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그린 마더스 클럽'서 억척 엄마 윤주 역 열연

배우 주민경/사진=스토리제이컴퍼니
배우 주민경/사진=스토리제이컴퍼니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안다고 했던가. 

JTBC 드라마 '유나의 거리'(2014)로 데뷔했지만 아직 대중들에게는 낯설었던 주민경은 JTBC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2018)에서 윤진아(손예진)의 친구 금보라 역으로 출연할 때부터 범상치 않았다. 마치 연극 무대에서 오랜 시간 기량을 갈고 닦은 연극배우 출신의 명확한 대사 전달력과 안정감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다. 

그 당시 데뷔 4년차의 햇병아리 배우나 다름 없었지만 드라마 소개 홈페이지에 다섯 번째로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며 대중들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다. 이어 MBC 드라마 '봄밤'(2019)과 KBS 2TV 드라마 '영혼수선공'(2020)을 거쳐 tvN '지리산'(2021) 등에 출연하며 믿고 보는 배우로 서서히 떠올랐고 지난 5월 종영한 JTBC 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에서 주연을 맡아 추자현, 이요원, 김규리 등 대선배들과 나란히 어깨를 견주게 됐다. 

배우 주민경/사진=스토리제이컴퍼니
배우 주민경/사진=스토리제이컴퍼니

초등커뮤니티의 민낯과 동네 학부형들의 위험한 관계를 쫀쫀한 긴장감으로 넘나든 '그린마더스클럽'에서 주민경은 알파맘의 열정과 탄탄한 정보력으로 무장한 엄마 박윤주를 연기하며 뜨거운 모성애를 그려냈다. 

- 극 중 이요원과 김규리가 연기한 은표와 진하처럼 프랑스에서 미술을 전공한 것으로 화제에 올랐는데.

▶ 20세 봄에 프랑스로 유학을 가서 5년동안 공부하다가 돌아왔다. 당시 불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상태에서 갔다. 그무렵 집안 형편이 갑자기 어려워졌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미대 진학을 목표로 했었는데 유럽은 학비가 싸지 않나. 그걸 믿고 갔다. 할 줄 아는 일은 그림 그리는 것 밖에 없어서 미대에 도전했다. 몇 개월동안 죽어라 언어를 공부했고 이후 프랑스 국공립 미술학교인 보자르에 들어갈 수 있었다. 유급을 하게 되면 학교에서 쫓겨나기에 살아 남기위해 열심히 했다. 감자나 참치 통조림, 푸랑크 소시지 등 저렴한 음식을 싸게 파는 걸 사서 먹는 등 돈을 아껴가며 생활했다. 중국집에서 알바로 양배추만 하루 종일 썰던 시절이나 뷔페 알바후 튀김 남은 것 싸가지고 와서 먹던 기억도 난다. 그렇게 미술 공부를 하면서 생계도 유지해야 하니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영화 학교나 사진 학교 친구들의 모델 아르바이트나 연기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러다 어릴 적 배우가 되고 싶었던 꿈이 점점 커지더라.   

- 배우로서 연기의 시작은 언제인가. 

▶ 석사 과정을 진행하던 중 무작정 한국으로 돌아왔다. 연기가 하고 싶어서 필름메이커스나 배우 오디션 사이트에 들어가서 무조건 지원서를 올렸다. 그러다 첫 오디션을 본 것이 안판석 감독님의 JTBC 드라마 '밀회'였다. 소속사도 없고 무명인 시절이었지만 다행히 오디션을 볼 수 있었고 안 감독님이 저를 좋게 봐주셔서 '유나의 거리' 임태우 감독님께 소개를 해주셨다. 정말 어떤 운이 따랐던건지 데뷔작이 그렇게 정해지더라. 당시 안판석 감독님이 "너처럼 연기하는 애는 흔치 않다. 잘 될 거야"라고 응원해주신 것이 늘 기억난다. 

- '그린 마더스 클럽'은 추자현, 이요원, 김규리 등 쟁쟁한 연기력의 여자 연기자들이 포진한 작품이었다. 촬영 초기 기싸움 같은 것은 없었나. 

▶ 오히려 너무 예뻐해주셔서 정말 몸둘 바를 모를 정도였다. 선배님들의 눈에서 항상 꿀이 떨어졌다. 저를 아껴주고 챙겨 주시는 게 매번 피부에 와닿았다. 드라마 촬영 전에는 워낙 유명하신 선배님들이셔서 겁도 많이 먹었다. '민폐 끼치지 말고 제 할 도리는 잘 하자'고 마음 먹었는데 선배님들이 저만 보시면 안아주시고 칭찬해주시고 해서 결국 즐기면서 촬영하게 됐다. 

