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지난주 야구 커뮤니티 등 온라인은 SSG 랜더스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도발적인 발언으로 뜨겁게 달궈졌다.

정 부회장은 지난달 27일 SSG와 KT전이 끝난 뒤 밤 11시30분께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SNS) 클럽하우스에 접속했다. '동빈이형(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가만 안둬…'라는 제목의 방에 들어온 정 부회장은 “야구 관심없는 동빈이 형이 6년만에 야구장을 찾은 건 나의 도발 덕분”이라며 “롯데는 본업(유통)과 야구를 서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다. 경기에선 우리가 질수 있어도 마케팅에서 반드시 이길 것이다. 걔네(롯데)는 울며겨자먹기로 우리를 쫓아와야 할 것”이라고 유통 라이벌 롯데를 자극했다.

하지만 1시간가량 이어진 팬들과의 소통에서 정 부회장은 지켜야할 선을 넘어 버렸다. 정 부회장은 "과거 키움이 넥센 시절일 때 (내가)야구단을 인수하고 싶어서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넥센 측이) 나를 X무시하며 자존심이 땅에 떨어질 정도로 내몰았다"고 했다. "이번에 우리(SSG)가 키움을 밟았을 때(이겼을 때) 기분이 좋았다. 이 XXX들 잘됐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또 키움 이사회 허 민 의장과 매우 친하지만 "키움은 발라버리고 싶다"고 했다.

‘XXX’는 상스러운 욕설이고 '바른다'는 농락하듯 이긴다는 의미를 가진 속어다. 아무리 프로야구단 창단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지만 대기업 총수가 비속어를 섞어가며 원색적인 비난을 이어간 것은 품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물론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구단주가 직접 이슈몰이를 해 경색된 야구판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며 환영하는 팬들도 적지 않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달 27일 잠실 LG전을 관전하고 있다. 신 회장이 야구장을 방문한 것은 2015년 9월 11일 부산 삼성전 이후 6년만이다.

어찌됐든 66세의 신 회장이 53세 정 부회장의 도발에 일체 대응을 하지 않아 정부회장의 발언은 ‘찻잔속의 태풍’이 되고 말았다.

그러면 13살이나 많긴 하지만 신동빈 회장은 왜 맞대응을 하지 않고, 정용진 부회장은 왜 직설적인 표현을 마다하지 않았을까. 신 회장은 ‘재벌 2세’이고 신 부회장은 ‘재벌 3세’인 탓이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전 회장(1922~2020)의 차남이고, 정부회장은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 전 회장(1910~1987)의 외손자다. 자수성가해 대기업군을 일군 창업주들은 2세에겐 엄격하다. 힘들게 창업하고 성장시킨 기업들을 성공적으로 승계시키기 위해서는 ‘경영자 수업’을 엄하게 해야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자(3세)는 너무 귀여운 탓에 늘 품에 안고 살아 3세는 강한 개성을 갖고 클 수밖에 없다. 정제되지 않은 언행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국내 재벌 그룹의 3세가 빗나간 말과 행동을 일삼는 사례가 많지만, 여기에서 지적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생략한다.

정 부회장에게서, 공정하고 투명하지 못한 현상을 참지 못해 그룹 고위층에게도 직언을 서슴지 않는 MZ세대(198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출생)를 연상하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하여간 팀이 선두권을 질주하고 마케팅도 성공작으로 평가돼, 이에 고무된 정부회장이 올시즌 이따금씩 야구판을 들썩일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에 지친 야구팬들에게는 톡~쏘는 사이다가 되지 않을까. 본지 객원기자

김원형 감독과 악수하는 정용진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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