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수리남'서 주연 강인구 역 맡아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배우 하정우가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으로 2년 만에 대중 앞에 섰다. 

하정우와 함께 총 네 편의 영화('용서받지 못한자',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 '군도')를 함께 했던 윤종빈 감독이 극본과 연출을 맡은 '수리남'(윤종빈 감독)은 남미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무소불위의 마약 대부로 인해 누명을 쓴 한 사업가가 국정원의 비밀 임무를 수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로 총 6부작이다. '수리남'은 남미 수리남에 대규모 마약밀매 조직을 만들어 활약하다가 지난 2009년 체포됐던 조봉행과 그를 체포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민간인 협력자 K씨가 겪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20일 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수리남'은 '오늘의 전세계 톱10 TV 프로그램' 4위를 차지하며 첫공개 이후 3주차인 현재에도 전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배우 김의성은 지난 1월 영화 '특송' 관련 인터뷰 당시 하정우에게 연기 관련 자문을 구한 일화를 고백한 적이 있다. 그는 "영화 '암살' 당시 하정우에게 '연기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봤다"며 "하정우는 '내가 맡은 캐릭터와 각각의 인물들이 처한 서로 다른 관계를 생각하라'고 답했다. 예를 들어 이 사람은 이런 상황에 놓였으니 이렇게 대하고 저 사람과는 다른 관계에 있으니 다르게 대응하라'고 했다. 가만 보니 맞는 이야기였다"고 밝혔다. 

하정우가 김의성에게 이야기해줬던 '내가 맡은 인물과 상대 배역과의 관계를 생각해 각각 다르게 대처하라'는 연기 방식은 그가 연기한 강인구가 수리남의 마약왕 전요환(황정민)을 비롯해 차이나타운 마약 조직의 수장 첸진(장첸), 본심을 알 수 없는 의뭉스러운 인물 변기태(조우진), 강인구를 수리남 마약왕 체포 작전에 끌어 들이는 국정원 요원 최창호(박해수), 전요환의 오른팔 변호사 데이빗 박(유연석), 오랜 절친 응수(현봉식), 아내 박혜진(추자현)을 대할 때 각각 다른 방식의 대응을 선보이며 시리즈 6부의 서사를 진두지휘한다. 

하정우는 지난 13일 서울 삼청동에서 진행된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서 황정민을 비롯해 장첸 등 주요 메인 캐릭터들과 함께 연기한 소감 및 숨은 에피소드들을 공개했다. 

윤종빈 감독과 하정우가 처음 함께 만든 영화였던 '용서받지 못한자'의 시사회 현장에 직접 찾아와줘 만났던 황정민과는 당시 "앞으로 세 사람이 꼭 한 번 뭉치자"는 약속을 나눴던 사이다. 윤종빈 감독과 하정우, 황정민이 나눴던 약속은 18년 만에 '수리남'을 통해 현실로 이뤄졌다.

"황정민 형과 작업은 너무 편했어요. 엄청난 고수이시기에 액션신을 찍어도 부담이 없었죠. 멱살을 잡거나 머리끄댕이를 잡아도 상대 배우가 편히 연기할 공간을 열어주셨어요. 그런 부분에서 작업이 편했죠. 어린 시절부터 매니지먼트에 들어갔을 때부터 알던 형이고 처음에는 막연히 무섭고 다혈질인 형인줄 알았는데 만나서 작업을 해보니 누구보다 따뜻하고 누구보다 든든했던 형 같은 존재였어요. 상대배우 보다는 형에 가깝죠. 윤종빈 감독과 일하는 것보다 정민 형과 일하는 게 더 편했어요." 

하정우가 극 중 가장 긴장감 넘치는 장면으로 꼽는 장면은 전요환과 강인구, 그의 수하인 변기태(조우진), 데이빗 강(유연석), 이상준(김민귀) 등이 함께 모여 누가 첸진(장첸)파에 비밀을 흘리는 첩자인지 갑론을박을 벌이는 신이다. 제작발표회 당시 대부분의 배우들이 촬영 당시 가장 긴장감과 연기의 재미를 느꼈다고 꼽은 장면이기도 하다. 