배우 주민경/사진=스토리제이컴퍼니
배우 주민경/사진=스토리제이컴퍼니

- 자녀 교육에 극성인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 역할이다. 결혼과 출산을 경험해보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역할을 디자인했나. 

▶ 윤주는 결혼한지 10년이 넘었고 초등학생 딸을 둔 인물인데 처음에는 엄마 역할을 잘 표현할수 있을까 걱정도 됐다. 보는 분들이 불편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마치 옆집 사는 엄마 같은 느낌을 내고 싶었다. 특별히 초딩 자녀를 둔 엄마들의 행동을 관찰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제가 어릴 적에 할머니 품에서 자라면서 할머니께 받은 헌신적 사랑에 대한 기억과 느낌을 잘 표현하려고 했다. 

- 남편 역 윤경호와 호흡은 어땠나. 

▶ 윤경호 선배님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제가 상대역 복이 크다. 윤 선배님은 저와 촬영할 때는 주로 맞는 장면이 많았다. 촬영할 때마다 윤 선배님이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보통 현장에서 선배님이 먼저 찍으시고 후배들이 찍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현장에서는 감독님과 선배님이 제가 먼저 촬영하게 해주시는 장면도 많았다. 또 윤 선배님은 극 중 수인이와 놀아주는 장면에서 정말 요즘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유행가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수인이와 재미있게 놀아주시더라. 정말 배우 선배이자 인생 선배셨다. 

- 추자현이 연기한 춘희와의 언쟁신은 카타르시스를 높여 주는 극의 백미인데. 

▶ 사실 현장에 가기 전까지는 상상조차 잘 안되던 장면이었다. 대사는 완벽하게 외워갔지만 추자현 선배님이 어떻게 하실지 상상도 안갔었다. 제가 협박 편지를 들고 가서 항의하는 장면이었는데 춘희와 윤주의 다툼은 비등비등한 두 여인이 싸운다기 보다느나 힘의 우위가 현격히 차이 나는 두 명의 싸움이었다. 막상 현장에 도착해서 슛이 들아가고 추자현 선배님이 처음 딱 연기를 하시는데 '아, 이거구나' 싶더라. 정말 그 장면에 싹 빨려 들어가서 임하게 됐다. 

- 배우 주민경을 대중들에게 제대로 인지시켜준 첫 드라마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였다. 손예진과 호흡이 궁금한데.

▶ 사실 드라마에서 제 목소리나 얼굴은 평온해 보였지만 손은 달달 떨고 있었다. 제가 감히 손예진 선배님 등을 쳐야 하는 장면도 있었다. 초반에 선배님이 '금보라 역 배우 연기가 참 좋다'고 칭찬해주셨다는 이야기를 안 감독님께 들었다. 또 제가 NG를 내고 달달 떨고 있을 때 "민경아, 괜찮아. 편안하게 해"라며 안심시켜 주신 적도 많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끝나고 한 인터뷰에서 선배님 이야기를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 tvN 드라마 '지리산'에서 오정세와 눈물 겨운 멜로 호흡도 인상적이었는데. 

▶ '지리산'에서 오정세 선배님은 정말 동네 오빠 같은 느낌이셨다. 오정세, 주지훈 선배님과 남원의 단골 식당에서 지리산 흑돼지 두루치기를 먹었던 기억도 난다. 고민시와도 현장에서 친하게 지냈다. 이응복, 박소현 감독님도 정말 좋으셨다. 양선이가 죽는 장면을 며칠동안 여러 장소에서 촬영을 했는데 첫 촬영 때는 너무 마음이 아팠는데 계속 촬영하다 보니 무뎌졌다. 그런데 다음날 너무 날씨가 좋았는데 저는 쉬던 중이었고 오정세 선배님은 양선의 죽음을 알게 된 후 오열한 장면을 찍고 나오시던 중이었다. 그러다 둘이 눈이 딱 마주쳤는데 그 순간 오정세 선배는 구형의 심정이었고 저 또한 양선의 심정이 된 거다. 둘 다 눈에 눈물이 고여서 어쩔 줄 몰라하던 기억이 난다. 구형과 양선이 막 이뤄지려는 찰나에 양선이 죽음을 맞이하게 돼 두 사람의 엔딩은 많이 아팠던 것 같다. 태연씨가 부른 OST도 구형이 우는 장면마다 등장해 더 임팩트가 강했던 것 같다. 

- 배우로서 목표가 있다면. 

▶ 특별히 계획을 세우고 사는 편은 아닌데 주민경으로서도 배우로서도 생각이 깊은 사람이 되고 싶다. 시청자들이 많이 공감해 주실 수 있는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인터뷰 당시 했던 이야기 중 하나가 '제가 먼 미래에 후배들이 꼽는 롤모델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였는데 지금도 그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