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갔다. 그렇게 서서히 배구의 계절이 찾아왔고, 도드람 2022~2023 V-리그는 그 대망의 개막을 목전에 뒀다.

지난 2021~2022시즌 정규리그가 열리고 있는 수원실내체육관 전경. ⓒ한국배구연맹(KOVO)
지난 2021~2022시즌 정규리그가 열리고 있는 수원실내체육관 전경. ⓒ한국배구연맹(KOVO)

특히 여자부는 이번 시즌이 더욱 뜻깊다. V-리그 여자부는 최근 3번의 시즌 중 2차례(2019~2020·2021~2022)나 코로나19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리그가 조기종료 되는 악재를 맞았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예년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면서 타 종목도 모두 문제없이 시즌을 치른 상황. V-리그 진행도 마찬가지로 차질이 없을 것이다. 잠깐의 쉼표를 거친 여자배구의 새로운 시즌을 전망해본다.   

▶ 또 한 번의 독주를 꿈꾸는 현대건설, 막아설 자는 누구?

위부터 현대건설, 한국도로공사, GS칼텍스 선수단. ⓒ한국배구연맹(KOVO)
위부터 현대건설, 한국도로공사, GS칼텍스 선수단. ⓒ한국배구연맹(KOVO)

지난 시즌의 현대건설은 V-리그 역사에 남을 최강팀이었다. '직전 시즌 꼴찌’ 현대건설은 개막 12연승과 함께 시즌 중반 15연승을 내달리며 역대 여자부 최다 연승 신기록을 달성했다.

자연스레 2012~2013시즌 우승팀 IBK 기업은행(25승·승점 73점)을 넘고 단일시즌 최다승(27승·5라운드 성적까지 공인), 최다 승점(80점) 기록도 새로 썼다. 최종 라운드까지 진행됐다면 그 수치는 더 치솟았을 것이다.

현대건설은 조기종료로 우승까지 닿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고자 한다. 큰 문제는 없다. 오프시즌 양효진, 고예림을 포함한 내부 FA(자유계약선수) 4명을 모두 붙잡은 것은 물론, 최고의 외인으로 거듭난 야스민 베다르트(미국)와 재계약에 성공해 ‘역대 최강’ 전력을 그대로 유지했다. 사령탑 부임과 함께 최고의 시즌을 쓴 강성형 감독의 2년차 리더십도 기대할 대목이다.

그렇다면 자연스레 시선은 ‘1강’의 독주를 견제할 팀으로 옮겨진다. 그 대항마는 역시나 지난 시즌 상위권을 차지한 도로공사와 GS칼텍스다. 세 팀에 비해 전력은 떨어진다는 평가지만,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KGC 인삼공사도 마냥 무시할 수는 없는 존재다.

도로공사는 지난 시즌 현대건설의 3패중 2패를 만든 유일한 대항마였다. 하지만 올시즌 전력 누출은 있었다. 2시즌간 함께했던 켈시 페인(미국)이 터키리그로 떠났고, 오랫동안 주전 세터를 맡던 이고은이 FA로 이적했다. 켈시의 공백을 새로운 외인 카타리나 요비치가 얼마나 메워줄지, 이고은이 떠난 세터 자리에서 ‘신인왕’ 이윤정과 ‘장신 세터’ 안예림이 얼마나 좋은 모습을 보여줄지가 중요해졌다.

역대 최초 트레블 달성팀인 GS칼텍스도 눈여겨 봐야한다. 지난 시즌 팀의 주포 이소영(KGC)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모마-유서연-강소휘로 이어지는 신 삼각편대가 힘을 내면서 상위권을 유지했다.

파괴력이 떨어진 것은 맞지만 ‘명장’ 차상현 감독을 중심으로 전력을 유지한 GS칼텍스는 여전히 상위권 전력이다. 지난 순천 KOVO컵에서도 권민지-문지윤 등 새로운 스타들이 활약하며 역대 최다인 5번째 우승을 차지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KGC 인삼공사는 과감한 투자로 데려온 국가대표 아웃사이드 히터 이소영의 활약이 미미했던 점이 아쉽다. 팀원들과 완전치 않았던 호흡 문제와 잔부상이 겹치면서 아쉬운 시즌을 보낸 이소영은 절치부심하고 새 시즌을 준비한다.

처음으로 여자팀을 맡는 고희진 감독과의 시너지도 궁금해진다. 아울러 상위권 팀들의 외인에 비해 존재감이 떨어졌던 옐레나 대신 지난해 1순위 엘리자벳(이전 페퍼저축은행)을 데려온 것도 호재다.

