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교체투입돼 45분여만 뛰고 1골 2도움의 맹활약. 경기 후 감독도 “최고의 선수였다”고 극찬한 포항 스틸러스의 허용준(29).

하지만 허용준은 굳이 한참을 기다리고 불러서 인터뷰를 요청한 취재진을 무시하고 가버렸다. 행여 이유가 있다면 설명이라도 했다면 이해했을 테지만 왜 굳이 MVP급 활약을 한 경기에서도 취재진을 무시했는지 알 수 없는 허용준이다.

ⓒ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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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은 5일 오후 7시 경기도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20라운드 성남FC 원정경기에서 0-1에서 4-1 대역전승을 거뒀다.

선제골은 홈팀 성남의 몫이었다. 전반 22분 오른쪽에서 외국인 선수 팔라시오스가 올린 크로스를 뒤에서 달려 들어오며 왼발을 정확히 갖다대 성남 데뷔전 데뷔골을 넣은 심동운이었다.

0-1로 전반전을 뒤진채 마치자 포항 김기동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공격수 3명(허용준-임상협-김승대)과 미드필더 1명(신진호)을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그러자 허용준이 후반 12분 헤딩동점골을 넣더니 후반 20분에는 김승대의 골에 크로스로 도움까지 기록하며 단숨에 2-1로 스코어를 뒤집었다. 후반 32분 김승대의 쐐기골이 추가됐고 후반 추가시간에는 또 허용준이 도움을 기록하며 임상협이 골을 넣어 4-1 대승을 거둔 포항이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된 공격수 중 김승대는 2골, 허용준은 1골 2도움, 임상협은 1골을 기록하며 포항 김기동 감독의 묘수가 적중했다. 특히 허용준은 동점골과 역전골에 결정적 역할을 하며 맹활약했고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김기동 감독은 “경기 후 (허)용준이에게 내가 볼 때 오늘 너가 최고 선수였다. 너 덕분에 기회가 났다”고 허용준에게 말했음을 밝히기도 했다.

고작 45분여만 뛰고 1골 2도움에 감독이 인정한 MVP급 활약까지. 가히 허용준의 날이었다. 허용준은 지난 주말 ‘동해안더비’ 울산 현대전에서도 1도움을 기록하는등 최근 엄청난 페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자연스레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취재진들의 관심은 허용준에게 향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유독 포항의 경기 후 라커룸 토크가 길어졌고 성남 선수단은 모두 빠져나오고도 한참을 기다려도 포항 선수단은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취재진은 허용준, 김승대 같은 맹활약한 선수의 소감을 묻고 싶어 기다렸다.

드디어 포항 선수단이 나왔고 선수들은 믹스트존을 지나가게 유도됐다. 하지만 허용준은 달랐다. 허용준은 실수인지 모르지만 모든 선수들이 거쳐가는 믹스트존을 지나가지 않고 지름길로 빠져나와 버스로 향했다. 허용준이 믹스트존을 지나지 않고 버스로 가는 것을 본 취재진들은 ‘허용준 선수’라고 부르며 인터뷰를 요청했다. 몇 번이나 부르고 왜 부르는지도 설명했지만 허용준은 멀리서 이를 보고 다시 버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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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2골을 넣은 김승대가 취재진을 위해 끝까지 남아 성심성의껏 인터뷰에 임해 취재진의 아쉬움은 덜었다. 그러나 어차피 룸메이트이자 팀동료인 김승대가 버스를 타지 못했으니 포항 선수단 버스도 출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굳이 허용준이 취재진의 요청을 거부하고 버스에 오를 필요는 없었다.

심지어 이날 경기 활약도 매우 좋았고 불편할 질문을 받을 일도 없었다. 포항 관계자에게 행여 이적설이나 취재진과 개인적으로 감정이 안 좋은일이 있는지 묻자 “전혀 그런거 없다. 그저 선수가 부담됐나보다”라는 이해못할 답변만 돌아왔다.

만약 개인적으로 믹스트존 인터뷰를 하지 못할 사정이 있었다면 취재진에게 직접 혹은 관계자를 거쳐 그 사정을 설명하면 될 일이다. 실제로 그렇게 인터뷰를 예의있게 거절하는 선수들은 많고 그렇게 말하는데 억지로 인터뷰를 하겠다는 기자들도 없다.

하지만 허용준은 굳이 뛰어난 활약을 하고 감독 역시 극찬한 경기에서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한참을 기다린 취재진을 무시하고 인터뷰를 거부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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