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무면허 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을 받게된 전 프로야구 선수 정수근(45)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정수근이 또다시 야구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정수근. ⓒ스포츠코리아
정수근. ⓒ스포츠코리아

의정부지법 형사6단독 이우희 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정수근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정수근은 지난해 9월 27일 오후 10시 50분께 경기 남양주시 내 도로에서 자동차운전면허 없이 혈중알코올농도 0.159% 상태로 약 2㎞를 운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수근은 앞서 2004∼2016년 세 차례 음주운전으로 입건돼 벌금형이나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바 있다. 특히 지난해 6월 무면허 음주운전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는데 3개월 만에 또다시 같은 음주운전을 저질렀다. 결국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정수근은 4번이나 도루왕을 차지했던 KBO리그의 레전드였다. 1995시즌 OB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 무대에 선 정수근은 첫 해부터 25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2할1푼4리의 타율로, 정확도에서는 아쉬움이 컸지만 빠른 발을 앞세운 도루 능력으로 1995시즌 OB의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정수근은 2년차인 1996시즌 43도루를 기록하며 한 단계 발전했다. 이어 1997시즌엔 50도루 고지를 밟았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에 밀려 도루 2위에 위치했지만 도루왕을 차지할 수 있는 잠재력을 뽐냈다

결국 정수근은 1998시즌부터 2001시즌까지 4시즌 연속 도루왕을 거머쥐었다. 도루계 최고 권위자였던 이종범이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로 이적했던 영향도 컸으나 정수근의 빠른 발과 정교한 콘택트 능력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점이었다. 2000 시드니올림픽에 참가해 동메달을 따내기도, 2001년엔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정수근. ⓒ스포츠코리아
정수근. ⓒ스포츠코리아

이런 과정에서 정수근은 프로야구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 또한 2004시즌을 앞두고 '인기팀' 롯데 자이언츠로 둥지를 옮기면서 팬층을 넓혀갔다.

그러나 정수근은 2004년 음주운전과 폭행 사건에 휘말리며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KBO리그 최고 스타의 몰락이었다.

하지만 야구팬들은 다시 한번 정수근을 품었다. 2005년 복귀한 정수근은 올스타 최다득표의 영광을 안기도 했다. 정수근은 이에 화답하듯, 올스타전에서 박정태, 양준혁 타격폼을 따라하며 많은 야구팬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선사했다.

그런데 정수근은 2008년 아파트 경비원 폭행 혐의로 입건되며 많은 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이어 2009년 부산 모 주점에서 음주 물의를 빚었다. 결국 은퇴를 선언하며 그라운드를 떠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야구팬들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도루왕’ 정수근을 이후에도 추억 속에 남겼다. 역대 통산 도루 개수 4위(474개)가 말해주듯, 정수근이 KBO리그 팬들에게 남겼던 즐거운 순간도 많았기 때문이다.

정수근. ⓒ연합뉴스
정수근. ⓒ연합뉴스

그런데 정수근은 또다시 무면허 음주운전을 했다. 이제 음주운전만 5번째다. 야구팬들에게 또다시 큰 실망감을 줬다. 음주운전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아진 시대다. 이제 음주운전을 저지른 과거 스타를 용서할 팬들은 어디에도 없다. 야구팬들은 정수근과의 추억을 더 이상 떠올릴 수 없게 됐다.

KBO리그의 레전드로 기억될 수 있었던 '도루왕' 정수근. 그러나 어느새 정수근은 '음주운전 레전드'로 KBO리그팬들 뇌리에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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