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지훈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김지훈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넷플릭스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 공개 하루 만에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 기준 넷플릭스 TV쇼 부문 3위에 오르며 글로벌 흥행 궤도에 올랐다. 유지태, 김윤진, 박해수 등 화려한 멀티 캐스팅을 자랑하는 이 작품의 최고 수혜자는 단연 김지훈이다. 덴버 역을 맡은 그는 젠틀한 이미지를 넘어 남성적이고 섹시한 매력으로 누구보다 큰 존재감을 드러내 주목받고 있다. 데뷔 이래 가장 잘 맞는 옷을 입었다는 평가다. 지난 1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김지훈은 “내가 아는 원작의 덴버는 지우고 대본 안에서 새롭게 쌓아갔다”고 밝혔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통일을 앞둔 한반도를 배경으로 천재적 전략가와 각기 다른 개성 및 능력을 지닌 강도들이 기상천외한 변수에 맞서며 벌이는 사상 초유의 인질 강도극을 그린 작품으로 지난해 파트5로 대장정을 마친 스페인의 히트작 ‘종이의 집’이 원작이다. 1945년 광복 후 분단된 한반도가 2026년 통일을 앞두고 있다는 설정 아래 한국판에서만 가능한 세계관을 새롭게 구축했다. 세상에 없는 돈을 훔치려는 강도들과 이들을 막아야 하는 남북 합동 대응팀, 그들에게 붙잡힌 인질들의 이야기가 긴박하게 펼쳐진다.

“‘종이의 집’이 리메이크된다는 소식을 듣고 꼭 함께 하고 싶었어요. 호불호가 갈리는 건 처음부터 어느 정도 예상했어요. 너무 큰 사랑을 받은 원작이 있는 한 이 작품의 숙명이라고 생각했고요. 다만 언어부터 정서, 문화, 장소, 배경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제가 원작에 얽매이지 않으면 새로운 ‘종이의 집’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김지훈이 연기한 덴버는 길거리 싸움꾼 출신으로 모스크바(이원종)의 아들이다. 돈을 대주던 도박꾼까지 때리고 쫓기다 강도단에 합류하게 된다. 감정적이지만 속정도 깊어 인질 중 임신했다는 미선(이주빈)을 챙겨주며 사랑에 빠진다.

“한 마디로 표현하면 단순한 사람이죠. 어릴 때부터 좀 문제아였고요. 아빠가 감옥에 들락거리면서 공부에 전념하기 힘든 분위기에서 자랐고 반항도 하고 아빠와의 갈등도 컸을 것 같았어요. 조폐국에 들어온 것도 큰 목표나 야망보다도 그저 아빠를 믿고 따라온 게 커요. 어떻게 보면 단순 무식하지만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기 때문에 매력적인, 그런 인물로 그려보고 싶었어요.”

김지훈은 몸매 관리와 스타일링 변신을 통해 필모그래피 통틀어 가장 남성적이고 선 굵은 카리스마를 드러냈다. 꾸준한 운동으로 평소 11~12%인 체지방률을 7~8%로 줄여 유지했고, 자연스럽게 소화한 사투리 대사 역시 부단한 노력의 결과였다.

“김지훈이라는 배우의 이미지와 덴버 사이의 간극이 꽤 커서 그걸 좁힐 수 있는 수단은 사투리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사투리를 영화 ‘친구’로 접한 게 전부라 촬영 두세 달 전부터 부산 출신 지인에게 진짜 꼼꼼하게 수업을 받았어요. 쌈디 씨의 도움도 받았어요. 마침 같은 샵을 다녀서 원장님의 소개를 받았고, 직접 작업실을 찾아가서 배웠어요. 쌈디 씨 덕을 많이 봤어요. 외적으로는 체지방 관리를 해서 얼굴 선을 드러내봤어요. 다만 머리에 대한 설정은 대본에 없었는데요, 조폐국 안에서 할 일이 많은데 머리가 치렁치렁하니까 신경 쓰이더라고요. 그래서 묶었다가 미선을 만나러 가는 장면에서 살짝 풀었는데 반응이 좋았나봐요. 미선한테 잘 보이고 싶은 들뜬 감정을 표현한 건데 좋아해주셔서 뿌듯해요.”

특히 이주빈과의 멜로라인은 큰 호응을 얻었다. 강도와 인질로 만난 두 사람은 혼란스러운 상황 속 불꽃처럼 튀는 로맨스를 완벽한 호흡으로 그려내 극에 설득력을 더했다. 둘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비슷해 ‘비주얼 커플’, ‘그림체가 닮았다’는 반응과 함께 파격적인 베드신까지 이슈를 모았다.

“원작의 수위가 훨씬 세고 적나라하죠. 덴버를 맡는다면 그 정도의 베드신은 숙명이라고 생각했어요. 걱정은 있었죠. 안 해 봤고 좀 창피할테니까(웃음) 이주빈 씨랑 대화할 때도 늘 베드신이 주제였어요. 둘 다 빨리 제출해야 하는 숙제처럼 느껴져서 작품 시작 전부터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아무래도 같은 부담을 똑같이 안고 있다보니까 서로 전우애나 친밀감이 생겨서 편안히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지훈의 밀도 높은 연기는 덴버의 거칠지만 섬세한 매력을 선명하게 만든 동력이었다. 이미지 변신이라는 큰 수확은 자연스레 따라왔다. 2002년 ‘러빙 유’ 이후 ‘이웃집 꽃미남’, ‘결혼의 여신’, ‘왔다! 장보리’ 등 다양한 작품에서 쌓은 부드러운 얼굴은 오랜 시간 팬들이 사랑한 매력이었지만, 모범 답안처럼 잘생긴 외모와 고정된 이미지는 그에게 배우로서 한번쯤 깨고 싶은 한계이기도 했다. 그런 여정에서 만난 덴버는 그간 대중에게 박힌 이미지를 확실하게 지우는 기회가 됐다.

“제가 데뷔 20년쯤 됐는데 그 중 15년 이상은 비슷한 이미지를 쌓았어요. 주말드라마에 많이 나오는 실장님 이미지처럼요. 저는 영화나 트렌디한 미니시리즈도 자신있는데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이미지를 탈피하려고 오래 전부터 노력해왔어요. 한 2년 정도는 아예 작품을 쉬면서 이미지를 답습하지 않는 캐릭터가 올 때까지 기다리기도 했고요. 그러다 만난 게 ‘바벨’, ‘악의 꽃’이었는데 기존 이미지를 부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그리고 덴버를 통해서 좀 더 확실히 깰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악의 꽃’에 이어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으로 확실한 터닝 포인트를 맞은 그는 올해 또 한 번 색다른 도전에 나선다. 넷플릭스 공개를 앞둔 ‘발레리나’, ‘연애대전’ 등 차기작 모두 기대가 쏠려 있다.

“예전에 비해서 캐릭터 선택권이 많이 확장된 걸 느껴요. 제가 노력해서 성취한 부분이라 보람을 느끼죠. 새로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 많아요. 본격적인 로맨스는 해본 적이 별로 없어서 멜로도 해보고 싶고 제복을 입는 캐릭터도 멋있게 소화해낼 자신이 있어요. 머리를 기르고 ‘섹시하다’, ‘퇴폐적이다’ 이런 얘기를 많이 듣거든요. 기왕이면 국내에서 퇴폐미로는 다른 사람이 따라올 수 없는 위치까지 올라가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이게 김지훈이었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매번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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