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바리스타가 커피 내리는 ‘라운지엑스’
마포·제주·세종·분당 이어 ‘에버랜드’ 오픈
“균일한 커피 맛 가능해…배달 로봇 개발 중”

라운지엑스 에버랜드점 바리스타 로봇 '바리스'. 사진=라운지랩 제공
라운지엑스 에버랜드점 바리스타 로봇 '바리스'. 사진=라운지랩 제공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다양한 놀이공원과 먹거리가 가득한 에버랜드에서도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장소가 있다. 바로 로봇 카페 ‘라운지엑스’다. 카페 밖에서는 아이스크림 로봇 ‘아리스(ARIS)’가 아이스크림을 제공하고, 안에서는 로봇 바리스타 ‘바리스(BARIS™)’가 분주하게 드립커피를 내린다. 사람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서 로봇이 움직이는 이색적인 광경에 많은 이들이 발걸음을 멈췄다.

라운지엑스를 운영하는 ‘라운지랩’은 인공지능, 로보틱스, 블록체인 같은 신기술을 활용해 공간의 가치를 증강시키는 서비스 로봇 스타트업이다. 현실의 문제점에 ‘기술’을 적용해 일상을 편리하게 바꾸겠다는 것이 회사의 모토(motto)다. 일상 중에서도 음식, 그중에서도 ‘커피’가 그 시작이 됐다.

창업주인 황성재 대표는 “로봇 카페지만 아날로그적인 회사”라고 라운지랩을 소개했다. 커피를 내리는 반복적인 일은 로봇이 하게 두고, 직원은 고객을 응대하고 소통하는 업무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라운지엑스는 로봇이 존재하는 최첨단 매장임에도 아이러니하게 키오스크가 없다. 주문을 받고, 커피를 건네는 등 고객과 대면하는 일은 ‘사람’이 한다.

황성재 라운지랩 대표. 사진=임현지 기자
황성재 라운지랩 대표. 사진=임현지 기자

외식 등 식음료 경험에 로봇이 등장한 것은 몇 해 되지 않는다. 레스토랑 내 서빙 로봇과 치킨을 튀기는 로봇이 등장해 서서히 대중화되고 있다. 몇몇 회사가 ‘로봇 카페’라는 이름으로 점포를 냈지만, 사실상 머신이 내린 커피를 전달만 하는 서빙 로봇에 가깝다는 평이 있다.

라운지랩은 로봇이 ‘맛’에 직접 관여한다. 바리스에 각 원두에 맞는 최적화된 핸드드립 알고리즘을 적용, 언제나 변하지 않는 균일한 맛을 제공한다. 이를테면 ‘에티오피아 모모라 내추럴 G1’ 원두는 ‘스파이럴 푸어오버 알고리즘’으로 커피를 내린다. 모모라의 화사하고 다중적인 맛을 살리기 위해 추출 초반에 물줄기를 굵고 빠르게 나선형으로 움직이는 알고리즘이 적용됐다.

아이스크림 브랜드인 ‘브라운바나’의 로봇 '아리스' 역시 정밀하고 일관된 품질의 아이스크림을 만든다. 인사를 하거나 춤을 추는 등 고객에게 색다른 재미까지 선사하는 것은 덤이다.

에버랜드 라운지엑스 아이스크림 로봇 '아리스' 사진=임현지 기자
에버랜드 라운지엑스 아이스크림 로봇 '아리스' 사진=임현지 기자

라운지엑스는 현재 서울 마포, 분당 두산타워, 제주 애월 등 전국에 총 7개의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세종시에는 드라이브스루(DT) 점으로 운영되며, 잠실 롯데월드에는 브라운바나가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3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를 앞두고 에버랜드점이 오픈했다. 바리스와 아리스가 함께 있는 매장이다. 가족 단위 고객이 몰려드는 주말에도 거뜬하다. 바리스가 척척 드립커피를 브루잉하면, 직원은 이를 고객에게 전달하기만 하면 된다.

라운지랩은 건물 엘리베이터를 오르내리며 식음료를 배달하는 인 빌딩 딜리버리(IN-building delivery) 로봇 또한 개발 중에 있다. 회사는 ‘커피가 필요할 때 막내 직원이 아닌 로봇이 대신해 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기술로 구현한다.

