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서 이준호 역 열연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역대급 반전이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 17.5%의 놀라운 시청률로 신드롬적 인기를 모으며 종영한지 2주차를 넘어서고 있지만 이준호 역을 선보인 강태오를 향한 스포트라이트와 뜨거운 인기는 수그러들 줄을 모른다. 2주 뒤인 오는 9월 20일 입대 소식을 전했음에도 새로 계약한 광고 소식들이 쏟아진다.

'우영우'(극본 문지원, 연출 유인식)로 27년차 배우 경력 중 최고의 인기를 얻은 우영우 역의 박은빈 만큼이나 인생 역전을 누리게 된 이가 강태오다. '우영우'의 놀라운 인기 상승과 동시에 5주 연속 주간 화제성 부문 1위라는 놀라운 기록을 달성하며 톱스타 대열에 당당히 합류했다.   

강태오는 2013년 웹드라마 '방과 후 복불복'으로 데뷔했을 당시 동료 서강준, 공명, 이태환, 유일 등과 함께 서프라이즈를 결성하며 화려하게 연기자로서 출발했지만 사실 대중들에게 배우 강태오가 인지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2015년 한국-베트남 합작 드라마 '오늘도 청춘'이 베트남에서 빅히트를 치면서 '베트남 프린스'라는 애칭까지 얻으며 인기를 모았지만 국내에서는 인지도를 높이기에 부족했다. 서프라이즈 팀내에서도 안정감 있는 연기력과 매혹적인 보이스 컬러로 유명했지만 대중들에게 그런 매력을 어필할 강력한 필모그래피가 주어지는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동료 서강준과 공명이 각각 대표작들을 내놓으며 이름을 알릴 때 MBC 드라마 '미스코리아', MBC 드라마 '여왕의 꽃', MBC 드라마 '최고의 연인', MBC 드라마 '당신은 너무합니다' 등 주말드라마와 일일드라마를 가리지 않고 차근차근 연기력을 쌓고 다양한 선후배 배우들과 호흡하며 남녀노소를 막론한 다양한 세대의 시청자층에 스며들면서 묵묵히 필모그래피를 업그레이드해왔다.  

이후 2019년 KBS 2TV 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이하 '녹두전')을 통해 시청자들의 마음과 평론가들의 호평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게 된다. 특히 넉살 좋고 위트 넘치는 선비에서 인조반정의 주인공인 능양군으로 흑화하며 반전 매력을 선보인 강태오는 해당 드라마를 통해 매력 넘치는 발성과 시청자들을 설득하는 집중력 있는 연기력으로 고정 팬을 확보하며 대중들의 눈을 붙들었다. 곧 이어 JTBC '런온'에서 재벌가 딸과 사랑에 빠지는 가난한 미대생 이영화 역으로 미니시리즈 남주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배우 강태오를 '우영우' 종영일에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이 만났다. 훈남 외모에 키다리 아저씨 같은 깊은 배려심으로 법무법인 한바다 여직원들의 마음을 한몸에 사로 잡았던 이준호의 아우라가 강태오에게 여전히 남아 있었다. 급작스러운 인기에도 들뜨지 않고 이준호보다 더한 예의바름과 배려심이 인터뷰 사이사이 배어 나오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우선 지금의 이 뜨거운 인기를 몸소 느끼고 있는지부터 물었다.

"드라마의 인기는 다른 배우들보다 늦게 인지했어요. 원래 반응을 잘 챙겨보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주위에서 '너 잘 나가더라' 'SNS에 많이 올라온다'는 이야기는 전해 들었어요. 그러면서 시청자분들이 '우영우'를 많이 챙겨봐주시고 사랑해주시는 걸 느꼈죠. SNS 팔로워 수가 작품 전까지 60만 명이었는데 최근 200만 명으로 느는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집 근처에 자주 가는 식당 사장님이 '드라마 잘 보고 있다'고 인사해주셔서 감사했고 야구 시구를 갔을 때도 너무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셔서 감사했죠. 너무 감사하고 얼떨떨하네요. 정말 꿈인지 생시인지 싶네요."

