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두산 베어스에게 믿고 싶지 않은 장면이 연달아 나왔다. 중견수 포지션에 들어간 선수가 줄지어 경기에서 이탈하는 악재가 찾아오면서 쉽지 않은 경기가 예고됐다. 하지만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이때를 위해서 있었다. 3번째로 잠실 외야 중앙을 지킨 조수행(29)이 천금같은 1점을 팀에 선물했다.

ⓒ스포츠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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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은 7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시즌 12차전 홈경기에서 4-2로 역전승을 거뒀다.

두산 선발 로버트 스탁이 경기 초반 야시엘 푸이그에게만 1타점 적시타를 연이어 두 개 허용해 0-2로 끌려갔다. 하지만 두산은 저력이 있는 팀이었다. 5회말 공격에서 키움 선발 타일러 애플러를 상대로 허경민의 짜릿한 2타점 동점 2루타가 터지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두산은 내친 김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역전 적시타까지 나오면서 3-2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클리닝타임을 거치며 두 팀은 잠시 소강상태에 빠졌다. 두산은 스탁을 이은 박정수-최승용-박치국이 추가 실점하지 않으면서 미세한 리드를 지켰고, 키움 또한 6이닝을 책임진 애플러를 이어 이승호가 7회말을 막아내면서 반격의 기회를 노렸다.

그러나 앞서가던 두산이 결정적인 쐐기점을 8회말에 신고했다. 그 주인공은 조수행. 두산은 선두타자 김재환이 이명종을 상대로 얻은 볼넷과 서예일의 희생번트로 1사 2루를 만들었다. 꼭 달아나는 1점이 필요했던 김태형 감독이었다. 그러나 후속 김재호가 침묵하면서 아웃카운트만 쌓이고 말았다. 이제 기대를 걸 수 있는 타자는 타석에 들어선 조수행 뿐이었다.

그리고 조수행은 그 기대에 부응했다. 이명종에게 깨끗한 중전 적시타를 뺏어내며 김재환을 홈으로 불러들이는 데 성공했다. 3-2 리드가 4-2 두 점차로 벌어지는 순간이었다. 조수행이 마지막으로 타점에 성공한 것은 지난 5월 17일 잠실 SSG 랜더스전이었다. 이후 51일 만에 나온 타점이 가장 필요한 순간에 터진 것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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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조수행의 활약이 더욱 반가운 이유는 또 있다. 그는 이날 스타팅 라인업에 들지 못한 것은 물론, 2번째로도 선택받지 못했던 외야수였다. 이날 두산의 선발 중견수는 정수빈. 하지만 그는 2회말 주루 도중 2루수 김혜성과 부딪히는 불의의 사고로 경기에서 이탈했다.

2사 1,3루에서 양찬열의 타구가 2루수 김혜성을 향했고, 포구를 시도하던 김혜성은 2루로 뛰던 1루 주자 정수빈과 크게 충돌했다. 김혜성은 이내 몸을 일으켰으나 정수빈은 그대로 그라운드에 쓰러져 허리 통증을 호소했다. 끝내 일어나지 못한 정수빈은 구급차에 이송돼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해당 상황은 수비 방해로 판정되며 두산의 공격은 무득점으로 종료됐다.

급하게 그 자리에 투입된 선수는 김대한이었다. 하지만 2옵션이었던 김대한 마저 경기에서 빠지는 믿고싶지 않은 상황이 두산에 발생했다. 김대한은 5회말 자신의 첫 타석에서 애플러의 공에 오른쪽 손목 아래 전완부를 강타당했다. 스윙을 내려는 순간 공에 맞은 김대한은 1루로 걸어나가고자 했지만 결국 통증을 호소하며 경기에서 빠졌다. 그렇게 선택된 외야수가 바로 3옵션 조수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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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본인조차도 예상치 못한 가운데 경기에 투입된 조수행이었지만, 그의 활약은 여느 스타팅 못지 않았다. 승리를 결정짓는 타점은 아니었지만, 9회초 마운드에 오른 정철원의 어깨를 조금이나마 가볍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의미있는 타점이었다. 한 점차와 두 점차는 경기 향방이 갈리는 후반에 유의미한 차이를 가진다는 것은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두산은 그렇게 ‘전화위복’을 맞이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두산 관계자에 따르면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된 정수빈도 X-레이와 CT촬영 결과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아직 허리에 불편함은 남아있기에 상태를 지켜보긴 해야 하지만, 어쨌든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는 소식이었다.

그 결과 두산은 이날 오랜만에 연승에 성공했다. 지난 5월 26~27일 각각 한화 이글스와 NC 다이노스를 꺾으며 성공한 2연승 이후 41일 만의 연승이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강팀의 이미지가 무색하게 하위권에 처져 신음하고 있는 두산이지만, 여전히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전반기의 막바지에 이르는 지금 두산은 더 밝은 미래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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