황 대표는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서 “로봇을 통해 커피 경험을 극대화하는 것이 1차 목표라면, 이를 반복하면서 좋은 기술을 누적시켜 단단한 기술력을 갖추는 것이 2차 목표”라고 말했다. 기술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사람의 일상 속에 적용하겠다는 목표가 뚜렷했다. 황 대표와 함께 라운지랩의 시작과 현재,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황성재 라운지랩 대표. 사진=라운지랩 제공
황성재 라운지랩 대표. 사진=라운지랩 제공

-라운지랩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석·박사 과정을 지나오며, 많은 기술들이 활용될 수 있는 현장이 아닌 연구소에서만 진행되는 걸 보면서 아쉬움이 있었다. 학창 시절부터 대학원 시절까지, 그리고 다양한 창업과 VC 경험을 지나오며, 실제 고객을 만날 수 있는 환경에서 기술이 활용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를 바탕으로 서비스 로봇 회사인 ‘라운지랩’을 창업하게 됐다.

-라운지랩을 알게 된 후 가장 먼저 떠올렸던 생각은 바로 ‘이 회사, 로봇회사야? 식품회사야?’였다. 로보틱스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인데 식음료에도 진심 같아 보였다. 많은 사업 중에 식음료와의 결합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목표였다. 한국은 세계 3, 4위 커피 소비 국가고, 카페는 그만큼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 공간 중 하나다. 누구나 손쉽게 방문하고 이용할 수 있는 리테일 공간에 로봇 자동화 기술을 어색하지 않게 접목시키고자 했다.

카페는 어렵지 않게 방문할 수 있으면서도 세련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고객들도 처음 보는 다양한 기술들을 어렵지 않게 받아들이고, 또 그에 따른 피드백도 손쉽게 전달할 수 있다.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을 만들고자 하는 라운지랩 매장을 직접 운영하면서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물론 기술 개발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비교적 정량화된 제조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바리스타 로봇을 처음으로 선보인 이유가 될 수 있다. 로봇은 다양한 재료를 손맛에 따라 배합해야 하는 국밥과 같은 메뉴보다 커피를 컨트롤하기에 더 적합한 면모가 있다는 의미다.

-로봇이 만들어주는 드립커피의 장점은 무엇일까.

로봇 드립커피의 장점은 균일한 퀄리티와 즐거운 콘텐츠에 있다. 로봇 바리스타 ‘바리스’는 숙련된 바리스타가 원두의 특성에 맞는 교반 방식을 연구하여 디자인한 고유의 드립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핸드드립 커피를 제조한다. 클라우드에 저장된 시그니처 알고리즘은 시간과 지역에 관계없이 항상 동일한 커피 경험을 제공한다.

핸드드립 커피의 경우 바리스타에 따라 커피 맛이 달라지는 한계가 있었지만, 로봇은 항상 일관된 커피 맛을 유지할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 서울이나 제주나 어디서든 동일한 맛의 드립커피를 즐길 수 있다.

물론 즐거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카페는 단순히 음료를 마시는 공간을 넘어서, 공간의 분위기와 콘텐츠를 즐기는 장소로 변화했다. 로봇 바리스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메뉴, 제조 과정, 브랜드 등을 소개할 수 있거나, ‘춤추기’, ‘인사하기’ 등 모션이 가능해 고객과 소통하는 듯한 감각적인 즐거움을 제공한다.

바리스타 로봇 '바리스'가 드립커피를 내리고 있다. 사진=임현지 기자
바리스타 로봇 '바리스'가 드립커피를 내리고 있다. 사진=임현지 기자

-로봇이 만드는 커피가 드립커피 특유의 ‘바리스타 감성’을 훼손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계획이 있을까.

로봇도 사람 바리스타와 동일한 프로세스로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기 때문에, 특유의 ‘바리스타 감성’은 여전히 유지된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3~5분 가량의 핸드드립 과정을 보는 것 자체가 콘텐츠로 받아들이는데, 이 과정을 로봇이 진행하기 때문에 더욱 신기하고 재밌게 다가온다.