▶ 돌아온 '배구여제', V리그 최고 흥행카드는 다시 흥국생명

지난 2020~2021시즌 V-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득점 후 기뻐하는 김연경(흥국생명). ⓒ한국배구연맹(KOVO)
지난 2020~2021시즌 V-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득점 후 기뻐하는 김연경(흥국생명). ⓒ한국배구연맹(KOVO)

현대건설의 독주를 먼저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누가 뭐래도 올시즌 최고의 관전포인트는 바로 ‘월드클래스’ 김연경의 친정팀 흥국생명으로의 복귀다.

2005~2009년 흥국생명서 활약하다가 일본 JT 마블러스를 시작으로 해외 생활을 시작한 김연경은 페네르바체SK(터키), 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중국), 엑자시바시 비트라(터키)를 거친 후 지난 2020~2021시즌 다시 친정팀 흥국생명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1년 만에 다시 상하이행을 택하면서 국내 무대를 떠났었다. 그랬던 그가 다시 돌아온 것. 지난 6월 흥국생명과 1년 총액 7억원에 도장을 찍으며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김연경’이라는 이름 석 자의 파급력은 실로 대단했다. 여자배구의 국제무대 악성적으로 인기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우려를 한 번에 지워버렸다. 지난 여름 열린 KOVO컵 대회가 이를 증명했다. 대회가 열린 순천에는 김연경을 보기 위한 수많은 배구 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이 펼친 대회 개막전은 인터넷 예매분 3300장의 티켓이 약 20분 만에 동났다. 이어 현장 판매분 200장의 티켓도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뜨거운 열기에 KOVO는 경기장 만원 관중을 넘겨 입석 295장까지 추가 판매해야만 했을 정도다.

김연경 효과는 비단 흥국생명의 경기로만 국한되지 않았다. 타 팀간의 경기 게다가 평일에 열린 경기들에도 대부분 1000명이 넘는 관중이 입장하면서 여자배구 자체를 향한 관심도를 급속도로 끌어올렸다. 지난해 도쿄올림픽 4강 신화에 버금가는 파급 효과를 김연경 한 명이 불러올 수도 있을 기세다.

물론 KOVO컵에서 코트를 밟았던 김연경이지만 그가 치를 V-리그 첫 경기는 더욱 관심도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 ‘배구여제’가 나설 대망의 복귀전은 오는 25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열릴 페퍼저축은행과 흥국생명의 1라운드 경기다.

▶ '치열한 리그만큼 재밌는 건 없다' 양극화 해소할 다크호스는?

IBK 기업은행을 이끄는 김호철 감독과 선수단(위), 2023 신인드래프트에서 최대어 염어르헝(오른쪽 아래)을 지목한 페퍼저축은행의 김형실 감독(왼쪽 아래)ⓒKOVO
IBK 기업은행을 이끄는 김호철 감독과 선수단(위), 2023 신인드래프트에서 최대어 염어르헝(오른쪽 아래)을 지목한 페퍼저축은행의 김형실 감독(왼쪽 아래)ⓒKOVO

판은 제대로 깔렸다. 이제 여자배구는 이를 잘 떠먹기만 하면 된다. 그러려면 지난 시즌 흥행 저하 요소로 꼽힌 극심한 양극화를 해결해야만 한다. 지난 시즌 하위권 3팀 IBK 기업은행, 흥국생명, 페퍼저축은행은 1라운드를 마친 시점부터 시즌 종료시점까지 계속해서 순위표 아래에 머물렀다. 이 팀들이 분발해 다크호스로 거듭나야 리그가 살아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으면 양극화가 또 한 번 발목을 잡을 것이다.

다행히 3팀 모두 잠재력은 충분하다. 5위 IBK 기업은행은 지난해 배구계 최악의 사건으로 꼽히는 조송화-김사니 내홍으로 인해 초장부터 최악의 출발을 알렸다. 그러나 김호철 감독 부임 후 재정비에 성공하면서 서서히 정상 궤도에 진입했다. 올시즌에 그 결실을 제대로 맺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시즌 6위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복귀와 함께 순식간에 우승후보까지도 거론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선수가 왔기 때문에 당연한 전망일지도 모른다. 아울러 권순찬 감독이 새로이 팀의 지휘봉을 잡아 절치부심하며 팀을 성장시키고 있는 것도 기대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신생팀으로 최하위에 머무른 페퍼저축은행은 여전히 약체로 꼽히지만 비빌 언덕은 있다. FA 이고은을 통해 김형실 감독이 가장 보강하고 싶었던 세터 포지션을 채웠다.

이에 더해 지난 신인드래프트에서 최대어 염어르헝(체웬랍당 어르헝)을 데려왔다. 역대 최장신 194.5cm의 미들블로커로서 즉시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어르헝의 합류는 페퍼저축은행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수많은 관전 포인트와 함께 드디어 V-리그가 찾아온다. 여자부는 오는 22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지난 시즌 1,2위간 빅뱅, 한국도로공사와 현대건설의 맞대결로 대장정을 시작한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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