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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에서 처음으로 포수 마스크를 쓴 롯데 이대호가 경기가 끝난 뒤 천천히 걸어나오고 있다.
지난주, 아니 올시즌 초반 최대 화제는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39)가 프로 데뷔 21년차에 처음으로 포수 마스크를 쓴 것이다. 롯데 이대호는 지난 8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원정경기에서 9회 포수로 깜짝 등장했다.

롯데는 7-8로 뒤진 9회초 2사 1,3루에서 강태율 타석 때 대타 이병규를 투입하면서 포수 엔트리를 모두 소진했다. 이병규가 동점 적시타를 때렸고, 이후 마차도의 역전 1타점 2루타로 9-8로 경기를 뒤집었다.

9회말 수비, 롯데 허문회 감독은 오윤석(내야수)을 포수로 기용하려 했으나 이대호가 허문회 감독에게 포수 마스크를 쓰겠다고 자청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오윤석은 포수로 뛴 적이 없는 반면 이대호는 경남고 시절 포수로 뛴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앞날이 창창한 오윤석이 포수 마스크를 썼다가 실패할 경우 후폭풍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산전수전 다 겪은 자신이 포수를 맡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

이대호는 마무리 투수 김원중과 호흡을 잘 맞췄다. 오재일과 박해민의 연속 안타 그리고 강한울의 희생 번트로 1사 2,3루 위기에 몰렸으나 김헌곤과 강민호를 범타 처리하며 9대8 짜릿한 1점차 승리를 따냈다.

원바운드 공을 잘 잡아냈고 높은 공을 잡아 글러브를 스트라이크 존으로 내리는 프레이밍은 능청스러울 정도였다. 김원중이 연속 안타를 맞고 흔들리자 마운드에 올라가 다독이기도 했다.

투수 출신 모 해설위원은 "이대호가 아무리 포수 경험이 있다지만 프로 데뷔 후 21년 만에 처음으로 포수를 맡는다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야구 재능이 뛰어난 이대호이기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대호는 "고등학교 때 포수를 해봤고 투수들의 공을 많이 받아봤다. 상대적으로 (오)윤석이는 포수를 해본 적이 없으니 내가 감독님께 해보겠다고 부탁드렸는데 흔쾌히 맡겨주셨다. 내가 덩치가 크니까(194cm, 130kg) 투수를 편하게 해주려고 했는데 (김)원중이가 잘 막아줘서 기분 좋게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승리 포수’가 된 이대호는 불꽃 승부의 주연이 돼 경기 당일은 물론 이튿날까지 인터뷰 공세에 시달렸다. 그런데 여기서 찬찬히 살펴보자. 주인공 이대호를 살린 최고의 조연은 누구일까? 답은 바로 허삼영 감독이다.

삼성은 8-9로 뒤진 9회말 선두 오재일이 중전안타를 날리자 발이 빠른 대주자 김호재를 내보냈고 이어 나온 5번 박해민은 좌전안타를 때려 무사 1,2루가 됐다. 그런데 왜 허삼영 감독은 6번 강한울에게 보내기 번트 사인을 냈을까.

일반적으로는 강한울이 보내기번트를 성공시켜 1사 2,3루 찬스를 만들고 후속 타자들에게 역전타를 기대하는 게 정석이긴 하다. 그렇지만 상대 포수는 고교시절 이후 무려 22년만에 포수 마스크를 쓴 덩치 큰 이대호다. 이대호는 프로 데뷔후 빠짐없이 1루수를 맡으며 서서 던지는데 익숙하다.

포수를 맡아 앉았다 일어서서 던지는 건 아무래도 능숙치 않다. 그렇다면 강한울에게 보내기번트 사인을 내며 귀중한 아웃카운트 하나를 날릴 게 아니라 발빠른 대주자 김호재와 도루왕 출신인 박해민에게 더블 스틸을 시도케 해 이대호의 악송구를 유도해야 했다.

이대호가 아무리 야구 재능이 있다 하더라도 앉았다 일어서며 3루로 정확히 송구를 한다는 건 가능하지 않다(성공, 실패 여부를 떠나 이대호가 2루나 3루로 송구하는 모습을 보지 못한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물론 허감독이 더블 스틸을 지시하고 성공한 뒤 후속타자가 적시타를 뽑아내 삼성이 10대9로 재역전승을 거뒀다면 ‘포수 이대호’의 진기한 모습은 빛이 바랬을 것이다. 그래서 허감독은 예기치 않는 조연이 됐고 투수에게 사인을 보낸 캐처 이대호의 모습은 두고두고 명장면으로 남게 됐다.

롯데는 지난 9일 경기에서는 6대8 역전패를 당해, 전날 9대8 대역전승의 쾌거가 빛이 바랬다. 이번주부터는 이대호의 파이팅을 바탕으로 심기일전, 탈꼴찌하기를 기대해본다. 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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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21/05/10 10: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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