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2022 카타르 월드컵에 나설 26인 최종명단이 12일 발표됐다. 스포츠한국은 한국 최고의 축구 선수 26인이 된 이들의 면면을 자세히 살펴보며 국민들에게 자랑스러운 축구 영웅들을 소개한다. 24일 열릴 우루과이와의 첫 경기전까지 모든 선수들을 소개할 예정이며 순서는 15일 발표된 공식 등번호 순이다.

스물두 번째 순서는 등번호 22번의 미드필더 권창훈(28·김천 상무)이다.

ⓒK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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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 것이 없었던 ‘축구 엘리트’

유소년 시절부터 ‘고스펙’을 자랑하며 축구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권창훈이다. U-17, U-20, U-23의 연령별 대표팀을 줄줄이 거쳤다. 1994년생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으며 많은 구단과 축구 명문고의 영입 경쟁을 유발한 권창훈은 수원 삼성의 U-18팀인 매탄고를 거쳐 2013년 수원에서 프로 데뷔를 이룬다.

권창훈은 프로 3년차인 2015시즌부터 본격적인 질풍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1~2년차 때에 비해 체력과 드리블에서 성장세가 확연히 두드러졌고 김두현이 떠난 수원 중원의 새로운 에이스로 떠올랐다. 팀의 공격수들이 부진할 때 득점까지 몰아친 권창훈은 2015년과 2016년 연속으로 K리그1 베스트11에 뽑혔다. 심지어 첫 리그 베스트11에 선정됐던 2015년 그의 나이는 만 21세에 불과했다.

권창훈은 이 시기 국가대표팀에서도 빛났다. 2015년 8월 동아시안컵에서 A매치 데뷔를 이뤘고 그해 9월 3일 라오스와의 러시아 월드컵 2차예선에서는 A대표팀 데뷔골과 함께 멀티 득점을 신고한다. 이어진 8일 레바논전에서는 상대 수비 4명에 둘러싸인 상황에서 탈압박 후 왼발 중거리 터닝슛으로 쐐기골을 신고했다. 권창훈이 당시 대표팀 감독이던 울리 슈틸리케의 새로운 황태자가 되며 '수원의 스타'에서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하는 순간이었다.

2015년 9월 8일 레바논과의 러시아 월드컵 2차예선에서 원더골을 터뜨리며 전국구 스타가 된 권창훈. ⓒKFA
2015년 9월 8일 레바논과의 러시아 월드컵 2차예선에서 원더골을 터뜨리며 전국구 스타가 된 권창훈. ⓒKFA

▶축구 인생 정점에서의 부상, 월드컵과의 생이별

2016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친 권창훈은 유럽 5대리그인 프랑스 리그1 디종의 유니폼을 입는다. 그리고 이적 두 번째 시즌인 2017~2018시즌은 그야말로 센세이션이었다. 활동량과 스피드는 물론 드리블, 패스, 크로스, 슈팅 모두 나무랄 데가 없었다.

권창훈은 심지어 시즌 후반부인 4월에는 리그 3경기 연속골을 넣었고 리그 34경기 11골 3도움이라는 엄청난 활약과 함께 시즌을 마친다. 차범근, 박주영, 손흥민에 이어 한국 축구선수 역사상 4번째로 유럽 5대리그에서 10골 이상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당시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손흥민만큼이나 대표팀의 핵심으로 여겨졌던 권창훈이다. 신태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대표팀에서 중원과 측면을 오가며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만드는 사실상 전술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커리어 하이 시즌의 마지막에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다. 앙제와의 리그 최종전에서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 월드컵이 임박한 상황에서 최소 3~6개월의 회복이 필요한 부상을 입은 권창훈은 아예 월드컵 명단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었다.

축구 인생 최고의 기량을 월드컵이라는 최고의 무대까지 그대로 끌고 갈 수 있는 상황에서 닥친 원망스러운 악재였다. 이 부상으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2019 아시안컵 출전 가능성까지 날린 권창훈이다.

러시아 월드컵을 앞둔 리그 최종전에서 부상을 당한 권창훈. ⓒ디종
러시아 월드컵을 앞둔 리그 최종전에서 부상을 당한 권창훈. ⓒ디종

▶끝없는 내리막과 논란의 발탁, 해결책은 월드컵 활약뿐

부상 복귀 후 내리막길이 시작됐다. 2019~2020시즌을 앞두고 독일 분데스리가의 프라이부르크로 이적했지만 병역 문제가 남아있었다. 결국 두 시즌의 독일 생활을 마치고 2021년 중반 친정팀 수원으로 돌아와 도쿄 올림픽에 와일드카드로 나선다. 하지만 최소 동메달을 목에 걸어야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올림픽에서 단 한 경기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멕시코와의 8강전에서 3-6 대패를 당하며 대회를 허무하게 마쳤다.

권창훈은 결국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2시즌 김천 상무에 입대한다. 하지만 이전보다 더한 부진이 기다리고 있었다. 2022 K리그1에서 리그와 승강플레이오프 합산 무려 35경기나 출장했지만 단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시즌을 마쳤다. 말 그대로 커리어 바닥을 찍은 것이었다. 팀도 승격 한 시즌 만에 K리그2로 강등됐다.

ⓒ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연맹

하지만 벤투 감독은 개의치 않고 권창훈 꾸준히 소집했다. 나상호와 함께 소위 '벤투픽'으로 분류되며 '리그에서 아쉬워도 대표팀에는 고정적으로 뽑히는 선수'로 자리잡았다. 그러니 카타르 월드컵 26인 명단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인물 중 하나가 될 수밖에 없었다. 중앙 미드필더를 제외하고 미드필더로 분류되는 선수 중 리그에서 득점이 없이 선발된 선수는 권창훈이 유일했다. 커리어 하이일 때는 월드컵을 못갔지만 커리어 로우에는 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대표팀의 에이스인 손흥민이 안와골절 수술 후 월드컵에 정상적으로 출전할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황. 황희찬, 나상호, 정우영 등과 더불어 권창훈 역시 손흥민의 주 포지션인 측면에서 뛸 수 있는 자원이다. 그간의 부진 때문에 많은 시간이 주어지지 않더라도 기회를 잡았을 때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그에 대한 여론의 방향이 갈릴 수 있다.

함께 카타르에 발을 디딘 동료 중에 좋은 예가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김영권이 '중국화 논란(중국에서 뛰면 중국 수준의 선수가 된다)'의 중심에 서며 대표팀 주전자리를 꿰차는 것에 대해 반대의견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김영권은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모두 맹활약하며 실력으로 논란을 잠재웠다. 심지어 독일전에서는 결승골까지 넣으며 역적에서 영웅이 됐다. 러시아행 비행기를 타기 전에는 가장 욕을 많이 듣던 선수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탈 때는 가장 칭송 받는 선수가 된 김영권이다.

권창훈은 과연 ‘철밥통’ 소리까지 들었던 지난 시간으로부터 반전을 만들 수 있을까. 한때 대표팀 에이스였던 그가 증명을 위한 자신의 첫 월드컵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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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F 권창훈
프로데뷔 : 2013년
주요 개인 수상 : 2015, 2016 K리그1 베스트11
주요 우승 기록 : 2016 FA컵 우승(수원 삼성)
A매치 출전 : 42경기 12골
2022시즌 리그 출전 기록 : 김천 상무 35경기 0골 2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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