승타. ‘엘린이’ 문보경이 꿈을 이뤘다.

LG 문보경은 지난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홈 경기에서 8회 대타로 출전, 귀중한 역전 적시타를 때려내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타격 후 1루로 질주하던 문보경은 안타가 확정되자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했다. 팀의 역전도 역전이었지만, 잠실 야구장에서 때려낸 결승타여서 감회가 남달랐다. 몇 년 전만해도 관중석에서 프로 선수의 꿈을 키웠던 그가 잠실 야구장 한가운데서 주인공이 되는 기쁨을 만끽했다.

경기 후 만난 문보경은 그저 “행복하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문보경은 “팬들 앞에서 경기를 하는 것도 행복하고 잠실에서 이름을 알리는 것도 행복하다. 또 잠실에서 제 응원가가 처음 나와서 신기했고, 잠실에서 결승타를 쳤다는 생각에 기뻤다. 주전으로 못 나가서 아쉬운 건 없고, 그저 1군에 붙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라며 연신 미소를 지었다.

2019년도 2차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25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은 문보경은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잠실야구장에 경기를 ‘보러’ 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5월 기회가 찾아왔고, 문보경은 그 기회를 제대로 잡았다. 5월 1군에 올라온 문보경은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단 한 번의 말소없이 1군에서 주전과 대타를 오가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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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2군 생활에도 1군 적응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야간 경기에 쨍쨍한 조명, 그리고 1군 선수들의 남다른 수준에 애를 먹긴 했지만 문보경은 곧 1군에 적응하며 쾌조의 타격감을 자랑했다. 이에 문보경은 “(김)현수 형이 많이 조언해주셨다. 1군도 똑같이 야구하는 곳이라고, 똑같이 생각하고 하라고 해주신 말이 큰 도움이 됐다”라며 주장 김현수를 향해 감사의 뜻을 내비쳤다.

사실 문보경은 김현수와 가까이서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떨리고 신기할 따름이다. 문보경이 초등학교 시절 야구 선수의 꿈을 갖게 해준 것이 2008 베이징 올림픽 때의 김현수이기 때문이다. 문보경이 좌타자로 야구선수를 시작한 것도 ‘좌타자’ 김현수에게 꽂혔기 때문이다. 당연히 문보경의 롤모델도 김현수다(중간에 브라이스 하퍼로 롤모델이 바뀌었지만 LG로 오면서 다시 김현수로 롤모델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문보경은 김현수의 ‘개인 팬’이라며 사족을 덧붙였다. 베이징 올림픽 당시 김현수는 ‘두산 베어스’ 선수였기 때문. 이에 문보경은 “선수팬은 김현수고, 팀은 LG를 응원했다. 나는 엘린이다”라고 강조하면서 웃었다. 그는 “야구를 처음으로 접한 게 LG고, 처음으로 직관한 경기도 LG 경기라서 어렸을 때부터 LG를 좋아하게 됐다”라며 그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그랬던 문보경이 이제는 꿈에 그리던 김현수와 함께 한 라커룸, 한 더그아웃, 한 그라운드에서 동거동락하며 성장하고 있다. 김현수의 애정어린 조언을 하나하나 새겨듣는다는 그. 그는 “형들에게 하나하나씩 배우면서 성장하는 게 좋다. 주전으로 못 나가서 아쉬운 건 없고, 대타든 어떤 역할이 주어지든 상황에 맞게 제 역할을 잘 하는 게 내 몫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앞으로의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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