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연거푸 큼지막한 맞교환을 단행하며 리그를 뜨겁게 달궜던 KIA 타이거즈의 안방에 비상이 걸렸다. 결국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시나리오가 현실이 돼 찾아왔다.

ⓒ스포츠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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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는 21일 “자유계약선수(FA) 박동원(32)과 계약기간 4년, 총액 65억원(계약금 20억원, 4년 연봉 총액 45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스토브리그 가장 뜨거운 관심을 몰고 다니는 ‘포수 대이동’의 시작이었다. LG의 기존 주전 포수 유강남(30)은 롯데 자이언츠와의 총액 80억원 대형 FA 계약과 함께 부산으로 향했고, 그 자리를 메꿀 이가 바로 박동원이었다.

그에 따라 KIA만 큼지막한 전력 공백이 생기고 말았다. 지난 4월 키움 히어로즈와 대대적인 트레이드로 데려왔던 주전 포수가 팀을 곧바로 떠나버렸기 때문. 당시 KIA는 키움에 야수 김태진과 2023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 현금 10억원을 주고 박동원을 받았다. 

박동원이 올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기에, 사실상 KIA가 그 FA까지 고려해 박동원을 데려왔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맞교환에 껴있는 ‘현금 10억원’이 사실상의 FA 보상금으로 여겨진 이유기도 했다.

그런데 그 분석은 사실상 KIA의 ‘행복회로’나 다름이 없었다. FA 시장에 변수는 도처에 깔려있다. 선수 개인에게는 자신의 커리어에서 몇 번 찾아오지 않는, 자신의 가치를 시장에서 평가받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며 타 팀에게는 전력을 급속도로 보강할 수 있는 자리가 바로 FA 시장이다. KIA는 결국 FA 시장에 나서는 박동원을 막지 못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날 세상에 공개됐다. 이미 박동원이 FA를 신청하며 시장에 나간 순간부터 예정된 시나리오였지만, 막상 그 ‘최악의 스토리’가 눈앞에 펼쳐진 KIA의 마음은 허전할 수밖에 없다. 심리적인 공백은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다지만 사실상 전력에 크게 뚫려버린 구멍은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을 수 있는 상황. KIA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LG 트윈스 차명석 단장(왼쪽)과 박동원. ⓒLG 트윈스
LG 트윈스 차명석 단장(왼쪽)과 박동원. ⓒLG 트윈스

KIA는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리그를 강타한 트레이드들의 핵심이었다. 박동원이 영입되기 하루 전, 한화 이글스에 우완 투수 이민우, 외야수 이진영을 내주고 우완 투수 김도현을 받는 트레이드가 시발점이었다. 이후 박동원이 들어오고 포수 자원에 여유가 생긴 KIA의 다음 행보는 5월달에 세상에 공개된 SSG 랜더스와의 트레이드였다. 당시 포수 김민식을 내주고 좌완 투수 김정빈과 내야수 임석진을 받아왔다.

그야말로 광폭 행보였고, 당시만 해도 합리적인 교환들로 보였다. 지난 2017년 KIA가 창단 11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당시 주전 포수였던 김민식을 내줬지만, 수비에서도 그에 뒤지지 않는 것은 물론 공격 쪽으로는 평가 자체가 어불성설인 박동원을 받아왔다는 점이 핵심적인 이유였다. 

하지만 1년도 흐르지 않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면서 KIA는 보내버린 버스, 김민식이 눈에 아른거려도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김민식은 친정팀 SSG로 돌아가 올해 팀의 통합우승에 일조하며 행복한 가을을 보냈다. 반면 KIA는 와일드카드결정전에서 패배의 고배를 마신 후, 이어진 스토브리그에서도 그에 못지 않은 쓴 잔을 받아들었다.

트레이드의 아픔은 트레이드로 잊는걸까. KIA는 지난 11일 다시 한 번 키움으로부터 포수를 받는 교환을 단행해두긴 했다. 2016년 1차 지명 포수인 주효상을 받고 2024 신인 2라운드 지명권을 건네줬다. 하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남기지 못한 후 현역으로 군 생활을 치르고 온 주효상의 미래엔 물음표만 가득한 상황이다.

FA 시장에는 최대어 양의지와 박세혁이 남아있긴 하다. 양의지는 원소속팀 NC 다이노스와 옛 친정 두산 베어스가 영입 경쟁을 벌이며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는 부담감이 있는 매물이다. 박세혁은 그 경쟁의 플랜B로 남아 있는 상황. 포수 부자로 거듭난 삼성 라이온즈와의 트레이드 가능성도 점쳐지지만 아직 그 어떤 것도 확신할 수가 없다.

‘김민식-한승택’ 카드로 2022시즌을 시작했던 KIA는 청운의 꿈과 함께 ‘박동원-한승택’으로 포수진을 재편했지만, 이제 남은 결과는 둘 중에 누가 1옵션이 될지 모르는 ‘한승택-주효상’이 됐다. 물음표가 붙어있는 이 듀오가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는 아프지만 부정할 수 없다. 헐거워진 센터라인을 보강을 위해 KIA가 묘수를 꺼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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