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허문회 감독을 경질한 뒤에도 좀처럼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경기가 끝난 뒤 허문회 감독(오른쪽에서 두번째)이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는 모습.
롯데가 프런트와의 불통, 팀 성적부진으로 지난 11일 허문회(49) 감독을 중도하차시켰다. 하지만 분위기 반전을 꾀하려던 의도와는 달리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해 심한 속앓이를 하고 있다.

래리 서튼(51) 신임 감독은 부임 첫 경기인 SSG전에서 뼈아픈 6대7 역전패를 당하는 등 최근 5경기에서 1승 4패(시즌 13승 22패. 승률 0.371)의 부진에 빠져 그가 내건 ‘리스타트’가 무색해졌다.

롯데가 계속 9~10위에 그칠 경우, 또다시 감독 교체의 극한 처방을 내릴수 없으므로 허문회 감독 교체는 악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성적 향상과 선수 육성의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기 때문이다. 계약 기간이 내년 말까지인 서튼 감독이 무려 109경기를 남겨놓은 상태에서 육성에만 치중할 수 없다.

주전 선수들의 감독 교체에 대한 시선도 밝지 않아 보인다. 최근 4경기에서 경기당 3득점에 그친 것은 허문회 감독 교체를 반기지 않는다는 반증이 될수 있다(허감독 체제 30경기서 경기당 평균 5.5득점)

그러면 롯데는 1982년 출범후 39여년간 왜 10개 구단중 가장 많은 감독 교체의 악순환(총 19명)을 이어가고 있을까. 정답은 야구를 잘 모르는 구단 사장을 끊임없이 선임하는 탓으로 보인다.

2020년 1월 취임한 현 이석환 사장은 롯데주류 경영지원본부장, 롯데케미칼 경영지원본부장을 지냈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경력상으로는 스포츠, 특히 야구 문외한이다.

이석환 사장뿐 아니라 역대 사장을 살펴보면 롯데 그룹및 계열사에서 CEO 및 임원을 지내다 마지막 보직으로 야구단 사장을 온 경우가 허다하다(다른 구단도 비슷한 상황). 청와대 압력으로 신문기자 출신(스포츠도 아닌 사회부 기자 경력)이 부임한 적도 있다.

이들은 야구단 업무 파악과 선수단 운영의 메카니즘을 익히는데 거의 한시즌을 보냈을 뿐 아니라 엉뚱한 자문을 하는 야구인들과 접촉하다보니 정확한 전력 보강을 꾀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2~3년의 임기내 급하게 좋은 성적을 내려다보니 단기 투자에 집중, 예상했던 순위에 오르지 못하면 팀이 걷잡을 수 없는 나락에 빠지기도 했다. 지나치게 프랜차이즈 출신 감독에 집착,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이들을 데려오기도 했다.

사장뿐 아니라 단장도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롯데는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22시즌 동안 대부분 하위권에 머물었는데(포스트시즌 진출 6차례) 야구를 모르는 사장에 전력 상승의 핵심을 짚지 못하는 단장까지 겹쳐 구단 운영이 늘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현 성민규 단장(39) 역시 감독 교체의 책임에서 전혀 자유롭지 못하다. 2019년말 단장 부임후 감독 후보군 면담을 통해 허문회 감독을 선정했기 때문이다. 성단장은 메이저리그에서 스카우트 업무에 정통했을 뿐 전반적인 구단 운영 능력에 대한 검증이 안된 상태였는데도 구단에서는 그에게 사실상 전권을 줬고, 결과는 ‘10위의 성적’이다.

허문회 감독과의 갈등이 계속되자 사령탑 교체를 결정한 롯데 성민규 단장.

롯데 코치들의 책임은 없을까? 필자가 10년전 롯데 운영팀 간부에게 “왜, 자체 승진이 거의 없냐?”고 물었더니 “코치들이 감독 수업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감독은 2년도 못돼 바뀌지만 코치는 웬만하면 10년 이상 할수 있으므로 가늘고 길게 코치 생활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있는것 같다”고 전했다. 수많은 코치들중 한,두명은 ‘팀 재건’을 위해 열정과 노력, 봉사를 마다하지 않아야 하는데 지나친 보신주의를 택하는게 안타깝기만 하다.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을 지낸 조남성씨는 최근 저서 ‘그로쓰’에서 “기업은 사장의 그릇만큼 큰다”고 했다. 이를 바꿔 말하면 “야구단은 사장의 그릇만큼 큰다” 혹은 “야구단은 감독의 그릇만큼 큰다”고 할수 있다. 신동빈 구단주(롯데그룹 회장)의 야구단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촉구한다. 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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