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이의리와 롯데 김진욱
이번 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히는 김진욱(롯데)과 이의리(KIA)의 1군 직행, 과연 성공작일까? 지난 15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둘의 맞대결을 보면 성급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두 선수는 양현종-김광현 이후 14년 만의 고졸 좌완 루키들의 선발 맞대결로 큰 관심을 모았지만 높은 프로의 벽을 실감하면서 5회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홈팀으로 먼저 투구에 나선 이의리는 4이닝 동안 삼진 7개를 뽑아내며 3피안타 3실점했다. 볼넷은 4개를 줬다. 김진욱은 3⅔이닝 동안 안타 3개와 볼넷 6개를 허용하고 3실점 한 뒤, 승계 주자 2명을 이어 나온 박진형이 잇단 안타로 실점, 김진욱의 자책점은 5점으로 늘어났다. 투구수는 94개(이의리), 95개(김진욱)로 비슷했다.

4이닝 남짓을 던지며 보통 선발 투수가 6이닝까지 기록하는 100개 가까운 투구수를 기록한 건 둘 다 제구력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선수 모두 19명의 타자를 상대했는데 나란히 7명의 타자와 풀카운트 승부를 펼쳤다.

김진욱의 컨트롤이 좋지 않은 건, 던질 때 항상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고 릴리스 포인트가 머리쪽으로 너무 뒤에 있는 가 있는 탓이다. 그러니 패스트볼은 물론이고 변화구 제구가 잘 안되고 있다. 삼진을 잡을 결정구가 없으니 풀카운트 승부와 볼넷이 덩달아 많아지는 것. 투구폼을 고치지 않으면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의리는 김진욱에 비해 투구폼이 부드러운 편이지만 릴리스 포인트를 더 앞쪽으로 가져 가지 않으면 풀카운트 승부와 볼넷을 줄일수가 없다. 이 역시 퓨처스 리그에서 가다듬어야 할 숙제다.

이의리, 김진욱과 신인왕을 다투는 ‘9억 팔’ 장재영(키움)은 이들보다 한술 더 떴다. 장재영은 지난 17일 KT 위즈전, 3-1로 앞선 6회초 두번째 구원투수로 나갔다. 장재영은 2루타와 볼넷 2개, 그리고 폭투를 얹어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어 연속 몸에 맞는 볼로 밀어내기로 2실점, 3-3 동점을 허용한뒤 헤드샷 판정으로 강판까지 당했다. 후속 투수 김성민이 중전 적시타를 맞아 장재영의 실점은 4점으로 늘어났고 5대8 역전패의 빌미에 시즌 자책점은 13.50으로 치솟았다.

이들뿐 아니다. 2013년 덕수고 3년 시절 5승을 올려 초고교급 투수로 불렸던 엄상백. 그는 프로 입단후 5년간 겨우 10승을 올린 뒤 현재는 상무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 역시 경남고 시절 고교 투수 넘버원으로 이름을 날렸던 서준원은 입단 첫해인 2019년, 4승((11패)의 혹독한 성적을 거둔뒤 지난해는 7승(6패)으로 좀 나아졌으나 올해는 단 한차례의 등판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들 5명의 사례에서 보듯이 제아무리 초고교급 투수라도 데뷔 첫해에는 프로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는 사실을 알수 있다. 프로팀에서야 투수 자원이 부족한 실정에서 선수의 장래는 아랑곳없이 마구잡이 등판을 시키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비효율적임이 드러나고 있다.

최소 6개월은 퓨처스 리그에서 투구폼을 다듬고, 수비-견제 요령-타자와의 수싸움-포수와의 호흡맞추기 등을 익혀야 10~15년 에이스로 성장할 수 있다. 첫해부터 섣부른 1군 등판으로 그저그런 투수로 전락시키는 것은 크나큰 손실이 아닐까.

한양대 시절 최고 시속 160km를 던져 일약 LA 다저스에 스카웃된 박찬호. 다저스는 입단 첫해인 1994년 4월, 박찬호를 중간계투로 첫 기용했으나 투구폼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는 판단하에 마이너리그로 바로 내려보냈다. 박찬호는 마이너리그 2년 동안 거친 폼을 다듬고 변화구 구사 능력도 단단히 익혀 아시아 선수 최다인 124승의 금자탑을 쌓을수 있었다. KBO리그가 받아 들여야 할 큰 교훈이다. 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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