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한화전. 1회말 2사에서 SSG 추신수가 상대 수비시프트에 대응해 3루 번트를 시도하고 있다.
시즌 초반 KBO 리그의 ‘뜨거운 감자’는 한화의 수비 시프트다. 상대 타자의 타격 성향에 따라 2, 3루를 비우는 극단적인 수비 이동은 한화의 경기때마다 팬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극단적인 시프트는 메이저리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법으로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49)이 한화의 첫 외인 사령탑으로 지난해 말 부임하면서 본격적으로 선을 보이고 있다.

올시즌 내내 그라운드를 달굴 한화의 시프트는 과연 성공을 거둘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먼저, 한화 선수들이 수비 시프트에 적극적으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시즌 초반이어서 적응이 덜 된 탓일 수 있지만 지난 4일과 6일, 베이스를 비운 탓에 모두 3개의 ‘공짜 도루’를 허용한 것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물론 이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적응이 될수 있지만 선수들이 기민하게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선수들이 시프트를 반기지 않은 반증이라고 볼 수 있다.

두번째로 극단적인 시프트는 상대 타자의 밀어치기와 기습 번트, 그리고 빗맞은 타구에 결정적인 취약점을 안고 있다. 시프트도 잘하고 상대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는 ‘두마리 토끼잡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수베로 감독은 “선수들의 실수를 복기하고 연구하면 전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뜻대로 전력 강화가 안되면 팀이 쉽게 망가질 수 있다.

한화 수베로 감독.

세번째는 팬심이 반영 안된 것이다. 팬이 없으면 프로야구 산업은 없으며, 프로야구 산업이 없으면 ‘FA 대박’이나 ‘2년차 연봉 1억원 대폭 인상’이라는 ‘별들의 순간’도 없다. 간단히 말해 팬이 없으면 프로야구팀의 존재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야구팬들, 좁게는 한화 팬들이 극단적인 시프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한화 구단에서 살피지 않고 있다. 만약, 팬들의 절대 다수가 시프트를 반대한다면 ‘수베로의 시프트’는 중단돼야 한다. 공식 여론조사를 않더라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팬들의 의견을 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한화 구단 홈페이지에는 팬들의 ‘찬반 여론’을 묻는 메뉴가 없다.

팀이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10년이 넘으며 비판, 질타의 여론을 막기 위해 소통란을 없앤 탓이다.

한화의 극단적인 시프트는 구단의 존폐가 걸린 엄청나게 중차대한 문제다. 만약 수베로 감독이 계약기간인 3년동안 팀의 숙원인 포스트진출을 이루지 못하고 미국으로 훌쩍 떠나버리며 그 후유증은 회복 불가능할 정도의 쓰나미급이 될수 있다. 도박에 가까운 극단적 시프트를 수베로 감독 1인의 고집에만 맡겨서는 안될 이유다

*12일 현재 KBO 리그 한경기 평균 시간은 3시간 18분이다. 2019년 3시간 11분에서 지난해는 3시간 13분, 올해는 5분이나 늘었다. ‘엿가락 경기시간’은 코로나19에 지친 팬들을 더 힘들게 할수 있다.

한화는 7경기를 치르며 전체 평균에 조금 밑도는 3시간 15분을 기록했지만 이닝당 여러번 있는 수비 시프트가 아니었으면 경기당 3분 이상은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이래저래 시프트는 원망의 소리를 듣게 됐다. 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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