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 방안 발표
내년부터 자산 10조원 이상 상장법인 영문공시 의무화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금융당국이 30여 년간 유지돼 온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아울러 내년부터 자산 10조원 이상의 상장법인의 영문공시가 단계적으로 의무화된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이런 내용을 담은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 방안을 25일 발표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1992년 도입 후 30여 년간 유지해온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를 폐지하는 등 글로벌 투자자들이 우리 시장에 투자하는데 걸림돌이 되어온 규제들을 과감히 개선하겠다”고 취지를 밝혔다.
외국인 투자등록제는 국내 상장 증권에 투자하려는 외국인이 금융당국에 인적 사항 등을 사전 등록해야 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1992년 외국인 상장 주식 투자를 허용하면서 종목별 한도 관리를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기간산업에 속하는 33개 종목을 제외한 일반 상장사에 대한 한도 제한이 폐지된 1998년 이후에도 유지해왔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 없는 제도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과도한 규제', '낡은 규제'란 지적을 받아왔다.
글로벌 주가지수 산출기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작년 한국 시장 접근성을 가로막는다며 지적한 9개 항목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에 금융위는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을 통해 연내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는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사전등록 없이 한국증시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법인은 LEI, 개인은 여권번호를 통해 가능하다. LEI는 법인에게 부여되는 표준화된 ID(Legal Entity Identifier)로 2011년부터 G20에서 도입하고 있다.
금융위는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폐지해도 기존과 동일한 수준의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한국거래소가 제공하는 거래 내역을 활용하면 종목별·국적별·기관유형별 주요 통계는 현재처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외환 관련 모니터링은 필요시 주요 투자자의 투자 동향을 사후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모니터링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기간산업에 해당하는 33개 종목에 대한 외국인 취득 한도 관리도 거래소 제공 내역으로 취득 한도를 초과하는 주문은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제 즉시(T+2) 투자내역을 보고하도록 한 의무도 폐지한다. 외국인 통합계좌(다수 투자자의 매매를 단일 계좌에서 통합 처리할 목적으로 글로벌 운용사 명의로 개설된 계좌)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한국증시 투자를 활성화시키겠다는 방안이다.
통합계좌는 투자 내역 보고 의무 때문에 활용도가 떨어져 지난 2017년 도입 후 활용된 사례가 없다. 다만, 투자 내역 보고 의무를 폐지하는 대신 통합계좌를 개설해준 증권사가 세부 투자 내역을 관리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필요할 경우 최종투자자 투자 내역을 요구하고, 이에 증권사들이 불응하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면 제재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마련할 계획이다.
상장주식‧채권에 대해 외국인은 사전심사 없이 사후 신고만으로 장외거래를 할 수 있는 범위가 확대되고, 신고 부담도 대폭 완화된다.
그간 사후 신고로 장외거래가 가능한 경우는 조건부 매매, 직접 투자, 스톡옵션, 상속·증여 등으로 한정됐다. 금융위는 이를 개선해 사전 심사 필요성이 낮고 장외 거래 수요가 높은 유형들을 사후신고 대상에 적극 포함하기로 했다.
영문공시도 내년부터 자산 10조원 이상 상장법인을 시작응로 시장에 필요한 중요정보부터 단계적으로 의무화한다. 아울러 2026년부터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로 영문공시 의무화가 확대된다.
현재 영문공시는 시스템에 의한 영문 자동 변화, 기업의 자율적인 영문 공시 제출에만 의존하고 있어 외국인 투자자 정보 접근성이 제한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제기준에 맞춰 우리 자본시장의 투자환경이 개선되어 외국인 투자가 보다 확대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