강태오에게는 '우영우' 속 명대사 "섭섭하네요"에 기인한 '국민 섭섭남'이라는 닉네임이 생겼다. 수많은 여심을 훔쳤다는 의미에서 '국민 유죄남'이라는 별명도 추가했다. 

 

 

"사실 '섭섭한데요'라는 대사가 나온 장면이 이렇게 큰 이슈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오히려 아파트 복도 입맞춤 장면 등은 설레어 하는 반응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예상하지 못한 장면이 큰 인기를 모아 신기하고 재미있습니다. '영우와 준호가 사귀는 장면들이 실제 상황 같아서 좋더라'는 말씀을 많이 들었어요. 보통 어떤 연기를 하던 그 상황을 믿으려고 하는 편입니다. 누가 죽는 장면에서는 실제 죽었다고 믿으려 하고요. '이런 장면에 이런 표정을 지어야지'라는 식의 접근은 안하려고 해요. 내가 지금 연기하고 있는 이준호라면 이 상황에서 어떤 모습일까 생각하면서 표현했죠."

'우영우'의 캐스팅 미팅 당시 유인식 감독은 '딱 이준호처럼 보이는 청년이 왔다'며 준호 역에 강태오를 캐스팅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야말로 보통의 20대 남성인 한바다 송무팀 이준호라는 인물을 연기하기 전 어떤 방식으로 디자인을 하고 설계해 나갔을까. 

"준호는 액션보다 리액션이 많은 인물이에요. 직업 특성상 변호사들 사이에서 항상 분주하지만 앞에 있기 보다는 뒤에 서있는 인물이죠. 영우에게는 항상 사랑을 강요하지 않고 키다리 아저씨처럼 바라봐주고 보호해주려는 느낌이 있었고요. 제 포지션이 드라마 내에서 돋보이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위치보다 한두걸음 빠져서 지켜보는 방식으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시청자들이 보시기에 어느 순간 보니 준호라는 사람이 듬직하게 뒤에 있었다고 느끼실 수 있게요. 영우와 관계 뿐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제스처를 하거나 대사할 때 돋보이게 할려고 하지 않았고 송무팀 직원으로써 자연스럽게 보이려 행동했어요."

극중 준호 누나와의 제주도 만남 이후 자신이 준호에게 도움이 될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한 영우는 준호에게 “우린 사귀지 않는 게 좋겠다”고 이별 통보를 한다. 제주도 바닷가에서 촬영된 해당 장면에서 준호는 극 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영우에게 소리를 친다. 늘 키다리아저씨 같았던 준호이기에 극적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신의 촬영이 어려울법도 했을 터. 해당 장면 촬영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설명이 보태졌다. 

"준호도 사람인지라 참고 참다가 우영우 변호사에게 '변호사님, 지금 장난해요'라는 말이 나왔을 것 같아요. 사실 그 장면은 너무 조심스러웠어요. 지금까지 보여드린 준호의 모습과 달랐으니까요. 그 때 처음으로 시청자분들이 의식됐어요. 준호가 화내는 걸로도 보일 수 있기에 영우도 당황하고 시청자분들도 당황하실 것 같았죠. 유인식 감독님께 '괜찮을까요'하고 여쭤봤어요. 감독님이 저를 설득해주셨죠. '준호가 영우를 얼마나 사랑하고 또 답답하면 저런 반응이 나올까' 생각해보라고 하셨어요. 소리를 지른다고 화내는 것이 아닌 '왜 나를 안보느냐, 나는 늘 당신만 바라보고 있다'는 표현을 해야 했어요. '내 우선순위는 항상 당신인데 뒤돌아 나를 봐달라'는 의미를 담아야했죠."

시청자들에게 가장 큰 반향을 안긴 장면 중 하나는 준호의 집 앞에서 커서등이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는 가운데 영우와 준호가 첫 키스를 하는 장면이었다. 영우와 준호가 서로를 배려하며 한걸음씩 사랑을 키워가던 소중한 순간의 한 장면이었다. 

