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를 통해 전세대가 공감할 가슴 시린 첫사랑의 추억을 제대로 길어올린 변우석의 최고 무기는 눈빛에 있었다. 

투명하고 맑은 눈빛을 바탕으로 한없는 연민을 부르는 그의 표정 연기는 10대 고교생의 풋풋한 첫사랑을 애틋하고 되돌리고 싶은 소중한 기억으로 탄생시켰다. 

 '20세기 소녀'(방우리 감독)는 어느 겨울 도착한 비디오 테이프에 담긴 1999년의 기억을 그린 영화다. 17세 소녀 보라(김유정)가 절친 연두(노윤서)의 첫사랑을 이루어주기 위해 사랑의 큐피트를 자처하며 벌어지는 첫사랑 관찰 로맨스. 친구 연두의 첫사랑을 이뤄주기 위해 보라는 백현진(박정우)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그의 절친 풍운호(변우석)의 집중 공략에 나서고 어느 날 예상치 못한 두근거림에 설레어하기 시작한다.

배우 변우석을 최근 서울시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이 만났다. 단어 선택 하나에도 신중한 모습과 촬영 당시를 생생히 기억해내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 등이 인상에 남았다. 과장되게 표현하는 것에 대해 극히 조심하는 태도를 보였고, 외모와 연기력을 향한 칭찬에 쑥스러운듯한 태도도 인상적이었다. 30대의 나이(32세)에 고교생 역을 맡은 것에 대한 부담도 털어놨지만, tvN 드라마 '청춘기록'(극본 하명희, 연출 안길호)에서 성장통을 앓던 부잣집 출신 인기 스타 역으로 대중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데 이어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를 통해 2020년대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거듭났다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 고등학생 역할이라 특별히 준비한 것은?

▶ 근육량을 2~3kg 정도 뺐다. 고등학생 느낌을 내기 위해 노력했다. 주위 친구들과 관계자분들은 다 좋은 말들을 해주시더라. 처음 캐스팅 제안을 받고 대본을 읽었을 때 장면들을 상상하며 읽었다. 글이 너무 좋았고 임팩트가 컸다. '어떻게 이런 작품이 내게 와줬지' 설레더라. 김유정 배우가 상대역인 걸 알고 있었기에 보라라고 상상하며 읽게 됐다. 

- 풍운호와 실제 변우석의 싱크로율은.

▶ 저는 내성적이지 않고 표현하는 걸 좋아한다. 대본을 처음 봤을 때는 쉽지 않더라. 운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있을 때나 원하는 게 생겼을 때 추진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친구였다. 운호의 감정을 많이 이해하려고 했다. 운호의 대사를 느리게 표현하려고 했다. 

- 풍운호의 어떤 매력을 표현하려고 했나. 

▶ 감독님의 글에 힘이 있었다. 특별히 표현적 부분을 고민했다기보다 어떤 한 사람이 그를 좋아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 말씀해주셨다. 보라를 향한 진실된 마음에 포커스를 뒀던 것 같다. 보라를 향한 풍운호의 행동에 중점을 뒀다. 

- 영화에서는 첫 주연이다. 부담은 없었나. 

▶ 부담감보다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하는 감정이 컸다. 그 순간 그 누구보다 운호는 잘 표현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려 했다. 어느 정도의 부담이나 스트레스는 연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 캐스팅 당시 방우리 감독이 변우석을 선택한 이유를 말해줬나. 

▶ '청춘기록'때 제 눈빛은 차가워 보이는데 웃을 때 보이는 느낌이 달랐다고 하시더라. 그 느낌을 좋게 보신 것 같다. 

- 김유정과 연기 호흡은 어땠나.

▶ 처음 만났을 때 TV에서 많이 본 분이고 '너무 선배님이라 어떻게 하지' 싶더라. 하지만 첫 만남부터 너무 편하게 다가왔다. 오히려 제가 좀 더 내성적이었고 김유정이 편하게 해줘서 편하게 다가갔다. 저를 너무 편하게 배려해 주는 친구였다. 현장에서 늘 발랄하고 활기찬 모습이었고 그래서 현장 분위기가 더 밝고 좋았다. 하지만 작품을 대하는 태도는 너무 진지하고 큰 배우였다. 