"최창호를 뺀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서로를 의심하며 긴장도가 최고조에 달하는 장면이었죠. 황정민 형 연기를 보면서 저도 에너지를 올리며 텐션을 끌어올릴 수 있는 중요한 장면이었어요. 전요환의 저택 수영장에서 촬영한 장면인데 정민이 형이 너무 스스럼 없이 수영복 삼각팬티를 입고 잘 돌아다니시는 거에요. 캐릭터에 빠져서 정말 스스럼 없이 하시더라고요. 그 점도 놀라웠어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배우도 똑같은 사람이기에 민망할 수 있거든요. 정민이 형이 전요환에 푹 빠져 있으시기에 그런 장면이 가능했겠죠."

중화권 스타인 장첸과는 오래 전 영화 '숨'(김기덕 감독)에서 한번 호흡을 이룬 경험이 있다. 16년 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영어 대사로 이룬 호흡에서 이질감이 보이지 않는 자연스러운 앙상블을 선보이며 '수리남'의 품격을 높였다. 

"장첸과는 '숨'에서 처음 만났는데 저를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중화권 최고 스타이자 월드 스타 중 한 명인데 현장에서 전혀 그런 모습이 없었어요. 그 분과는 클럽에서 현봉식이 맞는 장면에서 처음 함께 촬영했어요. 장첸 배우 첫 촬영장면이었죠. 그냥 같은 한국 배우처럼 느껴졌어요. 차이나 타운 장면은 전주에 오픈 세트를 만들어서 제작했고 장첸은 모든 촬영을 그 곳에서 마쳤어요. 코로나가 한창일 때라 15일 격리를 해야했는데 그 점 빼고는 어렵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하정우, 황정민 외에도 '수리남' 출연 배우들을 둘러싼 흥미로운 에피소드 중 하나는 모든 배우가 이번 시리즈에서의 호흡이 처음이라는 것. 하정우는 유연석, 조우진과의 개인적 만남의 비화를 들려주며 이들과 호흡 과정에서의 에피소드를 전했다. 

"배우들 전부 독특한 매력이 있었어요. 유연석은 박찬욱 감독님 때문에 몇 년 전 처음 만나게 됐는데 사석에서 자주 보는 사이에요. 제가 20세 때 뉴욕에 어학 연수를 짧게 간 시절이 있는데 그 때 일본인 친구 한 명을 알게 됐거든요. 그런데 십여년이 흘러 그 친구를 다시 연결시켜 준 사람이 유연석이에요. 특별한 추억이 있죠. 조우진과는 오며가며 매번 밖에서 마주치게 되는 사이고요. 박해수나, 김민귀는 이번에 처음 만났어요. 사실 강인구 외에 다른 역할을 고르라면 해수가 맡은 최창호가 가장 매력적이죠. 한번에 최창호와 구상만 두 역할을 오갈 수 있으니까요."

아내 역의 추자현과도 이번이 작품에서 첫 호흡이었지만 두 사람은 오랜 시간 동고동락한 부부의 편안함이 느껴지는 연기를 펼쳤다. 두 사람의 찰떡 호흡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숨어 있었다. 

"추자현 배우가 윤감독님 동네 주민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촬영하며 되게 편안하더라고요. 첫 만남은 5년 전 한남동 고깃집에서 밥을 먹다가 자현씨가 남편분과 식사하는 걸 봤어요. 제가 밥 값을 계산하고 나왔죠. 그런데 윤감독님이 이번에 추자현씨에게 특별 출연을 부탁하니 그날 이야기를 했다고 해요. 밥을 한번 샀던 게 캐스팅에서 빛을 발한 거죠. 이 시리즈의 첫 촬영이 식탁에서 추자현 배우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었어요. 크랭크인 첫 장면이었기에 떨리고 긴장됐는데 자현 배우와 함께 하는 장면을 다 붙여 놨더라고요. 김밥집 엔딩이나 카센터 에필로그 장면도 전부 이 때 한꺼번에 찍었어요. 사실 첫 만남에 오지랍을 부린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후배 배우를 만나면 밥을 사주고 가는 건 아버지께 배웠어요. 저도 종종 유인촌 선생님께서 사주시는 밥도 먹었고요. 후배 배우들에게 잘 베푸는 건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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