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는 지난 4일 홈에서 열린 LG전에서 4대3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주인공은 9회말 2사 1,2루에서 중전 적시타를 날린 4번 최형우.

그는 이튿날(5일) 경기 전 훈련 때 줄곧 미소를 날려 취재진의 관심을 끌었다. 웃음이 멈추지 않은 것은 지난달 31일 부상을 털고 1군 복귀후 중심 타자의 역할을 제대로 한 기쁨이 하루가 지나도 가시지 않은 탓이다.

끝내기 승리를 따낸 선수나 팀은 이처럼 밝은 분위기를 이끌어 낼수 있지만 끝내기 패배를 당한 선수나 팀은 예상치못한 절망감에 빠지고 그 후유증은 오래 갈 수 있다.

지난달 22일 잠실 롯데-두산전. 3-3으로 팽팽히 맞선 10회말 2사 1,3루에서 두산 9번 장승현이 3유간 강습타구를 날렸다.

롯데 3루수 김민수는 멋진 캐치를 하든지 혹은 유격수 마차도가 처리하도록 내버려 뒀다면 그 타구는 내야 땅볼에 그쳐 승부는 연장 11회로 이어질수 있었다. 하지만 2루수 겸용의 ‘땜방 3루수’인 김민수가 쓸데없이 전진하며 타구를 놓치는 사이 두산 3루 주자 조수행이 홈인, 두산은 기분좋은 4대3 끝내기 역전승을 따냈다.

“주전 3루수 한동희였다면 가볍게 땅볼 처리가 가능했을건데...” 롯데 선수들은 속으로 한숨을 푹푹 쉬었다. 이날 패배로 롯데는 다시 단독 10위로 떨어져 선수단의 아픔은 두배가 됐다. 경기후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툴툴 털었다면 다음날 분위기 반전이 가능했지만 답답함을 가슴에 담고 원정 숙소로 향했으니 후유증이 없을 수가 없었다.

롯데는 이튿날 경기서 한점도 뽑지 못하고 0대4로 지는 등 이후 6연패(1무)를 당했다. 한차례 무승부도 9-0으로 앞서다 어이없이 10대10으로 끝난 승부(더블헤더 1차전으로 연장없이 9회 종료)여서 7연패나 다름없었다.

여기서 22일 끝내기 패배후 상황을 되돌려보자. 시즌 144경기의 페넌트레이스인 만큼 1패의 책임을 해당 선수에게 물을 수가 없다.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실책을 따진다면 팀워크가 붕괴되기 때문이다.

롯데도 문책을 않고 조용히 넘어갔고 다른 팀들도 이런 경우 마찬가지다. 하지만 팀마다 심리 치료사 혹은 심리 상담사(Mental performance coach)가 1명 이상 반드시 있는 메이저리그였다면 달랐을 것이다.

다음날까지 패배의식이 이어지지 않도록 심리 치료사나 코치들이 주도, 10~15분간 미팅을 가지며 침울한 분위기나 패배감을 씻어냈을 것이다. 자책감을 덜어내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야 다음날 플레이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기 때문이다(도움말=조수경 스포츠심리학 박사).

KBO 리그는 팀마다 스포츠 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들과 연간 계약을 맺고 정신적으로 위축되거나 심한 스트레스에 빠진 선수들을 돕고 있다. 하지만 정식 직원이 아니어서 원정 경기에 동행하지 않는다. 원정 경기 때 심리적으로 문제가 생긴 선수들은 홈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정신적으로 회복이나 치유가 될 수가 없다.

홈경기 때도 마찬가지다. 심리 치료사가 처절하게 패배를 당하는 순간을 지켜보며 경기후 즉시 해당 선수및 선수단 전체에 처방을 내려야지, 다음날 사무실에서 사무적으로 상담을 하면 별무효과다. ‘수박 겉핥기’일수가 있다. ‘현장’에 있지 않았다면 깊이있는 상담이 이뤄질 수가 없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과감하게 심리 치료사를 정식 고용해야 한다. 심리 치료사 1명 채용시 급여와 원정 비용 등을 합하면 2억원 정도가 된다. 이 2억원은 심리 치료사의 승리 기여도를 따진다면 결코 많은 액수가 아니다.

각 구단 운영비는 한해 400억원쯤 된다. 지난해 5위 KT는 80승(1무 63패)을 거뒀는데 1승당 5억원이 된다. 심리 치료사의 도움으로 1승만 따내도 2억원의 비용은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롯데의 경우, 심리치료사가 긍정적인 기운을 심어줘 팀 분위기가 달라졌다면 6연패는 2~3연패에 그칠수가 있었다. 만약 그런 효과를 거뒀다면 롯데는 KIA, 한화를 제치고 8위로 올라서 7위도 바라볼수 있을 것이다(7일 현재 8위 KIA에 2경기 뒤진 10위). 팀마다 심리 치료사의 채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가 아닐까. 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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