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공비 논란에 대해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있는 이대호 전 선수협 회장. 이대호는 회장직에서 물러난 뒤 최근 저연봉 및 2군선수를 위해 활용할 목적으로 선수협에 1억원을 기부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이대호 프로야구선수협의회(선수협) 직전 회장이 지난 10일 선수협에 1억원 기부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이대호측은 이 금액이 저연봉 및 2군 선수들을 위해 활용될 수 있도록 지정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호의 전격 기부는 지난 2년 전 회장 취임 때 판공비 ‘셀프 인상’에 따른 최근 프로야구계와 팬들의 비판을 수용한 것으로 “어떤 방식으로든 문제점을 해결하겠다. 또 어려운 후배들을 돕겠다”는 퇴임시 다짐을 이행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이 칼럼에서, 10여년 전 법인카드의 개인사용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모 감독처럼 1억원 가량 기부를 건의했던 필자로서는 이대호의 기부를 크게 반긴다. 만약 이대호가 기부를 하지 않았다면? 이후의 행보는 생각하기조차 끔찍하다.

이대호는 지난 7일 체육시민단체인 ‘사람과 운동’으로부터 선수협 회장 시절의 업무상 배임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당했다. 만일 기부가 없었다면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돼 포토 라인에 섰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이대호뿐 아니라 프로야구 전체의 명예에 먹칠을 하게 된다. 이대호의 기부에 따라 ‘사람과 운동’은 고발을 취하할 가능성이 높다.

프로야구계는 최근 삼성 라이온즈 신인인 신동수(19)의 SNS 막말 파문으로 몸살을 앓았다. 또 키움 이택근(40)과 허 민 키움 이사회 의장(44)의 ‘야구놀이’ 영상 파문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팬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한다.

프로야구는 올들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엄청난 위기를 겪고 있다. 또한 그 후유증이 어떤 형태로든 내년까지 이어질것으로 보인다. 재정적인 문제는 제쳐두고 1,2년전 700만, 800만명대를 기록한 관중수가 ‘추풍낙엽’이 될 우려가 크다.

거의 대부분 팬들이 야구경기를 TV 중계나 스마트폰으로 시청하다보니 ‘직관’의 흥미를 잃은 게 보통 큰 문제가 아니다.

야구장을 오가는 시간과 비용, 재미없는 경기를 볼 때의 실망감 등을 생각하면 ‘비대면 관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백신 개발과 접종으로 코로나가 진정된다 하더라도 내년 시즌에 직관을 희망하는 팬들이 줄어들건 보나마나다.

이럴 때일수록 프로야구 종사자, 특히 선수들이 언행에 조심을 해야 한다. “나하나 잘못이 전체에 엄청난 피해를 끼칠수 있다”는 경각심으로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처신을 삼가야 한다.

연말임에도 코로나 확진자의 급증으로 전 국민들이 외출과 모임을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프로야구 선수들에게는 12월과 1월이 비활동기간으로 힘들었던 시즌때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음주 운전, 인터넷 도박, SNS 막말과 댓글, 성희롱 등 프로야구 전체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가 올해만큼은 한건도 없어야겠다.

나아가, ‘FA(자유계약선수) 대박’과 연봉 5억원 이상의 선수들을 중심으로 선행과 기부가 이어진다면 프로야구의 이미지를 높여 내년 관중 동원에 ‘작지만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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