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KIA 타이거즈가 어느새 4연패다. 지옥의 수도권 9연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모두 알았지만 이 정도는 예상하기 힘들었다. 키움 히어로즈와의 주중 3연전 스윕패라는 충격적인 소식과 함께 선두 SSG 랜더스의 안방으로 이동하는 KIA다.

ⓒ스포츠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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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는 지난달 28일부터 3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과의 주중 3연전에서 시리즈 스윕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의리-양현종-한승혁으로 이어지는 토종 선발진이 차례대로 마운드를 지켰지만 단 1승도 따내지 못했다. 이의리는 상대 에이스 이정후에게 통한의 홈런을 허용하며 고개를 떨궜고, ‘대투수’ 양현종 카드는 안우진의 역투에 가로막히면서 7이닝 1실점 호투가 퇴색됐다.

그리고 더욱 충격적인 패배가 바로 전날(30일) 찾아왔다. 0-3으로 뒤지던 경기를 6회초 박동원의 투런포와 상대 실책을 틈타 동점을 맞췄던 KIA는 이어진 7회초 나성범의 솔로포로 아예 뒤집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그 이후 벌어질 일을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원래의 KIA 필승조라면 1점차 살얼음판 리드지만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다. KIA가 자랑하는 장현식-전상현-정해영으로 이어지는 ‘JJJ 트리오’가 각자 맡은 1이닝씩 완전히 삭제하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봐왔던 KIA 팬들이다.

하지만 하늘이 KIA를 버린 것일까. 장현식이 가장 필요했던 이날, 그는 팔꿈치에 쌓인 피로도로 인해 1군에서 말소되고 말았다. 결국 7회를 책임져야 할 장현식 자리에 박준표가 올라왔다. 그러나 그는 제구 난조로 몸 맞는 공 이후 볼을 남발하다가 이른 타이밍에 교체되고 말았다.

그렇게 호출된 선수는 원래 8회를 책임질 전상현. 그는 평소보다 빠른 등판에도 위기를 지워주면서 제 역할을 해줬다. 그러나 연쇄작용은 거기서 시작됐다. 이미 체력을 한 차례 소진한 전상현이 8회까지 지우기는 역부족이었다. 2루타와 볼넷으로 1사 1,2루 위기에 빠진 전상현은 결국 마무리 정해영과 교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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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상현과 달리 정해영은 한 박자 빠른 등판을 이겨내지 못했다. 처음 상대한 타자 전병우에게 적시 2루타를 내주면서 물려받은 주자 두 명이 모두 홈을 밟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렇게 KIA는 너무나도 아픈 재역전패를 허용했다. 필승조는 필승조대로 모두 소모했음에도 손에 남은 것은 4연패 뿐이었다.

허무할 수밖에 없는 KIA다. 하지만 더 슬픈 소식은 아직도 위기가 남았다는 것. KIA가 대체 외국인 토마스 파노니를 데려오면서 로니 윌리엄스를 웨이버 공시했다. 그리고 그 비어있는 턴이 SSG와의 첫 경기다. 김종국 감독은 30일 경기 전에 “장현식이 빠지는 바람에 불펜데이는 쉽지 않다. 아무래도 대체 선발로 가야할 것”이라 전한 대로 선발 투수 김도현을 예고했다.

김도현은 올시즌 KIA가 한화 이글스와의 트레이드로 데려온 예비 선발 자원이다. 하지만 아직 1군에서 경쟁력이 있는 투수라 보긴 힘들다. 앞으로 시간을 두고 성장시켜야 할 미래 자원이라고 보는 편이 적절하다.

그렇기에 김도현 카드로 선두 SSG를 상대해야하는 KIA를, 팬들은 걱정어린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됐다. 어느 팀보다 찬란한 5월(18승 8패)을 보냈던 KIA지만 지난 6월은 10승 1무 13패를 남기며 벌어놨던 승수를 많이 잃어버렸다.

더 높은 곳이 눈에 아른거렸던 KIA지만 이제는 5위 kt 위즈의 추격에 4위 자리도 흔들거리게 됐다. 전날 박병호의 연타석 홈런을 앞세워 승리한 kt는 단 2경기차로 맹렬히 KIA를 쫓고있다. KIA의 얼마 남지 않은 전반기가 생각보다 너무 고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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