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경험에서 갈렸다. 준비된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삼성이 8일 롯데와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승리한 건 전적으로 경험 덕분이다.

역대 17차례 준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자가 예외 없이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던 데이터상 이날 승리는 단순히 1승 이상의 의미가 있다. 1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삼성은 풍부한 경험을 앞세워 절대 놓쳐서는 안 될 1차전을 기어이 잡았다.

선동열 삼성 감독과 주장 진갑용은 전날 미디어데이 행사 때 초지일관 '큰 경기경험이 곧 재산'이라는 점을 강조했고 결코 허언이 아니었음이 이날 경기에서 입증됐다.

◇초장에 무너진 송승준 포크볼

1회초 삼성 톱타자 박한이의 타격에서부터 준비된 삼성의 모습이 읽혔다.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과 전혀 다르다'는 선 감독의 말마따나 삼성 타자들은 송승준을 철저하게 연구했다. 삼성은 2006년 한화 류현진에게 정규 시즌에서 5승이나 헌납했다가 결정적인 한국시리즈에서 이겼던 전례가 있다.

박한이는 볼카운트 2-1의 불리한 상황에서 송승준이 전매특허인 포크볼을 던지자 엉덩이가 빠진 상태에서 기술적으로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때렸다.

삼성은 송승준의 포크볼에 말려 정규 시즌에서 3패나 당했다. 그래서 포크볼에 집중했고 박한이의 안타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나타났다.

0-1로 뒤진 3회초 무사 2루에서 나온 박석민의 중전 안타도 송승준의 포크볼을 공략한 것이다. 그는 스윙하는 듯 마는 듯 엉거주춤한 자세로 안타를 때렸고 송승준은 동점을 허용하고 흔들렸다.

회심의 포크볼이 안타를 맞자 송승준의 선택은 직구로 집중됐고 결국 이를 노리고 들어오던 삼성 타자들에게 잇달아 적시타를 허용했다.

송승준은 1회 23개, 2회 22개를 던지며 초반부터 힘을 뺐다. 그렇게 집요하게 대처한 삼성 타자들의 승리였다. 까다로운 송승준이 2⅔이닝 만에 조기강판하자 삼성은 쉽사리 점수 차를 벌리기 시작했다.

◇너무나 공격적이었던 롯데

롯데는 올 시즌 볼 카운트에 상관없는 적극적인 배팅으로 호쾌한 공격 야구를 이끌었다. 이날도 좋은 공이 들어오면 공격적으로 배트를 돌렸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선취점을 일찍, 최대한 많이 뽑아야 한다는 부담 탓이었는지 모른다. 일방적인 응원을 펼쳐 준 부산 팬들에게 꼭 8년 만에 첫 승을 안겨야 한다는 압박감도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송승준이 2회까지 45개를 던지며 고전하였지만 배영수는 18개만 던졌다.

삼성 선발진이 약해 배영수만 꺾으면 시리즈를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형국이었으나 롯데 타자들은 배영수를 괴롭히지 못했다. 단기전 경험 노하우가 부족한 게 여실히 드러났다.

누구든 1회가 가장 어려웠지만 워낙 롯데 타자들이 덤빈 덕분에 배영수는 힘들이지 않고 상대 타선을 요리했다. 직구 최고 시속은 140㎞대 초반에 불과했으나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등 유인구로 롯데 타자들의 눈을 기막히게 속였다.

평소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나 롯데가 좀 더 영리한 공격을 펼쳤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테다.

3회 7점이나 뺏겨 승부 추가 급격히 기울어진 뒤 롯데 선수들의 몸은 굳어갔다.

5회 2실점할 때 나온 조성환의 수비 실책, 5회 1타점 중전 적시타를 때리고 2루까지 무리하게 뛰다 횡사한 김주찬, 6회 1사 후 좌선상 안타를 때리고 2루까지 뛰다여유 있게 잡힌 이대호의 플레이는 '작은 실수가 승패를 가른다'는 단기전의 법칙을재차 생각하게끔 한 대목이다.

롯데는 1차전에서 드러난 경험 부족을 최대한 빨리 보완하고 자신감을 회복해야한다는 숙제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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