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대 KBO총재에 선임된 정지택 전 두산 베어스 구단주 대행.
지난 14일 KBO(한국야구위원회) 이사회에서 제23대 총재로 선출된 정지택 전 두산베어스 구단주대행(70)은 기대반 우려반 속에 새해 1월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정 신임 총재에 대한 기대감은 행정고시(17회) 출신으로 경제기획원, 재정경제원, 통계청, 기획예산처 등 정부 주요 부처를 두루 거쳤고 한국경영자협회 부회장, 한국 신.재생 에너지협회장 등을 역임해 사회 각층에 폭넓은 인맥을 구축하는데 있다.

또 2000년부터는 중앙종합금융 부회장, (주)센텔 사장, 두산테크백 BG 사장, 두산건설 대표,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일해 CEO로서의 역량과 비즈니스 감각이 돋보인다.

따라서 뜻하지 않은 코로나19사태로 위기에 처한 프로야구계 전반을 회복시킬 적임자로 야구인들의 기대를 한껏 모으고 있다. 더구나 10개 구단 사장들의 만장일치 추대로 취임해 어느 총재보다도 막강한 권한을 휘두를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야구단 구단주대행은 야구 행정가로서 거의 할일이 없기 때문에 베어스 구단주대행 경력은 총재직 수행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정총재 앞에 놓인 과제도 만만찮다. 먼저, 관중 회복이다.

내년초 코로나 백신 접종으로 확진자 수가 크게 줄어든다 해도 올해 ‘잃었던 관중’을 1,2년전의 700만, 800만명대로 복원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KBO를 비롯한 10개 구단의 적극적인 마케팅력을 앞세운 피눈물나는 노력없이는 힘들어 보인다. 정 총재가 취임초 프로야구 사업 전반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가며 큰 성과도 거둘수 있을지 주목받는 이유다.

두 번째는 무소불위라고 할만큼 막강한 총재 권한을 향후 3년간 제대로 구사할 수 있을지다.

KBO 규약에 따르면 총재는 ▲KBO를 대표하고 이를 관리및 통할한다 ▲직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특별위원회를 설치할수 있다 ▲리그를 관리하고 KBO가 이를 주최하게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총재는 리그 발전과 KBO 권익 보호를 위해 리그 관계자에게 필요한 지시를 내릴 수 있다 ▲리그 관계자 사이에 분쟁이 있는 경우 중재할수 있는 재정 권한을 가진다 ▲리그 관계자가 규약을 위반할 경우 적절한 제재를 할수 있다 ▲총재의 지시, 재정, 재결및 제재는 최종 결정이며, 모든 리그 관계자에게 적용되는 구속력을 가진다 등이다.

KBO 총재는 리그를 대표하는 직무를 지니면서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권한이 부여된 ‘야구 대통령’이다. 그러나 역대 총재 중 이런 권한을 마음껏 구사한 이는 한명도 없었다.

KBO는 말이 위원회지 은행협회, 손해보험협회처럼 회원사들의 지원을 받아 회원사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협회의 성격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10개 구단 사장들의 의견 개진이나 합의 사항에 대해 아무리 반대의사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쉽사리 거부를 하긴 힘든 실정이다.

그렇다 해도 정 신임총재만큼은 총재의 권한을 최대한 발휘해 위기에 빠진 프로야구계를 정상궤도에 올려 놓아야 한다. 좌고우면할 필요가 없다. 프로야구 백년대계를 위한 청사진이라면 소신대로 마음껏 펼쳐야 한다.

또 한가지 정 총재가 이뤄야 할 것은 ‘비대면’이 아닌 정식 구단주 총회 개최다. 구단주 총회는 2014년 4월 23일 이후 한번도 열리지 않고 있다. 재벌그룹 회장, 부회장인 구단주들이 바쁜 업무를 핑계삼아 총회 개최에 호응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독립구단인 키움 제외).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전 총재들이 구단주 총회 소집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각 구단마다 코로나로 인해 재정이 크게 압박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구단주들의 적극적인 협조없이는 결코 프로야구 산업이 반듯하게 정립하기 힘들다.

1,2개월간의 여유를 두고 조찬 모임으로 구단주 총회를 소집한다면 모든 구단주들이 모일 수 있을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정총재의 결단을 촉구한다.

신임 총재가 프로야구계의 빠른 적응을 위해서는 단기간내 많은 야구인및 언론인을 만나야 한다. 또 야구 전반에 대한 파악및 연구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6대 오명 총재는 단 25일만 재직한 역대 최단명 총재다(1993.11.26~1993.12.21). 하지만 그는 총재 내정이 확정되자 바로 대형문고로 뛰어가 야구관련 서적을 모두 구입, 독파하는 열성을 보였다(필자가 직접 목격).

마지막으로, 신임 총재의 첫 번째 시험대는 사무총장 선임이다. 사무총장 선출은 1.유임 2. 내부 승진 3. 외부 영입 등 세가지 경우가 있다.

정 총재는 1,3번중 3번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화와 쇄신을 모색하기 위해 외부 영입은 타당성 있어 보이지만, 항간의 소문대로 두산 출신이어서는 곤란하다는 게 야구계의 중론이다.

특정 구단 출신이 총재와 총장을 독점한 사례가 없거니와 그렇게 되면 업무 추진에 객관성을 잃을수 있어 결코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특히 구단및 선수 징계).더구나 외부 영입의 경우, KBO 내부 반발이 심할 가능성이 높아 더욱 심사숙고해야 할 사안이다.

두산이 SK로 떠난 최주환의 보상선수로 영입한 강승호.

*코로나로 힘들다더니만 21일 오전 10시 현재 프로야구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이 총 16명중 7명이 완료, 금액은 벌써 293억에 달했다. 게다가 탈원전 여파로 10개 구단중 재정 압박이 가장 심한 두산이 허경민과 최대 7년 총액 85억원, 정수빈과 6년 56억원에 계약하는 등 141억원으로 전체 액수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이변(?)을 낳고 있다.

야구 팬들의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는 이런 기현상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을까. 필자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두산그룹 채권단이 야구단의 인력 수급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채권단의 무관심을 틈타, 또 두산 구단주의 전폭적인 지원아래 ‘가난한 두산’이 FA 시장의 큰손으로 등장하고 있다.

*두산이 지난 18일 FA 최주환의 보상 선수로 SK 내야수 강승호를 영입했다. 하지만 강승호는 지난해 4월 혈중 알코올 0.089%로 면허정지 수준의 음주운전 사고를 낸바 있다. KBO로부터 90경기 출장정지, 1000만원 제재금, 봉사활동 180시간의 역대 음주운전사고 최고의 징계를 받았다.

강승호는 바로 임의탈퇴돼 아직 26경기 출장정지의 징계가 남아 있다. 남은 징계는 두산 유니폼을 입고 받게 된다. 그래서 요즘 SNS에서 강승호의 복귀를 두고 팬들 사이에 말들이 많다. 두산 전 풍 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클린 베이스볼’을 천명한바 있어, 비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래저래 두산이 당분간 ‘야구계 화제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 본지 객원기자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