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역대급 철퇴가 내려졌던 음주운전 사고가 생긴 지 불과 5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또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했다. 구단이든 선수든 협회든 모두가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지만 공허한 외침이었다.

배강률. ⓒKBL
배강률. ⓒKBL

프로농구 원주 DB는 27일 구단 공식 SNS를 통해 "지난 주말 배강률이 음주운전 사고 직후 구단에 자진신고를 해왔고 현재 경찰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DB는 조만간 상벌위원회를 개최해 배강률의 징계 절차를 진행한다. KBL 또한 오는 28일 오전 11시 논현동 KBL 센터에서 제27기 제5차 재정위원회를 개최해 배강률의 음주운전 사고에 대해 심의할 예정이다.

농구 팬들로 하여금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소식이다. 지난 1월 당시 서울 삼성 썬더스 소속이던 가드 천기범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천기범은 운전자 바꿔치기까지 시도하며 죄질이 매우 좋지 못했고 결국 KBL로부터 54경기 출전정지, 제재금 1000만원, 봉사활동 120시간의 징계를 받았다. 지금까지 있었던 KBL발 음주운전 사건에 내려진 징계 중 가장 무거운 징계였다.

천기범. ⓒKBL
천기범. ⓒKBL

삼성 구단 또한 자체 징계를 더하기 위해 나섰고 그 징계의 무게가 꽤 높자 결국 천기범은 선수 은퇴를 선언했다. 그만큼 음주운전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달라졌다.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여러 사례들을 통해 모든 국민들이 절실히 느끼고 있다.

그런 와중에 불과 5개월 만에 또 음주운전 사건이 터졌다. 앞으로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할 범죄 행위이기에 그 간격이 길고 짧음을 논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긴 하다. 하지만 짧은 시간만에 범죄 행위가 재발한 것을 보고 있노라면 팬들로 하여금 모두가 힘줘 말했던 '재발방지'가 빈 허울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그리고 하필이면 프로농구가 예전의 농구 인기를 회복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애쓰고 있는 가운데 터진 악재라는 점에서 더욱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한국 농구 국가대표팀은 오는 7월 12일부터 24일까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2022 FIBA 아시아컵 대회를 펼친다. 지난 1997년 이후 역대 세 번째 정상을 노리는 추일승호다.

평가전을 마치고 인사를 건네는 농구 대표팀. ⓒ스포츠코리아
평가전을 마치고 인사를 건네는 농구 대표팀. ⓒ스포츠코리아

대회를 앞둔 대표팀은 지난 17~18일 이틀에 걸쳐 안방인 안양실내체육관에서 필리핀 농구 대표팀과 평가전도 진행했다. 대표팀은 1,2차전 모두 명승부를 펼치면서 농구가 가진 묘미와 재미를 팬들에게 선사했다. 에이스로 발돋움한 허웅·허훈 형제는 물론 역대급 재능으로 평가받는 고려대 소속 여준석까지 존재감을 과시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틀 모두 수많은 팬들이 안양을 찾아오면서 죽어있던 농구 열기에도 서서히 불이 붙는 듯 보였다.

그런데 갑작스레 기다리지 않던 소식이 농구계를 찾아왔다. 그것도 종목을 불문하고 협회와 선수들의 명성과 이미지에 심대한 타격을 주는 음주운전이다. 이를 가만히 좌시할 수는 없다. 

KBL은 김희옥 총재의 취임 당시 "공적 인물인 프로 선수들의 윤리문제, 특히 음주 운전, 약물 복용, 승부 조작, 폭력 등에는 철저히 무관용 원칙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에 따라 배강률 또한 철퇴를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이번만큼은 '재발방지'가 공허한 외침으로 끝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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