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여자 프로배구에서 최하위 팀을 맡아 단숨에 단독 선두로 이끈 사령탑이 있다. 바로 현대건설의 강성형 감독이다. 현대건설은 2021~22시즌 15연승을 질주하며 여자부 V리그에 절대자로 군림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시즌이 조기 종료되면서, 현대건설은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채 1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아쉬움을 삼킨 현대건설은 올 시즌에야말로 우승을 정조준한다.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을 만나 지난 시즌 대한 소회와 올 시즌 각오를 들어봤다,

강성형 감독. ⓒ현대건설 배구단
강성형 감독. ⓒ현대건설 배구단

15연승의 환희, 그리고 우승을 놓친 아쉬움

강성형 감독은 2021~2022시즌 V리그를 앞두고 펼쳐진 컵대회에서 미들 블로커와 아포짓으로 활약하던 정지윤을 아웃사이드 히터로 이동시켰다. 황민경, 고예림 등 수비력이 뛰어난 아웃사이드 히터들에 공격력이 훌륭한 정지윤을 더한 것이다.

정지윤은 컵대회부터 매서운 공격력을 폭발시켜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MVP까지 수상했다. 현대건설은 이로 인해 황민경, 고예림, 정지윤으로 이어지는 아웃사이드 히터 군단을 만들었다.

아포짓에서는 새 외국인 선수 야스민이 맹활약했고 미들 블로커에서는 리그 최고의 기량을 지닌 양효진과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이다현이 있었다. 김다인 세터는 이들을 모두 활용해 토스를 골고루 분배했다. 이러한 현대건설을 막을 팀이 없었다.

결국 현대건설은 시즌 초반 12연승을 질주했다. 이후 연승 행진이 끊겼지만 또다시 15연승을 달성했다. 15연승은 여자부 V리그 역대 최다 연승 기록이었다.

강성형 감독은 "시즌 초반에는 이정도 성적을 낼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다. 팀 분위기를 바꾸면서 내가 생각하고 있는 배구를 펼칠 계획이었다"며 "컵대회를 우승하고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자신감을 많이 찾았다"고 지난 시즌을 회상했다.

"매경기 승부처를 잘 넘겼다. 제일 중요했던 고비는 14연승째를 올린 GS칼텍스와의 경기였다. 0-2로 지고 있었다. 이전 네 번의 맞대결도 타이트한 경기였지만 그날만큼은 GS칼텍스가 벼르고 왔다. 전체적인 흐름을 봤을 때 '쉽지 않겠다' 싶었다"며 "하지만 선수들이 힘을 발휘해 3-2로 역전했던 순간이 정말 중요한 고비였다. 그래서 15연승이라는 기록도 세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압도적인 성적에도 불구하고 우승을 거두지 못했다. 정규시즌 우승까지 승점 1점 만을 남겨뒀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시즌이 중단되면서 정상에 오르는 데 실패했다. 28승 3패, 승점 80점의 압도적인 성적에도 불구하고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지 못한 것이다.

강성형 감독은 "시즌 중반에 리그 중단도 있었고 사실 불안했다. 운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나도 선수들도 굉장히 아쉬워했다. 밤새 울었던 선수도 있었다"며 "시즌을 잘 치르고도 포스트시즌이라는 좋은 경험을 못했다는 것이 아쉽다. 그래도 좋은 기록과 추억으로 남겨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형 감독. ⓒKOVO
강성형 감독. ⓒKOVO

새 시즌 강팀이 많아졌다

현대건설은 올 시즌을 앞두고 FA 4명 양효진, 고예림, 이나연, 김주하를 모두 잔류시켰다. 외국인 선수 야스민도 동행을 이어간다. 지난해 전력을 고스란히 유지한 현대건설이다.

하지만 현대건설의 독주가 올 시즌에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지난 시즌보다 강해진 팀들이 다수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2020~21시즌 컵대회부터 정규시즌, 챔피언결정전까지 정상에 올랐던 GS칼텍스가 올 시즌 코보컵 준결승에서 현대건설을 눌렀다. 심지어 2년 만에 코보컵 우승까지 차지했다. 여기에 김연경이 합류한 흥국생명은 최고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강성형 감독은 "흥국생명이 김연경도 오고 감독도 바뀌면서, 팀의 색채가 바뀌었다. 선수 구성도 좋다. 리베로에 안정적인 김해란 선수도 있고 김연경의 존재로 인해 외국인 선수가 두 명이라고 생각한다. 높이도 좋다"며 흥국생명을 경계했다.

"GS칼텍스도 강하다. IBK기업은행도 연습 경기를 해봤지만 팀 색깔이 많이 바뀌었다. 지난 시즌에는 타팀에 약한 부분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시즌은 다들 잘 준비했다"면서 강팀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올 시즌 경쟁팀들의 전력을 높게 평가한 강성형 감독이다.

정지윤. ⓒKOVO
정지윤. ⓒKOVO

키플레이어는 아웃사이드 히터 3명

도전자들은 강해지는데, 현대건설은 부상자와 대표팀에 파견된 주축 선수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즌을 앞두고 있는 상태에서 100% 전력이 호흡을 맞추지 못했다.

강성형 감독은 "개인 훈련은 이뤄졌지만 대표팀 차출이나 부상 등의 이유로 베스트 선수들이 모여서 팀 단위의 훈련을 하지 못했다. 비주전과 주전의 격차를 줄이는 것과 기본기 훈련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비시즌 훈련 과정에 대해 밝혔다.

"불안하다. (정)지윤이, (양)효진이 등 코트 안에서 시간을 많이 가져가는 선수들이 준비가 잘 되어있으면 불안하지 않을 텐데 아쉽다"면서 "하지만 타팀도 대표팀 차출로 인한 공백이 있고 비슷한 불안 요소가 있을 것이다. 10월 연습경기를 치르고 팀워크가 살아나면 (불안감이) 자신감으로 바뀌지 않을까 싶다"며 불안한 마음속에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면서도 강성형 감독은 미들 블로커 양효진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아포짓에는 야스민이 버티고 있다. 결국 관건은 아웃사이드 히터 3명이 지난 시즌 같은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비시즌 황민경과 정지윤이 부상을 입으면서 올 시즌 활약에 대해 물음표가 붙은 상황이다.

강성형 감독은 "미들 블로커에서는 (양)효진이가 부상에서 회복하면 어느팀보다 강하다. 외국인 선수도 뒤지지 않는다"며 "3명이서 돌아가는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에 현재 (황)민경이, (정)지윤이가 빠지고 (고)예림이 혼자 남아있다. 3명이 지난 시즌처럼 얼마나 상황에 맞는 역할을 해주느냐가 중요하다"며 아웃사이드 히터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KOVO
ⓒKOVO

그는 "연습 경기를 해보니 타팀들이 서브가 강해졌다. 현대건설처럼 공격 방식이 다양하다. 그 부분을 잘 견뎌야 할 선수가 아웃사이드 히터 3명"이라며 "36경기를 하면서 3명이 잘 돌아가도록 만들고 외국인 선수의 비중을 크게 가져가지 않으려 한다. 아웃사이드 히터 쪽이 (새 시즌) 키를 쥐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성형 감독은 끝으로 "준비 잘하고 있다. 지난 시즌에 단단해진 것을 가지고 기록보다는 안정적으로 위에 머무를 수 있는 팀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팬분들이)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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