"키스신을 찍을 당시 NG는 많이 나지 않았어요. 비주얼적으로 예쁘게 연출하셔야 하다 보니 여러 컷을 촬영했죠. 그것도 그렇지만 첫 번째 입맞춤을 하고 나서 박수를 치고 '이빨을 부딪히는게 맞습니까'라고 말하는 게 일반적 대사는 아니잖아요. '입을 벌리고 눈을 감아주세요'라는 대사도 시청자들께 불편함을 드리면 어쩌나 고민이 됐어요. 현장에 갈 때 까지만 해도 확신을 가지고 가지 못했어요. 은빈 누나와 호흡을 맞추며 현장의 에너지를 느끼며 촬영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막상 촬영을 시작하니 영우가 너무 귀엽게 보이는 거에요. 그 와중에 굳이 키스하는 법을 설명하는 준호의 모습도 민망했지만 설렘은 그대로 유지됐어요. 그런 복합적인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잘 표현되지 않았나 싶어요."

강태오가 16부 촬영 분량 중 가장 공을 들인 장면은 따로 있다. 매신 매장면 노력하지 않은 장면은 없지만 그래도 가장 신경을 많이 쓴 장면은 강화도 낙조 마을 촬영 장면이었다. 

"저 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모든 장면에 공을 들였죠. 하지만 저의 경우 낙조신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영우를 향해 '변호사님 같은 변호가가 내 편을 들어주시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석양이 질 때 찍어야 하는 신이어서 정말 급박한 상황이었고 정신도 없어죠. 하지만 그 와중에도 준호의 대사에서 영우을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졌어야 했어요. '내가 당신 편이 될게요'가 아닌 '당신이 내 편이 되어주세요'라는 말은 차이가 크잖아요. '내가 기다릴게요, 당신이 언젠가 이리로 와줘요'라는 의미가 담긴 신이었고 대사 속에 영우를 배려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어요. 그래서 이 장면의 대사가 너무 좋았어요."

'우영우'에서 여성들이 가장 선망할만한 이상적 남성상을 연기한 강태오의 실제 연애 스타일은 어떨까. 실제로도 이성을 만날 때 준호처럼 배려심 만점의 스타일인지 물으니 볼멘 소리가 들려온다.

"저도 실제 연애에서 준호처럼 섬세하고 다정하고 멋진 연애를 추구할려고 하는데 실제로 그렇게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상대방 이야기를 들으면 저도 꽤 프렌들리하고 편안하고 꾸밈없다고 하던데 사실 준호는 너무 판타지 아닌가요. 모든 남자의 적이 될 수 있을만큼의 친구죠. 주위에 준호 같은 친구는 없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웃음)

우영우를 연기한 상대역 박은빈은 나이 차는 크지 않은 누나뻘이지만 연기 경력으로 보자면 선생님 급이다. 강태오는 이준호라는 인물을 통해 최상급의 연기를 끌어낼 수 있었던 비결로 단연 박은빈과의 멋진 호흡을 꼽았다. 

"박은빈 배우는 나이로 따지면 또래 누나지만 경력은 대선배님이죠. 현장에서도 이런 모습을 많이 느껴졌다. '연모' 끝난지 얼마 안돼서 우리 드라마 촬영을 했는데 대본을 보면 우영우 역할은 대사 분량부터 정말 대단했죠. 캐릭터 분석부터 준비할 것이 많았을텐데 어떻게 준비를 다 하고 왔는지 멋지게 소화해내는 모습이 정말 존경스러웠어요. 준호와 영우가 함께 하는 신에서케미도 잘 살려주셨고 간접적으로 정말 많이 배웠어요. 같이 합 맞추는 장면에서도 피드백도 솔직히 이야기해줬고요. 몇 번째 테이크때 준호의 대사와 표정이 좋았다고 말해줬죠. 영우의 입장에서 느끼는 감정이 좋았다거나 어떤 신에서는 살짝 느끼했따거나 솔직하게 얘기해줬어요. 그래서 다음 테이크 때 더 보충하면서 좋은 호흡을 이뤄갈 수 있었어요. 장면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준 배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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