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외국인타자 프레이타스.
지난 3일 열린 2021 프로야구 개막전은 지역별 많은 비로 인해(30~80mm) 4개 구장은 경기가 취소되고 고척돔에서만 개최됐다. 많은 팬들의 관심이 고척돔의 삼성-키움전에 쏠렸고 자연히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 하나에 몰두했다. 이날은 삼성 유격수 이학주의 공격, 수비에서의 치명적인 두가지 실책이 하이라이트였다.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가 있었다. 이학주(31)와 키움 외국인 선수인 데이비드 프레이타스(32)의 배터 박스내에서의 발의 위치였다. 일반적으로 타자들은 타격시 배터 박스 라인 앞쪽에서 양발이 7cm쯤 떨어져 있으나 두 선수는 이보다 약 10cm가 더 뒤로 물러나 있었다. 배터박스 라인에서 17cm 가량이나 뒤로 물러나 있으면 바깥쪽 볼을 치기 어렵다(몸쪽으로 들어오는 패스트볼과 변화구는 상대적으로 잘 칠 수 있음).

두 선수는 개막전 첫날 나란히 부진했다. 프레이타스는 4타수 무안타(삼진 2개), 이학주는 2타수 무안타(삼진 1개). 이튿날은 둘다 4타수 2안타를 때려 부진에서 헤어났다(프레이타스는 2타점 결승타 장식).

하룻만에 안타를 날린 것은 두 선수가 타격 적응력을 회복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양팀 전력분석팀의 정보분석 부재였다. 두 선수가 바깥쪽 볼에 치명적인 약점을 가진 타격자세라면, 선발을 포함한 투수들에게 바깥쪽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라는 조언을 했어야 했다. 그렇지 않고 가운데와 몸쪽으로 공을 던지니 둘 다 가볍게 배트를 휘둘러 2개의 안타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

삼성 이학주.

TV 중계를 지켜보던 웬만한 야구팬이라면 두 선수의 약점을 꿰뚫을 수 있었는데, 양팀 코칭스태프와 전력분석팀이 이를 간과한 것은 무척이나 아쉽다. 하지만 조만간 각팀 전력분석팀에서 두선수의 타격시 약점을 파악하면 투수들이 결정구로 바깥쪽을 공략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두선수의 안타 생산은 보기 힘들게 된다.

왜냐하면, 타격 자세는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가다듬어지므로 시즌중 수정은 모험에 가까운 탓이다(이학주는 스프링캠프때, 프레이타스는 미국 현지 스카웃시 결점을 지적하고 자세 수정에 들어갔었어야)

여기에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KBO 리그 투수 코치와 타격 코치들의 수준이 떨어지는 분석력과 적응력이다. 고속 카메라가 아닌 눈으로 파악할 수 있는 사항도 지나치는 건 직무태만에 가깝다.

첨단 기술과 더 세밀한 정보로 선수를 육성하는 ‘베터볼(better ball)’의 시대로 전환하고 있는 메이저리그를 언제 따라 갈지 아쉬움이 크다. 첨단 장비의 도움으로 팀마다 투타 분석력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평을 받지만 ‘육안(肉眼)’보다 뒤지는 부분이 아직 있다는 건 크게 반성할 부분이다.

*SSG는 지난달 30일 가진 창단식을 연고지 인천이 아닌 서울에서 가져 구설수에 올랐다. 서울 도심에 있는 웨스틴조선 호텔이 신세계그룹 소유이고 잠실 시범경기를 마친 선수단의 이동을 고려했다지만 평생 한번뿐인 창단식을 남의 연고지에서, 팬 대표 참석 한명도 없이 치렀다는 건 변명의 여지가 없는 ‘팬 무시’였다. ‘세상에 없던 프로야구의 시작’이라는 캐치 프레이즈가 무색해졌고 드론 300대를 동원한 최첨단 쇼는 빛이 바랬다. 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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