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영광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김영광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넷플릭스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개발자가 소셜 커넥팅 앱을 만들고, 연쇄살인마는 사랑에 빠진다. 예측 불가한 아이러니로 가득한 ‘썸바디’가 올해 넷플릭스의 화제작이자 문제작으로 떠올랐다. 그 중심에 배우 김영광(35)이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썸바디’는 소셜 커넥팅 앱 ‘썸바디’를 매개로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개발자 섬과 그녀 주변의 친구들이 의문의 인물 윤오와 얽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서스펜스 스릴러다. 앞서 영화 ‘해피 엔드’, ‘사랑니’, ‘은교’, ‘4등’ 등을 통해 심리 묘사의 대가로 불리는 정지우 감독의 첫 시리즈물로 올 10월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기대를 모은 바 있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김영광은 “예전부터 이런 악역을 원했다. 아는 동생이 ‘내가 알던 형 맞냐’고 하는데 뿌듯하더라”며 웃었다.

“정지우 감독님과 함께 한다는 게 ‘썸바디’를 선택한 압도적인 이유였죠. 여러 차례 만나서 ‘썸바디’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윤오를 만들어가면서 감독님을 더 좋아하게 됐어요. 저를 많이 믿어주셨고 사랑 받는 배우라고 느꼈거든요. 특히 완성본을 보고 감탄했어요. 제가 연기하면서도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했는데 음악이 다 붙은 걸 보니까 긴장감이 대단하더라고요. 바로 감사하다고 문자를 보냈어요. ‘역시 감독님은 다 계획이 있으셨구나!’ 했죠.(웃음)”

김영광이 연기한 윤오는 매력적인 외모와 능력을 가진 건축가다. 늘 소셜 커넥팅 앱 ‘썸바디’로 상대를 찾던 그가 어느 날 누군가를 만난다. 바다 위에 떠있는 섬 같은 여인, 섬(강해림)이다. 윤오는 지금껏 만나온 수많은 여자들과 다른 섬에게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낀다. 김영광은 약 20kg 이상 체중을 감량하면서 윤오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에 가까이 다가섰다.

“윤오를 만나고 준비할 시간이 꽤 길어서 많이 고민했고 더 욕심을 냈어요. 연쇄살인마니까 더 강하게, 더 무섭게 하려고만 했는데 점점 처음에 준비했었던 과정을 하나씩 덜어내고 현장에서 본능적으로 움직이려고 했어요. 생각을 많이 안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처음엔 거대한 사람으로 생각해서 94kg까지 찌웠는데 얼굴 살이 붙으니까 너무 귀엽더라고요.(웃음) 아직 3개월 정도 시간적 여유가 있던 상태라 윤오의 피 말리는 감정선을 따라서 계속 감량했어요. 막바지엔 72kg까지 내렸죠. 또 직업적 설정에도 의미가 있어요. 보통 건축가들이 굉장한 완벽주의자가 많다고 해요. 건축물을 만들 때 사람들이 어디서 걷고 어디에 앉는지, 그런 것들을 완벽하게 설계해서 만들어야 하니까요. 윤오가 건축가인 이유이기도 해요.”

인간의 내밀한 심리를 파고드는 정지우 감독의 장기는 이번에도 100% 발휘됐다. ‘썸바디’는 ‘소셜 커넥팅 앱에서 만난 연쇄살인범과 천재 개발자’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신체장애가 있거나 독특한 직업을 가진 인물들을 통해 위험성을 알면서도 누군가와의 관계를 포기할 수 없는 현대인들과 그 어두운 내면을 정교하게 그려냈다. 소재부터 메시지까지 파격 그 자체인 ‘썸바디’에 대해 김영광은 “새로운 방식의 멜로라서 좋았다. 기괴하지만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윤오는 첫 살인 이후에 자신이 일반적인 사람이 아닌, 어떤 선을 넘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해요. 그렇게 자기만의 완벽한 세계를 만들어가는 와중에 나보다 더 완벽한 여자를 만나면서 첫사랑에 빠진 거죠. 그러면서 그 사람을 잃기 싫으니까 집착하고 점점 궁지로 몰리고 무너져가요. 그래서 ‘썸바디’는 기괴한 멜로라는 표현이 가장 잘 맞는 것 같아요.”

특히 김영광과 함께 호흡한 세 여배우들은 뜻밖의 발견 중 하나다. 누구와도 공감하지 못하는 천재 개발자 섬 역의 강해림, 남들이 알지 못하는 것을 보고 느끼는 무당 목원 역의 김용지,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기은 역의 김수연은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수위 높은 노출, 베드신 등을 소화했다. 김영광 역시 전라 노출을 감행하며 크게 주목받았다.

“다들 신인인데도 굉장히 잘하셨죠. 각자 스스로 구축한 캐릭터가 분명해서 제가 선배지만 어떤 코치를 해줄 필요도 없었어요. 그런 면에서 저도 고마웠어요. 노출신은 처음부터 감독님, 여배우, 저까지 셋이서 그 장면을 찍을 수 있을 만한 마음이 될 때까지 충분히 대화를 나눴고, 그 장면이 전체 이야기에 잘 녹아들게끔 충분한 설명을 들었어요. 감독님이 저희 둘 다 편안한 마음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주셨고 덕분에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특히 강해림 배우는 ‘감독님께서 어떻게 이렇게 기가 막힌 캐스팅을 하셨지?’ 싶을 만큼 제가 상상했던 캐릭터에 가까웠어요. 실제론 아주 솔직한 친구에요. 같이 얘기하다보면 ‘그래, 네 말이 다 맞아’ 하게 돼요.(웃음) 빠져드는 매력이 있어요.”

그간 ‘초면에 사랑합니다’, ‘안녕? 나야!’, ‘너의 결혼식’, ‘해피 뉴 이어’ 등 주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활약했던 김영광의 새로운 얼굴은 ‘썸바디’의 충격을 두 배로 더한다. 상냥했던 눈빛은 순식간에 돌변하고 187cm의 훤칠한 키는 겉모습만으로 공포스러운 위압감을 준다.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어둡고 뒤틀린 욕망을 가진 인물을 선보인 김영광은 “‘앞으로 또 어떤 재밌는 걸 보여주지?’ 생각하면 신난다”며 연기 열정을 드러냈다.

“쉽지 않은 작품이었지만 만들어가는 과정 속 기쁨이 정말 컸어요. 점수로 치자면 만족도는 95점이에요. 나머지 5점은 앞으로를 위해서 뺀 것이고요.(웃음) ‘썸바디’를 준비하면서 윤오라는 캐릭터를 하나하나 구축해가는 즐거움이 컸어요. 어떤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스스로 극복하는 방법도 찾았고 어느 정도 자신감도 생긴 것 같아요. 요즘엔 ‘내가 다음에 무엇을 하게 될까? 또 그걸 시청자 분들이 어떻게 보실까?’가 가장 궁금하고 기대돼요. 더 재밌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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