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 위원, "립서비스 수준의 외신에 더 이상 놀아나면 안돼"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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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그야말로 '놀아났다'는 표현이 딱 맞다. 설레발도 이런 설레발이 없었다. 철저하게 외신에 놀아났고 설레발에 피해를 입은 것은 야구팬들과 선수, 더 나아가 한국야구 전체다.무분별한 외신 인용과 설레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첫 번째 충격은 김광현(26)에서부터 나왔다. 지난 11일 종료된 김광현 포스팅의 결과는 샌디에이고 파드레스가 200만달러의 금액으로 단독협상권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SK나 국내언론은 1,000만 달러까지 생각했다. 5분의1 가격인 200만 달러라는 금액에 충격을 받았다.

1,000만 달러 예상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었다. 바로 김광현을 지켜봤던 스카우트들과 현지 정보를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는 외신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기 때문. 표면적으로 여러 팀이 김광현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며 자연스레 김광현의 몸값도 높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막상 현실과 마주했을 때는 모두가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양현종(26) 역시 다를 바가 없었다. 양현종은 포스팅 이전부터 '김광현 보다 메이저리그에서 좋아하는 것은 양현종이다', '김광현은 불펜감, 양현종은 선발감으로 보고 있기에 더 비쌀 것이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외신에서는 '양현종은 3~4선발급 투수'라는 보도 역시 심심찮게 내면서 김광현의 200만 달러라는 선례가 있었음에도 '그래도 양현종은 500만 달러 정도는 받을 것'이라는 검증되지 않는 예상이 난무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양현종은 김광현보다도 적은 금액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고 또 다시 팬들은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선수 본인들도 자신들은 가만히 있으려할지라도 주변에서 얘기가 많았기에 괜한 기대감을 품었을 터. 결국 포스팅 결과에 선수들 역시 큰 상처를 받았다.

사실 김광현과 양현종의 가치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것은 '우리'다. 국내 야구인들 만큼 그들의 경기를 많이 지켜본 사람도 없다. 스카우트들이 물론 상부에 보고를 하는 것일 테지만 그들 역시 메이저리그 기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흘릴 리 만무하다. 그저 좋은 립서비스로 선수를 평가해주는 것을 그대로 받아쓴 것을 2차 인용 보도하는 행태에 대해 되돌아봐야한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도 이같은 외신의 보도 태도에 의견을 같이했다. 허 위원은 "국내 9개 구단도 내부사정을 다 알기 힘든법인데 메이저리그라고 어떻게 정확히 알겠는가. 메이저리그가 훨씬 규모도 크고 복잡하다보니 외신을 인용할 수밖에 없는 미디어 환경인 건 맞다"면서도 "하지만 외신이라는 것이 구단에 정통한 기자, 아닌 기자, 블로거 등 다양하지 않은가. 무차별적으로 인용하려다보니 착오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허위원은 이어 "담당기자라 할지라도 스카우트들이 극비사항은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립서비스에서 놀아나는 미디어 환경은 더 이상은 안 된다"며 "외신 보도에 대한 자성이 필요하다. 메이저리그를 속속들이 아는 사람은 국내에 없다. 정확하지 않은 외신을 그대로 보도해서는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허구연 위원은 1984년부터 메이저리그와 연을 맞댔다. 그럼에도 "자신 있게 '메이저리그를 잘 안다'고 말하는 것이 꺼려진다"며 "그만큼 국내에서 '메이저리그를 안다'라고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무도 모른다고 봐야 된다. 국내에는 현지에 가 있는 특파원도 적지 않은가"라며 되물었다.

결국 외신에 놀아나고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국내 환경에 피해를 보는 것은 한국야구다. 또한 구단들 역시 헛바람만 들어갔다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이번 포스팅 결과는 단순히 한국 야구 선수들의 수준을 얘기하는 것이 아닌 언론 행태의 수준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였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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