- '청춘기록' 속 부잣집 도련님 원해효와 '20세기 소년'에서 성장통을 겪는 풍운호의 차별성을 어떻게 만들어 갔나. 

▶'청춘 기록'의 원해효는 제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환경에서 자라온 인물이었다. '청춘기록' 당시 감독님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어떤 제스추어를 취할지 행동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운호 같은 인물은 제가 경험해본 것 같다. 아 저는 부모님 두 분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신다. 다만 '청춘기록'의 해효보다 운호가 더 맞닿은 부분도 많았고 연기하기 수월했다. '청춘기록' 해효를 연기할 때는 스스로 자기 합리화를 많이 했다. 세트장의 집에서 침대에도 누워 있고 계속 돌아다녔다. 

- 학창 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나. 

▶ 저는 운동하는 것도 좋아했고 친구들과 활발히 놀면서 지냈다. 오히려 극 중 운호는 자신의 꿈을 일찍 찾고 계속 발전시켜 나가지 않나. 그런 면이 운호의 멋있는 점이었다. 저는 매일 축구하고 농구하고 그랬던 것 같다. 

- 배우는 언제부터 꿈을 꾸기 시작했나. 

▶ 고3때 처음 모델 쪽으로 관심을 가지게 됐고 그 이후 연기를 해보고 싶더라. 대학교 전공을 연기 쪽으로 정하고 준비했다. 

- 실제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린다면. 

▶ 제 첫사랑은 짝사랑이었고 고백을 한 번도 못하고 끝났다. 풍운호의 짝사랑 모습과 많이 맞닿아 있다. 

- 김유정과 키스신 촬영 당시 NG도 여러 번 났을 것 같다. 

▶ 그 장면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자두 나무 아래에서 뽀뽀를 할 것인가, 집에 데려다 주고 할것인가. 유정이와 함께 고민하면서 '자두 나무 말고 집 앞에서 하는게 더 풋풋하지 않을까'라고 고민을 나눴다. 

- 운호가 놀이기구를 나면서 괴로워하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 실제로는 놀이기구를 정말 잘 탄다. 못타는 연기를 하려니 어려웠다. 눈을 감고 롤러코스터를 세 번 연속으로 탄 뒤 네 번째 타면서 상승지점에서 눈을 떴다. 즐기면서 타야 하는데 못즐겨서 힘들었다. 

- '첫사랑의 아이콘'이라는 귀여운 별명이 생겼다. 

▶ 기사에서 그런 수식어를 봤을 때 내가 이런 수식어를 받아도 되나 싶더라. 그렇게 생각해주신다면 너무 감사하다. 제가 하고 싶은 캐릭터가 그런 캐릭터였고 사람들이 좋아해주셨으면 하고 바랐다.  

- 보라와 기차역 이별신에서 어떤 심경으로 연기했나. 

▶ 그제서야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는데 떠나야만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느꼈던 것 같다. 보라가 운호에게 그런 감정을 말해주는 것에 감사한 마음도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하는 상황에 대한 복합적 감정이었다. 

- 출연작이 아닌 인상 깊게 본 사랑에 관한 영화나 드라마가 있다면. 

▶ '노트북'과 '그해 여름'이다. 제 생각에 풋풋한 첫사랑을 그린 영화는 이 두 편을 꼽고 싶다. 

- 사랑에 대해 어떤 원칙을 가지고 있나. 

▶ 운호와 맞닿아 있는데 사랑하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는 연애가 좋은 연애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 후회하게 되지 않나. 후회 없는 사랑이 맞는 것 같다. '노트북'을 좋아하는 이유도 모든 것을 다 바쳐서 사랑하기 때문이다. 제 생각에 그런 연애가 좋은 연애 같다.

- 이상형은 어떤가. 

▶ 딱 하나로 집약할 수는 없는데 사람이 풍기는 느낌, 또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 혹은 일을 열심히 하는 모습 등 복합적인 것에 끌린다. 또 선택에 있어서 현명한 사람이 좋다. 

- 차기작 계획은. 출연하고 싶은 장르가 있나. 

▶ '힘센 여자 강남순'에 출연 예정이다. 전형적인 캐릭터보다 다양한 역할에 도전해보고 싶다. 저의 다른 모습을 꺼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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