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LG 트윈스의 영원한 33번으로 남게 될 박용택(43) 현 KBS N 스포츠 야구 해설위원이 진정한 ‘굿바이’ 인사를 팬들에게 건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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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택은 3일 오후 5시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LG의 맞대결이 종료되고 난 후, 선수로서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은퇴식과 자신의 백넘버 33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하는 행사를 갖는다.

본격적인 경기가 펼쳐지기 전 기자회견을 가진 박용택은 “아무 감흥 없을 줄 알았는데 잠이 안 왔다. 새벽 4~5시쯤 잠들어 제대로 못자고 왔다”며 약 1년 반 만에 열리게 된 은퇴식을 위해 잠실 야구장을 찾은 소감을 전했다.

'LG의 영원한 No.33 “졸렬택 없어 아쉽다… 눈물 많이 날듯“[일문일답上]' 에서 계속

▶ 이하 박용택과의 일문일답

- 선수 이후 해설위원을 하고 있다. 스스로 선수 박용택을 평가해본다면?

팬들 입장에서 KBO리그에서 가장 편한 선수였지 않았나 싶다. LG 팬들이 제가 못할 때는 언제든지 욕해도 되고, 대신에 '우리 선수인데 왜 네가 욕을 해?'라고 막아줄 수 도 있는 선수였다. 잘했을 때는 어떤 선수보다 응원해줄 수 있고 사랑 많이 받았던 선수였던 것 같다. LG 사상 3번째 영구결번 선수가 됐는데 김용수 선배가 전설 같은 느낌이었고 (이)병규 형이 약간 거리감 있는 슈퍼스타, 히어로 같이 범접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저는 (팬들이) 정말 편하게 다가설 수 있는 선수였던 것 같다. 관중석 위에서도 보통 병규 형 부를 때는 '이병규 선수!' 이러다가도 저 부를 때는 '박용택!' 이러시더라(웃음).

- 영구결번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소감은

꿈을 이뤘다. 그냥 중간중간 좋은 선택들을 잘 해왔다. LG 오기 전에 야구 선수로서 가졌던 꿈이다. 김용수 선배가 영구결번이 됐던 1999년이 제 대학시절이었다. LG로부터 고졸 우선지명을 받고 그 장면을 봤는데 그 맘 때부터 구체적인 꿈을 꿨다. 대학에서 야구를 완전 못하지 않는 이상 LG 선수가 되는 거였기에 그걸 보다 보니 영구결번이 하고 싶었고, 병규 형이 할 때는 더이상 꿈이 아닌 확실한 목표가 됐다.

- 류지현 감독이 박용택 당시 선수가 지명 받고 나서 신인으로 마무리캠프에 왔다가 계약금이 올라갔다는 이야기를 하던데.

팩트다. 전무후무한 신인 계약이었을 것이다. 당시 제 친구들이 3억5000만원~5억원 정도까지 많이 받는데 저는 2억3000만원준다더라. 그래서 한 10번 정도 협상을 하다가 구단에서 묘안을 주셨다. 마무리캠프가서 당시 김성근 감독님께 주전급 인정 받아야 그 정도 줄 수 있다더라. 그래서 캠프가서 한 달 반 정도를 하루만 쉬면서 열심히 했다. 그리고 다들 아시는 김성근 감독님 12월 캠프를 제주도로 갔다. 그랬더니 감독님이 따로 부르셔서 '왜 계약 안하냐'고 하시더라. 감독님이 그 때 '재미난 아이네'하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그러고 스카우트 팀장님이 제주도 내려오셔서 한 7000만원 올렸다(웃음).

- 류지현 감독이 박용택 위원과 현장에서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으시던데

어떻게 됐든 야구인으로 평생 살 것이다. 제가 어떤 것을 하고 싶은 것보다는 어디서 저를 필요로 하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

-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우승을 못해보고 은퇴하는 것이 얼마나 아쉬운지 선수 시절에는 잘 모를 것이다. 제가 은퇴하고 지난해 kt 위즈 우승하는 것을 보면서 친한 (박)경수의 모습을 봤고 (유)한준이가 은퇴시즌에 우승하는 것을 보니까 너무 부럽고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 '이걸 19년을 하면서 한 번도 못했다는 게 말이 돼?'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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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배들 중에는 누가 다음 영구결번이 될 것 같나

안그래도 (오)지환이랑 이야기하면서 '야 지환아 이병규, 조인성, 박용택, 이진영, 류지현, 서용빈까지 아무도 우승 주장 못했다. (되면) 얼마나 멋있겠냐. 네가 4번째가 돼야지'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쓸데없는 얘기하더라(웃음).

- 그라운드의 신사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와이프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뭐라고 하더라(웃음). 제가 특별히 젠틀하다기 보다는 솔직히 한국야구 후배들도 마찬가지고 좀 더 젠틀하고 친절해질 필요가 있다. 예전엔 알게 모르게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멋이라는 분위기가 있었다. 지금은 인식들이 바뀌고 있는데 더 그렇게 될 필요가 있다.

- LG에서 또 박용택 같은 스타가 나올 수 있을까

지난해 은퇴하고 선수생활 돌아보면 어떠냐는 인터뷰에 가장 많이 했던 말이 '잘 버틴 것 같아요' 였다. 우리나이 31살로 졸렬하지만(웃음) 타격왕이 되면서부터 레벨이 좀 달라질 수 있었다. 잘 버티면서 오늘 말고 내일을 보다보면, 노력하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그런 선수들이 많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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