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회 롯데 감독
2020년이 아쉽게 지나간다. 프로야구에서 올시즌 후회막급인 감독, 선수들이 숱하지만 그중 신임 감독을 대표로 꼽을 수 있다.

올시즌 사령탑으로 데뷔한 이는 롯데 허문회, 삼성 허삼영, 키움 손혁, KIA 맷 윌리엄스 감독이다.

먼저 롯데 허문회 감독(48)을 살펴보자. 롯데는 2018년 7위에 이어 지난해는 최하위인 10위의 수모를 당하자 메이저리그(ML) 시카고 컵스 스카우트인 37세의 성민규씨를 단장으로 깜짝 선임했다.

성 단장은 신임 감독으로 LG, 상무, 키움 코치를 지냈으나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허 감독을 영입해 또 한번의 ‘깜짝 선임’을 했다.

허 감독의 선임 이유는 연고지인 부산 출신이라는 점. 부산공고-경성대를 졸업한 허 감독은 1994년 LG 지명을 받아 선수생활을 시작했고 롯데에서는 2001~2002년 두시즌을 뛰어 무명 선수에 가까웠다.

허 감독의 능력은 일단 베일에 가렸으나 5월 5일 개막후 5연승으로 1위를 질주,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하지만 시즌 성적은 71승 72패 1무(0.497)로 허무하게 7위로 떨어져 홈팬들을 실망시켰다. 막판 뒷심 부족으로 3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특히 사령탑의 능력이 한껏 발휘돼야 할 1점차와 연장전 승부에서 12승 21패, 4승 9패로 10개팀중 꼴찌였다. 148개의 병살타로 KBO리그 역대 한시즌 팀 최다의 불명예를 안았다.

거기에다 시즌 막판엔 프런트와의 갈등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당연히 감독으로 낙제점이었다.

허 감독이 시즌이 열리기 전 초반 승부가 중요한데도 “초반 25경기는 지켜보겠다”, 롯데 선수들이 힘이 떨어져 가는데도 “8월 중순 타팀들의 체력이 떨어질 때 치고 올라가겠다”는 해괴한(?) 발언을 해 홈팬들을 실망시켰다.

이상에서 보듯이 허 감독은 13년간 코치 직무에는 충실했지만 ‘지도자 준비’를 전혀 하지 않은 걸 알 수 있다. 실패를 거울삼아 내년 시즌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허삼영 삼성 감독

올해 8위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은 삼성 허삼영 감독(47)은 무명 선수 출신에 코치를 전혀 거치지 않은 경력이 리더십에 발목을 잡혔다. 전력분석팀장을 지내 데이터야구엔 정통했지만 선발 투수진 약세, 주전 선수의 잦은 부상, 이에 따른 멀티 포지션으로의 전환은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시즌 초중반 3위까지 오르는 ‘반짝 성장세’를 보였지만 8월 이후 하위권 추락으로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실패의 아쉬움을 팬들에게 안겼다.

FA(자유계약선수) 1루수 오재일과 새 외국인 타자 호세 피렐라(좌익수)의 영입으로 포지션은 안정세를 이뤘으나 강팀 도약엔 여러 문제점들이 도사리고 있다. 1년간의 시행착오와 실패가 얼마나 허 감독을 단련시켰는지는 미지수다.

맷 윌리엄스 KIA 감독

맷 윌리엄스 감독(55)은 ML 워싱턴 내셔널스 사령탑(2014~15)을 지내 시즌 초 엄청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성적표는 73승 71패(0.07), 6위에 그쳐 ‘찻잔속의 태풍’이 되고 말았다. 시즌중 한번도 3위에 들지 못하고 5~7위를 맴돌았다.

KBO리그는 물론, 팀 선수들을 파악하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려 능력을 발휘하는데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ML 감독 출신이라도 한국 문화및 음식, 야구에 적응하지 못하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걸 여실히 보여줬다.

윌리엄스 감독은 지난해 11월 팀의 마무리훈련을 잠시 지켜본 뒤 미국으로 돌아갔고 2월초에야 스프링캠프에 합류했으니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하는데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는 내년 시즌 한화를 책임질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수베로 감독은 지난달 미국 현지에서 감독 계약을 하고 선수들과 상견례도 하지 않았으니 윌리엄스 감독보다 한국 프로야구 적응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

수베로 감독뿐 아니라 수석, 투수, 타격 코치 등 코칭스태프 수뇌부를 모두 외국인에게 맡겨 한화는 내년 크든 작든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캔자스시티 로열스 사령탑 출신인 트레이 힐만 감독이 부임 2년째인 2018년 SK를 일약 한국시리즈 챔피언으로 만든 것은 2003년부터 5년간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 감독을 지낸 덕분이다. 5년간 한국과 닮은 점이 많은 일본의 역사와 문화, 음식과 야구 습성을 잘 익혔기 때문에 KBO리그에서도 2년만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여간 윌리엄스 감독은 5강의 턱밑인 6위에 팀을 올렸으므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할수 있다. ML 지도자 경력이 풍부한 만큼 감독 2년차인 내년엔 올시즌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팀을 크게 성장시킬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손혁 전 키움 감독

키움 손혁 감독(47)은 ‘어처구니없다’는 말밖에 안나온다. 손감독은 지난 10월 8일 전격적으로 자진사퇴한다고 발표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은 야구인이나 기자, 심지어 팬들까지 아무도 없었다.

키움은 9월 13일 1위 NC와 게임차없는 단독 2위로 올라섰으나 이후 9월 15일부터 10월 7일까지 8승 13패에 그치며 1위 NC에 무려 9경기차로 뒤졌다. 이에 구단 고위층이 손 감독의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사퇴를 압박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손감독은 지휘봉을 놓고 말았다.

손 감독이 사퇴하지 않고 끝까지 시즌을 책임졌다면 5위보다는 더 나은 성적표를 받아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포스트시즌에서 진짜 능력의 심판대에 오를 수 있었는데 미완성으로 끝나 아쉽기 그지 없다.

의문투성이로 감독직을 사임한 탓에 손 감독의 야구계 복귀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된다면 야구계로서는 ‘명감독 후보’를 한명 잃은 셈이어서 참으로 안타깝다.

신임 감독의 돌풍을 이야기할 때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이가 ML 지미 하인즈 감독이다. 그는 데뷔 해인 1969년 만년 하위팀인 뉴욕 메츠를 일약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어 ‘미러클 메츠’라는 닉 네임을 얻었다. 팀 전력은 거의 그대로인데도 그가 왜 감독 첫해에 엄청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을까.

하인즈는 코치 시절, 감독이 잘못하는 점들을 꼼꼼이 메모했다. 선수 기용(특히 투수교체), 특정 선수의 편애(편가르기), 무리한 작전 등을 틈날 때마다 적어놔 차후 사령탑이 됐을 때를 대비했다.

무리한 훈련, 실수하거나 삼진을 당한 선수에 대한 비난 등 선수들이 싫어하는 점들도 적나라하게 수첩에 적었다. 하인즈가 단시일에 성공한 것은 단적으로 이야기해서, 선수들이 싫어했던 부분을 배제하고, 선수들이 하고 싶어하는 점을 강력히 실천한 점이다.

그러므로 각팀은 새 감독 선임시, 얼마나 준비된 지도자인지를 철저히 검증해야 된다. 이런 면에서 후보자들의 집중 면담으로 감독을 선출한 LG가 모범 케이스로 보인다. 물론 류지현 감독이 내년 웬만큼 성적을 올려야 하지만. 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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