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동남아시아의 월드컵’이라는 별칭을 가진 대회 결승전에서 마주친 두 팀이다보니 신경전마저 흡사 전쟁 같았다. 시작은 사소했지만 순식간에 손찌검을 주고 받으면서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베트남과 태국이었다.

ⓒSBS스포츠 중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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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대표팀은 13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9시30분 베트남 하노이의 미딩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일렉트릭컵 결승 1차전 태국과의 맞대결에서 2-2로 비겼다.

베트남은 전반 24분에 응우옌 띠엔 린의 멋진 헤더골로 앞섰지만 후반 3분 포라멧 아리비리아에게, 이어진 후반 18분에 피라돌 참사라미에게 역전골을 맞으며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가져가더니 정규시간 종료 2분 전에 부 반 타인이 멋진 중거리슛으로 기적 같은 동점을 만들어냈다. 

무승부로 최악을 피한 박항서호는 오는 16일 태국 빠툼타니의 타마삿 스타디움으로 장소를 옮겨 결승 2차전을 치른다. 상대에게 원정골을 2개나 내준 만큼 변수를 차단하기 위해 반드시 승리가 필요해진 박항서호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는 양 팀 선수들의 거친 충돌이 나오며 화제가 됐다. 단순한 말싸움에 그치는 신경전이 아니라 서로에게 거친 손찌검을 하며 물리적인 충돌이 더해져 마치 격투기를 연상시킬 정도였다.

때는 전반 39분경, 태국 아리비리아의 왼발 슈팅이 베트남의 호 떤 따이의 손에 맞으며 핸드볼 파울이 선언됐다. 페널티박스 라인을 바로 앞에 둔 위치에서 나온 파울에 고형진 주심이 프리킥을 선언했다.

그러자 태국 선수단은 페널티킥을 주장하며 주심에게 강력하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베트남 선수단도 주심 곁으로 모여 반대 의견을 내면서 순식간에 많은 선수들이 한 곳에 모이기 시작했다.

ⓒSBS스포츠 중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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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강력한 항의를 하던 태국의 주장 티라톤 분마탄을 꿰 응옥 하이가 밀치며 몸싸움이 시작됐다. 분마탄도 지지 않고 마찬가지로 바로 손을 뻗으며 응수했다. 살벌한 분위기를 감지한 양 팀 선수단은 한 데 엉켰다. 서로를 말리는 과정에서 또 크고 작은 접촉이 이어졌다.

베트남의 박항서 감독과 태국의 알렉산드로 폴킹 감독도 깜짝 놀란 표정으로 이 장면을 걱정스레 지켜봤다. 주심은 이내 몸싸움의 시발점이 됐던 꿰 응옥 하이에게 옐로우 카드를 꺼냈다. 양 팀 선수단의 논쟁거리였던 파울은 페널티킥이 아닌 프리킥으로 최종 선언됐다.

양 팀 선수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이 경기에 임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월드컵이라 불리는 AFF컵의 열기는 상상 이상이다. 이날 경기가 열린 미딩 국립 경기장은 일찌감치 모든 표가 동나면서 그 열기를 실감하게 했다. 수많은 베트남 국민들은 2002년의 한국을 연상시킬 정도로 축구 열기를 드높이며 이날 경기를 응원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도 감정적으로 더욱 흥분할 수밖에 없었던 것. 거친 신경전 뿐만 아니라 경기 내용적으로도 치열한 공방을 주고 받은 두 팀이다. 다가올 16일 결승 2차전에서는 어떤 뜨거운 승부가 펼쳐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스한 스틸컷 : 스틸 컷(Still cut)은 영상을 정지된 화면으로 보여주는 것을 뜻합니다. 매 경기 중요한 승부처의 한 장면을 있는 그대로 자세히 묘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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