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FC안양 역사상 네 명밖에 달성하지 못한 안양 소속으로만 리그 100경기. 자신의 기념비적인 경기이자 팀에게 있어 ‘승점 6점짜리 경기’로 평가받는 매우 중요한 일전에서 결승골까지 넣었다.

100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은 백(100)동규는 자신의 축구인생을 지탱해주는 ‘축구 멘토’ 두 사람을 뽑았다. ‘제주 레전드’ 조용형과 자신을 프로에 데뷔시켜주고 현재 주장까지 맡기고 있는 안양 이우형 감독이다.

왼쪽부터 조용형, 백동규, 이우형 감독. ⓒ프로축구연맹
왼쪽부터 조용형, 백동규, 이우형 감독. ⓒ프로축구연맹

FC안양은 16일 경기도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2 33라운드 부천FC와의 홈경기에서 안드리고의 해트트릭과 백동규의 결승골을 묶어 4-2로 승리했다.

전반에만 안드리고의 2골로 2-0으로 앞서간 안양은 후반 13분 백동규의 깜짝골과 후반 33분 안드리고의 해트트릭 완성 골로 4-0까지 앞서갔다. 하지만 후반 종료직전 부천 박창준에게 내리 2골을 내주며 무실점 승리는 달성하지 못했다.

안드리고가 해트트릭을 달성했음에도 백동규가 넣은 세 번째 득점이 결과적으로 결승골이 됐다. 이날 경기전까지 안양은 10경기 연속 무패행진, 부천은 6경기 연속 무패행진으로 무패행진 팀간의 맞대결이자 승점 49점 동률의 3-4위간의 맞대결로 이기면 2위가 될 수 있기에 관심이 컸던 소위 ‘승점 6점짜리 경기’였다.

이런 경기에서 주장이 결승골을 넣고 이기고 안드리고가 2013년 창단 이후 10년만에 창단 첫 해트트릭까지 달성했으니 경사도 이런 경사가 없는 안양이었다.

이날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주장 백동규는 “안양에서의 100경기를 의식한건 아지만 골을 넣었기에 더 기억에 남을 듯 하다”며 소감을 밝혔다. 중앙 수비수인 백동규는 이날 득점으로 올시즌 2호골을 신고했다.

득점 후 바로 앞에 있던 서포터석에 걸려있는 자신의 걸개로 가 세리머니한 것에 대해 “지난번 아들과 함께 퇴근을 하는데 팬분이 이 걸개를 보여주더라. 그래서 골을 넣으면 걸개 앞에서 세리머니를 하기로 약속했는데 마침 골을 넣은 곳도 걸개와 가까워 세리머니를 하게 됐다”며 웃었다.

제주시절 조용형의 경기 모습. ⓒ프로축구연맹
제주시절 조용형의 경기 모습. ⓒ프로축구연맹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중 백동규는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는 듯 먼저 말을 꺼냈다.

“오늘 경기에 모두가 아시는 전설적인 선수이자 제 멘토인 조용형 선배가 왔다. 경기를 앞두고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고 중요한 경기다보니 어떻게 해야할지 물었다. 그러자 조용형 선배가 ‘체력적으로 힘들면 발이 느려질 수밖에 없으니 생각의 속도를 빨리해야한다’면서 ‘태클 등으로 공을 뺏으려하기보다 공을 따라가며 수비하는 러닝 디펜스를 하면서 골키퍼를 믿으라’고 하시더라. 많이 도움됐고 항상 좋은 말을 해주신다. 골을 넣고 가장 먼저 가족들이 생각났고 이후 마침 경기를 보러온 조용형 선배가 떠올랐다.”

한국 축구 역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일군 2010 남아공 월드컵 전경기 풀타임 출전 수비수인 조용형은 제주 유나이티드에서도 전설로 인정받고 있다. 2020시즌을 끝으로 은퇴해 지금은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로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이날 역시 제주에서 함께 선수생활을 했던 아끼는 후배인 백동규의 초대로 안양 경기장을 찾았다.

딱히 세트피스 상황도 아니었음에도 상대 페널티박스 앞까지 온 이유에 대해서 “그것 역시 조용현 선배와 관련이 있다. 공격을 위해서가 아니라 수비를 위해서 그 위치에 있었다. ‘우리팀이 공격할 때 수비수는 수비 해야한다’고 조용형 선배가 항상 말했었다. 높은 위치에서 상대 공격을 막기 위해 전진하다 보니 박스 앞까지 갔는데 마침 운 좋게 패스가 와 슈팅으로 연결해 골이 됐다”며 득점 역시 조용형의 조언을 가슴 깊이 새긴 덕에 나온 것임을 밝혔다.

자신을 응원하는 걸개 앞을 지나가는 안양 이우형 감독. ⓒ프로축구연맹
자신을 응원하는 걸개 앞을 지나가는 안양 이우형 감독. ⓒ프로축구연맹

선수로써 롤모델이 조용형이라면 조언을 받고 믿음으로 함께하는 것은 소속팀 이우형 안양 감독이다. 이 감독은 동아대를 나온 백동규를 발탁해 2014년 프로에 데뷔시켰고 다시 안양 감독직을 맡았을 때 백동규를 영입해 지금은 주장 완장까지 맡기고 있다.

이우형 감독도 안양에서 100경기를 뛰게된 백동규에 대해 “신인시절과 똑같은 선수”라며 “이제 주장이고 하니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성숙함이 보인다. 가끔씩 깜짝 놀라곤 한다. '백동규가 저정도로 성장했구나'하고"라며 주장에 대한 찬사를 보낸 바 있다.

이 감독은 골까지 넣은 백동규에 대해 “진심으로 축하를 전한다. 사실 오늘 경기를 앞두고 백동규가 계속 풀타임을 뛰어왔기에 선발로 나갈지 교체로 나갈지 물어봤었다. 선수는 감독 의견에 따르겠다고, 몸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서 선발로 내보냈다. 체력적으로 힘들 수 있어도 솔선수범하며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 안양이 상위권에 있을 수 있는 원동력이라 본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백동규는 “감독님께서 아침에 문자가 오셔서 선발에 관해 물어보셨다. 선수 입장에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됐고 선수 선발은 감독 권한이니 어떤 결정이든 따르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선발 오케이’라고 답장을 주셨다”며 웃었다.

“안양에서 100경기를 뛸 동안 가장 좋았던 순간과 아쉬웠던 순간 모두 이우형 감독님과 연관이 있다. 가장 좋았던건 프로 데뷔전에서 감독님께서 선발 공격수로 출전하게 해주셨고 이겼던 기억이 있다. 또 지난해 다시 안양에 돌아와 리그 개막전 경남FC 원정에서 감독님께 승리를 안겨 드린 기억이 참 좋았다. 가장 아쉬웠던건 2015년 감독님이 경질된 경기에서 선발로 뛰었던 기억이다. 그때가 가장 힘들었다. 제가 뛴 경기를 통해 감독님이 경질되셨으니 저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다시 감독님께서 부르셨을 때 다른건 생각도 안했다. 함께 승격해보자는 마음 뿐이었다.”

좋은 감독-선배와의 유대관계 속에 안양의 주장 백동규는 더욱 무르익으며 안양을 이끌고 승격이라는 역사에 도전하고 있다.

안양 주장 백동규. ⓒ프로축구연맹
안양 주장 백동규. ⓒ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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