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룹'서 계성대군 역… '1박2일' 시즌4서 막내 멤버로 맹활약
"제 인생 프로그램 '1박2일' 출연하게 돼 무척 신나"
"KBS '거북이 채널' 통해 배우 한 길 걷겠다고 결심했죠"

배우 유선호/사진제공=큐브엔터테인먼트
배우 유선호/사진제공=큐브엔터테인먼트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가수이자 배우인 유선호에 대해 tvN 드라마 '슈룹'을 보기 전에는 사실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프로듀스 101 시즌2'에서 '병아리 연습생'으로 불리며 활약했고 데뷔조에는 들지 못했었다는 사실정도만 알고 있었을 뿐.

지난해 12월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슈룹'은 사고뭉치 왕자들을 위해 치열한 왕실 교육에 뛰어든 중전 화령(김혜수)의 파란만장한 궁중 분투기를 그린 드라마다. 유선호는 극중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계성대군 역을 맡아 모자라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는 딱 맞춤한 연기를 펼쳤다. 사연 있는 캐릭터이기에 자칫 잘못하면 오버 페이스를 펼치거나 감정에 치우치기 십상이었으련만 유선호는 모친 역의 김혜수와 성남대군 역 문상민 등과 조화로운 앙상블 연기를 펼치며 노련한 연기파 못지 않은 진정성을 전달했다.

배우 유선호가 '슈룹'의 종영 인터뷰를 위해 서울 상암동 스포츠한국 사옥을 찾았다. 데뷔 스토리부터 소속사와 계약을 맺기까지 에피소드, '슈룹' 출연 에피소드 등을 막힘 없이 펼쳐내놓는 유선호는 딱 MZ세대 그 자체였다. 모난 구석도 없었고 특별히 긴장도 하지 않았다. 최선을 다한 사람에게서 볼 수 있는 당당한 태도가 눈에 띄었다. 새롭게 합류해 활약을 펼치고 있는 KBS2TV '1박2일' 시즌4 때문에도 매우 신이 난 눈치였다.

배우 유선호/사진제공=큐브엔터테인먼트
배우 유선호/사진제공=큐브엔터테인먼트

- 데뷔 과정이 궁금하다. 

▶ 어릴 때 특별한 꿈은 없었다. 중학교 2학년 때 밴드부 활동 중에 축제에 나가서 공연을 했다. 그날 매니지먼트에서 명함을 주시더라. 당시에는 이런 쪽으로 개념이 없다보니 사기꾼이신가 하는 생각도 있었다.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당시에는 없었다. 그런데 소속사 관계자 분이 한번 사무실로 와보라고 하셨는데 마침 비투비 회사더라. 그러면서 '연예인 구경이나 한번 가볼까'하고 갔다가 결국 큐브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하게 됐다. 처음 소속사에 간 날 노래를 해보라고 하시길래 임창정 선배님 '소주 한잔'을 불렀다. 춤도 춰보라고 하시기에 전혀 춤을 못추는 실력인데 학교 축제에서 에이핑크 '노노노'를 쳐봤던 게 생각나서 그걸 췄다. 1차 오디션에 통과한 후 2차 오디션 때는 댄스 동아리 친구에게 엑소 선배님들의 '으르렁'을 배워서 갔다. 막상 시작하자마자 까먹어서 박수만 치다 내려왔는데 합격 시켜주셨다.(웃음) '프로듀스 101'에도 연습생 생활 6개월 만에 나갔었다. 당시 잘못할 것 같은 마음이었는데 '자신있다'고 말씀드리고 참석했던 기억이 있다.(웃음)

- 연기하는 것이 재미있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된 작품은. 

▶ 2019년에 KBS '거북이 채널'(2020방영)이라는 드라마에 출연했었다. 당시 가수와 연기자의 길을 놓고 고민할 때였는데 그때 연기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걸 걸고 싶었따. 일주일에 6회차를 촬영할 정도로 타이트한 현장이었는데 준비과정도 재미있고 짜릿했다. 모든 걸 다 쏟아냈었다. 그 작품을 끝내고 나니 마음이 헛헛하더라. 그 때부터 제 인생이 달라졌다.  

- '1박 2일' 시즌4 출연이후 예능 관련 뉴스에 유선호만 도배되는 것 같다. 출연 소감은. 

▶ 재미있을 것 같아서 제안을 주셨을 때 바로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정말 너무 재미있었다. 모든 형들이 정말 따뜻하고 세심하고 다정다감하시다. 특히 문세윤 형은 너무 따뜻하시고 같인 회사 형인 나인우 형이 제가 적응하는데 큰 도움을 주셨다. 스태프분들까지 포함하면 100명 가까이 되는데 저는 처음 만나는 분들이잖나. 인우 형이 큰 의지가 된다. 출연 전 제작진 미팅 당시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 '1박2일 함께 하면 어떨 것 같은가' 등을 물으셨다. 한달에 두 번 여행을 함께 하며 같이 밥먹고 게임하는 시간이 재미있을 것 같더라. 다만 '저는 웃긴 사람은 아닙니다'라고 미리 말씀드렸다. 

배우 유선호/사진제공=큐브엔터테인먼트
배우 유선호/사진제공=큐브엔터테인먼트

- '1박2일' 출연에 대해 스스로에게 거는 기대가 있다면. 

