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지탱하고 수비 라인을 지켜주는 미드필더 정우영(33·알 사드)이 6월 A매치에 이어 이번에도 곤경에 처했다. 오랜 기간 중원에서 고군분투했던 그에게도 ‘짝꿍’의 존재가 필요해 보인다.

ⓒK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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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3일 오후 8시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 9월 A매치 첫 번째 평가전에서 2-2 무승부를 거뒀다. 황희찬의 선제골에도 불구하고 코스타리카 주이슨 베네테에게 연달아 실점했지만 후반 막판 손흥민의 프리킥 득점으로 겨우 비겼다.

이날도 정우영이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혼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이는 정우영이 그만큼 벤투 감독의 신뢰를 많이 받고 있는 것도 맞지만 한국이 한껏 공격적으로 나서는 상황에서 상대가 간헐적으로 역습할 때 정우영이 커버해야하는 범위가 너무 넓다는 것이기도 했다.

결국 사고가 터졌다. 전반 41분 일격을 맞고 말았다. 한국의 공격이 저지된 후, 거슨 토레스가 한국 왼쪽 측면을 허물며 침투해 날카로운 크로스를 문전에 붙였다. 정우영이 이를 머리로 걷어내지 못해 공이 흘렀고, 윤종규의 후방으로 돌아 들어오는 좋은 움직임을 보여준 주이슨 베네테가 왼발로 이를 마무리해 동점을 맞췄다. 헤더 클리어링 미스와 윤종규의 안일한 수비에 약간의 아쉬움이 남은 한국이었다.

실점 장면에 앞서 공격에 가담했던 왼쪽 풀백 김진수가 상대 역습 시에 뒷공간을 많이 허용했고 홀로 3선을 지키는 정우영이 이를 다 커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결국 코스타리카 선수들은 자유롭게 측면 뒷공간에 침투해 크로스를 적극적으로 올릴 수 있었다.

정우영은 지난 6월 2일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다르면서도 비슷한 악몽을 맞이했던 바 있다. 당시 브라질은 한국이 골킥 혹은 공을 잡으면 후방에서부터 차근차근 빌드업 해나가는 축구를 하는 것을 파악하고 굉장히 높은 위치에서부터 강하게 압박 수비를 펼쳤다. 철저하게 분업화해 압박했고 골키퍼에게까지 달려들어 위협했다. 이러다 보니 한국 선수들은 후방에서부터 패스 길이 막혔고 돌아서질 못한 채 뺏기거나 압박에 쫓겨 패스 실수를 범했다. 국내 최고 테크니션으로 모인 3명의 미드필더(황인범-정우영-백승호)도 속수무책이었다.

특히 정우영은 브라질전에서도 혼자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서 상대의 전방 압박에 고전했다. 중원 동료인 백승호와 황인범이 이따금씩 후방으로 내려와 정우영을 돕긴 했지만 수비보다는 전방으로 나가는 패스에 좀 더 초점을 맞춘 두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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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 압박 때도, 이날 수비 전환 장면에서도 정우영은 외로운 싸움을 펼쳤다. 벤투호는 후방 빌드업에 이은 전진 패스로 득점을 노려 2선에 기술과 발재간 좋은 선수들이 많이 선다. 하지만 수비 전환 속도의 한계와 3선의 빈약함으로 다양한 문제점이 노출된 지금, 그리고 포르투갈, 우루과이, 가나 등의 강팀들을 월드컵서 만나는 입장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를 줄이고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가져가는 것이 어쩌면 승리를 향한 안전한 방법일 수 있다.

점유를 좀 내주더라도 한 경기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월드컵에서 안정된 후방을 가져가는 것이다. 서로를, 그리고 빈 공간을 커버하게끔하는 중원을 구축함으로써 말이다.

당장 이번 소집에서 정우영의 파트너 후보로 가장 안성맞춤인 선수는 손준호다. 이날 후반 20분 정우영과 교체돼 잔디를 밟은 손준호는 상대 진영에서 몸싸움할 때 악착같지만 공만 긁어내는 압박으로 팬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손준호는 경기 내내 왕성하게 움직임을 가져가는 스타일의 수비형 미드필더다. 여기에 길고 짧은 패스에 모두 능하다. 벤투호 후방 빌드업의 한 축인 정우영 입장에서 손준호와 함께 선다면 체력적, 심적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물론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짝을 이뤄 27일 카메룬전에 선발로 나설 확률은 미지수다. 벤투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월드컵을 앞두고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 두 명을 기용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다음 주 화요일까지 무엇을 가져갈지 지켜봐야 한다. 두 명의 미드필더를 4-4-2, 4-2-3-1, 스리백 등에서 다양하게 쓴 경험이 있다. 두 선수를 모두 수비형 미드필더로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다. 두 명의 미드필더가 다른 스타일로 플레이하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일정에서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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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정우영은 든든한 지원군을 얻을 수 있을까. 벤투 감독이 19일 소집에서 언급했던 카메룬전 ‘새로운 시도’에 중원에 대한 계획도 포함돼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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