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유격수 오지환이 KIA와의 경기에서 병살플레이를 성공시키고 있다.
“유격수가 5강 판도를 좌우한다!”

얼마 전 김인식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는 웬만한 팬이면 다 아는 사실이다. 투수 다음으로 중요한 포지션인 유격수가 강한 팀이 상위권에 오른다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김 전 감독이 새삼 유격수의 강한 비중을 이야기한 것은 각 팀들이 정상에 오르려면 평소 유격수를 잘 키워야 한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다.

전국적인 비로 인해 유일하게 고척돔에서 열렸던 삼성-키움의 4월 3일 개막시리즈 첫날. 삼성이 0-1로 뒤진 6회말, 삼성 유격수 이학주는 송우현의 좌익수쪽 2루타 때 좌익수의 송구를 중계받자마자 홈으로 던지지 않고 머뭇거리다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삼성은 이날 1대6 패배로 개막 4연패에 빠져 팀이 크게 흔들렸으나 이후 ‘외인 3총사’의 활약 덕분에 한때 단독선두에 올랐다가 31일 현재는 공동 3위에 자리잡고 있다.

김성현-김창평-정현으로 연결되는 SSG의 유격수 바통을 이어받은 신인급 박성한(23). 그는 지난달 11일 LG전 2회말 무사 1루에서 어이없는 1루 악송구로 병살타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하지만 박성한이 수비와 타격에서 안정을 찾은 4월 말부터 SSG는 기세를 타, 31일 현재 2위 KT에 2경기 앞선 단독선두를 달리고 있다(5월 22일부터는 NC에서 트레이드된 김찬형과 경쟁 체제).

삼성 유격수 이학주가 경기 중 김상수의 토스를 받아 1루주자를 포스아웃시키고 있다.

LG 유격수 오지환은 지난 20일 잠실 NC전에서 안구 건조증으로 엔트리에서 빠졌으나 30일 잠실 키움전에서 열흘만에 복귀했다. 오지환은 이날 탄탄한 수비에 5타수 2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 팀이 8대2 완승으로 공동 3위로 올라서는데 한몫을 단단히 했다.

유격수는 내야 수비의 핵이다. 다른 내야수에 비해 타구를 훨씬 많이 처리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병살타 성공의 키를 쥐고 있어 유격수 활약에 따라 승패가 갈라진다는 건 전혀 과장된 말이 아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명(名) 유격수를 만들어 낼수 있을까? 당연히 타구 처리에 대한 감각을 선천적으로 타고 나야 한다. 여기에다 훌륭한 감독이나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맹훈련을 거쳐야 김재박(전 LG)-이종범(전 해태)-김하성(전 키움)으로 이어지는 명 유격수의 계보를 이을 수가 있다.

만약, 타고난 볼 감각을 갖고 있지 않다면? 당연히 남보다 더 많이 훈련을 해야 하고 코치의 ‘과외수업’도 단단히 받아야 한다.

여기에 한가지 더 있다. 자나깨나 글러브에서 공을 빨리 꺼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 미국 서부 개척시대의 총잡이들처럼. 아웃, 세이프는 대부분 0.1초 사이에 정해지므로 남들보다 0.1초라도 빨리 글러브에서 공을 빼야 아웃 카운트를 늘리고 더블 플레이를 성사시킬 수 있다.

권두조 전 롯데 수석코치는 1970년대 실업야구 제일은행 시절부터 수비 하나만은 알아주는 유격수로 정평이 났다. 1982년 롯데 창단 멤버로 프로에 입단해서도 공격은 시원치 않았으나(1982~87년 6시즌 평균 타율 0.220, 통산 홈런 1개) 수비는 깔끔했다.

그의 수비 솜씨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바로 ‘끊임없는 글러브질’이다. 그는 실업야구 시절부터 연습벌레로 유명했다. 또 친구들과의 만남 때도 반드시 글러브를 들고 다녔다. 찻집에서 친구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쉴새없이 공을 글러브에서 꺼내는 동작을 해 보는 이를 놀라게 했다. 이같은 열정이 있었기에 프로 입단해서도 글러브에서 공을 가장 빨리 꺼내 송구하는 유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결론적으로 명 유격수는 만들어지며 또 스스로 만들어야한다. 각팀의 주전 유격수및 유격수 후보들은 권두조 전 코치처럼 쉬는 시간에도 글러브와 공을 끼고 살아야 명 유격수로 성장하지 않을까. 본지 객원기자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