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1987년생의 괴물. 류현진(35·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또 한 번 선수생명을 건 수술을 받았다. 찾아왔던 위기를 항상 이겨내고 우뚝 섰던 그지만 이번 만큼은 쉽지 않아보인다. 쌓여버린 세월과 함께 그동안 희노애락을 함께 했던 그의 왼팔도 삐그덕거린다.

ⓒ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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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매체 스포츠넷은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간) “토론토 구단의 발표에 따르면 류현진이 토미 존(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12~18개월의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을 찾아온 4번째 수술이다. 첫 수술은 지난 동산고 2학년 시절이던 지난 2004년에 치렀다. 1학년부터 팀의 에이스였던 류현진은 당시 미추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준결승까지 4경기 연속 출전해 팀을 결승까지 이끄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그 후유증이었을까. 결국 팔꿈치에 무리가 생겨 생애 첫 토미 존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결국 그 수술에 대한 우려로 인해 지역 연고팀인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의 1차 지명을 이재원에게 넘겨줬다. 2차 지명에서도 1순위 지명권을 가진 롯데 자이언츠가 류현진을 건너뛰고 나승현을 지명한 끝에, 그는 2순위로 한화 이글스 지명을 받았던 것이다.

그리고 류현진은 KBO리그를 그야말로 폭격했다. 데뷔를 알린 2006시즌 18승 6패 1세이브 201.2이닝 204탈삼진 평균자책점 2.23으로 트리플 크라운(다승, 탈삼진, 평균자책점)에 성공했다. 고졸 신인이 200이닝-200탈삼진을 넘긴 것은 그가 최초였다. 아울러 류현진은 신인왕과 MVP를 모두 석권하며 전설의 시작을 알렸다. 

ⓒ스포츠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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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한국 야구를 이끄는 대표 좌완으로 리그를 평정한 류현진은 2012시즌을 끝내고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LA 다저스와 6년 3600만달러에 계약을 맺고 미국으로 향했다. 그리고 2013~2014시즌 2년 연속 14승을 거두며 순항하던 류현진에게 2015년 두 번째 시련이 찾아왔다.

시즌이 시작하기도 전부터 잡음이 나오던 어깨 통증이 결국 그의 발목을 잡았다. 결국 그해 5월 재기 가능성이 7%에 불과하다는 왼쪽 어깨 관절와순 봉합 수술을 받았다. 시즌을 통째로 거른 그는 힘겨운 재활의 시기를 보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6년 피나는 노력 끝에 빅리그 마운드에 한 차례 올랐지만 다시 팔꿈치 통증으로 부상자명단에 올라갔다. 그리고 결국 그해 9월 야구인생 3번째 수술을 받기에 이르렀다. 그는 그렇게 팔꿈치 괴사조직 제거 수술과 함께 시즌 아웃되고 말았다. 

류현진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가 부상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2번의 시즌을 전부 날려버린 투수였기 때문. 하지만 류현진은 서서히 경기력을 끌어올리더니 2019시즌에 보란듯이 눈부시게 날아올랐다. 그는 14승 5패와 함께 평균자책점 2.32를 찍었는데 그 수치는 빅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부문 1위에 해당했다.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의 기록을 쓴 류현진은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오르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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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활약을 인정받은 류현진은 지금의 소속팀인 토론토와 4년 8000만달러 규모의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토론토와 함께한 첫 2020시즌(코로나19로 인한 60경기 단축시즌)은 5승 2패 평균자책점 2.69을 기록하며 만족스런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이내 성적이 하락세에 빠지며 우려 섞인 분석을 받아들여야만 했던 류현진이다. 그리고 결국 올시즌 다시 악몽 같은 부상이 찾아왔고 등판-부상자명단행을 반복한 끝에 생애 두 번째 토미 존 수술까지 이르게 됐다.

올시즌을 치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 그가 걱정해야 할 것은 토론토와의 계약 마지막 해인 2023시즌이다. 재활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내년 후반기 쯤 돌아올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 만 37세를 바라볼 베테랑 투수의 왼팔이 재활 속도를 따라가 줄 수 있을지, 돌아온다 해도 예전의 구위를 회복할 수 있을지에 의문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그의 메이저리그 커리어는 그렇게 마감될 수도 있다. 부상과 수술로 자리를 비운 그에게 과감한 베팅을 할 수 있는 팀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정론. 

KBO리그를 포함해 프로 통산 16번째 시즌을 맞이한 류현진은 누적 2272.1이닝을 던졌다. 그리고 그동안 그의 왼팔은 총 4번이나 수술대에 올랐다. 한국 최고의 좌완으로 기억될 류현진이 과연 이번 고비를 넘겨낼 수 있을까. 선수 생활 후반기를 향해 가는 류현진에게 비상등이 들어온 것은 사실이다. 그가 거짓말처럼 이 시련을 이겨내길 많은 야구팬들이 소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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