▶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인생 프로그램이다. 그런 프로에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을 정도다. 제 어릴 적 시간을 책임지던 프로그램에 나가게 돼 정말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원래 제가 압박감이나 이런 걸 잘 안느끼는 성격이다. 큰 기대나 부담보다는 재미있게 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 

- '슈룹'에는 어떻게 캐스팅됐나. 

▶ 제가 JTBC '언더커버'라는 드라마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겪는 승구라는 캐릭터를 연기한 적이 있었다. 지진희, 김현주 선배님과 함께 출연한 작품인데 제게는 도전이고 모험과 같은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슈룹' 김형식 PD님이 좋게 보셨던 것 같다. 한번 미팅해보자는 제안을 받았고 당시 모든 왕자들이 다 등장하는 20~30페이지 분량의 대본을 받았는데 하루 전날 받았기에 다 준비해가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애매하게 할 바에 딱 하나만 제대로 보여드리자 싶더라. 그래서 계성 대군 분량을 준비해갔다. 오디션에서는 준비해간 그대로 보여드렸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함께 하자'고 연락을 주셨더라. 

- 계성대군 역할을 연기하면서 이후 성소수자 역할 위주로 캐스팅 제안이 들어올 것에 대한 우려는 없었나. 

▶ 그런 걱정은 하지 않는다. 내 마음에 안 들면 안 하면 되지 않나. 오히려 섬세하고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계성대군의 매력이 크게 다가왔다. 다른 캐릭터도 매력 있었지만 계성대군만 준비해간 데는 이유가 있었다. 물론 제가 느껴보지 못한 감정들도 있어서 표현을 위해 다른 작품들이나 책도 많은 참고를 했다.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책이나 논문도 읽었다. 계성대군에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다. '대니시걸'도 봤고 성소수자를 다룬 작품도 많이 봤다. '슈룹'은 가족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이기에 이런 부분을 다룬 유튜브 영상이나 다큐 등도 참고했다. 나중에 큰 도움이 됐다. 

- 어머니로 호흡을 이룬 김혜수와 함께 한 소감은. 

▶ 살면서 이런 감정을 또 느껴볼 수 있을까 싶다. 이렇게 깊은 감정의 연기를 해보는 건 김혜수 선배님이 첫 상대이신 것 같다. 제가 감히 말하기 그렇지만 김혜수 선배님이 대단하신 점은 상대방을 몰입시킬 줄 아신다는 거다. 선배님과 연기하고 있으면 제가 정말 그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빨려들어간다고 할까. 혜수 선배님 덕에 제가 계성대군에 더 다가갈 수 있었고 제 생각 이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 

- 김혜수와 호흡할 때 특히 어떤 방식으로 연기 몰입도가 높아졌나.

▶ 제가 준비해온 계성대군을 존중해주시고 제 연기를 존중해주셨다. 특별히 크게 조언을 해주신다거나 이러지 않으셨다. 제 장점에 대해 오히려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특히 3부에서 어머니가 계성에게 비녀를 주시는 장면은 대사가 한마디밖에 없고 감정으로 전부 표현해야 하는 신이었다. 혼자 준비를 하다보니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솔직히 불안하기까지 했다. 제가 준비한 것을 믿고 선배님과 감독님을 믿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촬영을 시작했는데 김혜수 선배님 얼굴을 보는데 뭔가가 팍하고 느껴지더라. 그대로 연기하고 나니 오케이 사인을 주셨다. 어떻게 연기했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날 정도였다. 선배님께서 "계성아, 네가 지금 한 것이 진짜 연기야, 정말 좋았어"라고 말씀주셨다. 

- 김혜수와 함께 한 장면 중 또 다른 인상 깊은 장면은. 

▶ 마지막회에서 계성이 어머니를 떠나는 장면에서 저는 자신은 없지만 담담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어머니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은 계성의 마음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런데 리허설때 선배님이 펑펑 우시는 거였다. 저도 연기를 하다 보니 선배님과 같이 눈물 콧물 다 흘리고 있었다. 제가 생각한 것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나왔다. 하지만 너무 좋았다. 선배님과 마지막 촬영이어서 함꼐 허그를 하고 헤어졌다. 선배님께서 "선호는 연기할 때 거짓 없이 진실되게 해서 좋다"라고 해주셨는데 제가 추구하는 가치관을 읽어 주시고 알아봐주셔서 좋았다.  

- 엔딩 장면에 계성이 중요 포인트로 등장하더라. 

▶ 감독님이 계성을 소중하게 생각하시고 제 연기를 좋아해주셨다. 마지막 방송이 끝나고 김혜수 선배님이 연락을 주셨다. "계성이 성장한 것이 느껴졌다"고 하시더라. 정말 계성을 보내주기 싫은 마음이었다. '드디어 끝났구나'하는 생각도 있었다. 사실 엔딩에서 제가 등장하는 장면을 놓쳤다. 어머니 전화를 방송을 다시 챙겨봤다. 

- 배우로서 목표가 있다면. 

▶ 원래 배우로서 목표 같은 건 없었다. 그냥 무작정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성공하고 싶고 이런 마음도 없었는데 이번에 제가 어떤 캐릭터를 연기했을 때 시청자 분들 마음에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성공한 거라는 걸 깨달았다. 시청자들이 제 연기를 보고 똑같이 몰입해주시고 어떤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드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성공인 것 같다. 예전에는 제가 연기하는 재미가 컸다면 '슈룹'을 통해 시청자들께 어떤 감상을 드릴 수 있는 게 얼마나 보람된 일인지 깨달았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