로봇은 핸드드립 과정을 대신 수행해주기 때문에 바리스타에게 시간적 리소스를 제공한다. 이 여유시간을 활용해 바리스타는 고객 대면 서비스에 조금 더 많은 리소스를 할애할 수 있다. 바리스타는 고객에게 맞는 원두를 추천하거나 소개하는 등 인간적인 교감에 집중할 수 있어 고객 만족도는 더 높아질 수 있다.

e-book이 생겼다고 해서 책이 없어지지 않듯이, 로봇 커피라는 게 모든 시장을 다 장악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일종의 장르가 된 거다. 커피 시장의 5~10%는 이런 로봇이 타주는 것을 즐기는 시대가 된다고 본다.

-로봇이 등장할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지만, 로봇이 바리스타 일자리를 뺏는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라운지랩은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더 편하게 도와주기 위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우려가 많지만, 실제 현장에는 일손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훨씬 크다. 카페는 고객이 몰리는 피크 타임이 있는 업종이다.

고객이 몰리는 피크 타임에만 많은 인력이 필요한데, 막상 단시간에만 일해줄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 또 직원을 구하더라도, 파트 타임 직종 특성상 가볍게 그만두기도 한다. 매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인력을 관리하는 데 드는 리소스가 굉장하다.

‘로봇 알바생’은 이런 고민의 해결책이 돼줄 수 있다. 로봇은 고객에게도 위생적이고 균일한 커피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운영주에게도 균일한 업무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로봇이 좀 더 인간적인 환경에서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다. 여름의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일은 사람보다는 로봇이 하는 것이 좀 더 인간적이지 않나. 고된 반복 노동은 로봇이 대신해 주기 때문에, 사람은 메뉴 개발과 같은 창의적인 업무나 고객과 교감하는 커뮤니케이션 업무와 같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할 수 있다.

라운지엑스 에버랜드점 아이스크림 로봇 '아리스'가 춤을 추고 있다. 사진=라운지랩 제공
라운지엑스 에버랜드점 아이스크림 로봇 '아리스'가 춤을 추고 있다. 사진=라운지랩 제공

-기존 로봇팔로 움직이는 무인 로봇카페와 차이점은 무엇일까.

유리창 안에 들어가 있지 않고 사람이 보이는 바로 앞에서 로봇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자판기처럼 커피를 내려서 고객에게 전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협동하는 구조다. 로봇의 효과를 가장 많이 보는 것은 소비자가 아니라 매장 직원들이다. 매장 직원들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기능을 바탕으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로봇이 음료나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나서 춤을 추는 기능도 포함돼 있다. 음료나 아이스크림을 제조하는 부분과 상관없이 고객들을 위한 하나의 콘텐츠를 적용한 것이다. 매장에 방문한 고객들의 리뷰를 보면 ‘로봇이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주고 인사해줬다’ 등의 반응이 있다.

로봇은 계속 진화한다. 지금 매장 오픈 후에도 거의 100여번 업데이트를 했다. 춤추는 기능도 없었다가 생겼다. 소프트웨어 기반 업데이트가 갖는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컵을 넘어뜨려도 스스로 판단해 잡게 만드는 식으로 발전해갈 예정이다.

-어떤 회사로 나아가고 싶은가.

‘일은 로봇에게 시키고 사람은 쉬자’가 회사의 비전 중 하나다. 식음료 시장에서 소상공인들은 주말에도 일하며 하루 업무량이 14시간이라는 통계도 있다. 어렵고 반복적인 일은 대신해주고, 직원은 소비자와 소통하는데 집중하도록 만들어 주는 게 우리 사업의 본질이다.

또 하나는 기술을 바탕으로 공간 가치를 확장시키는 것이다. 작은 4평짜리 공간이라도 로봇이 들어가게 되면 사람이 혼자 일하는 것보다 많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배달 로봇을 개발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세 번째는 카페 등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는 리테일 공간에서 먼저 시도를 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이다. 로봇커피 등 리테일 공간에서 쌓인 실증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후 집안일을 도와주는 로봇까지 만드는 게 목표다.

-스타트업에 도전하고자 하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창업이라는 과정은 보람차고 성장하는 계기도 되고 성공하면 부와 명예를 안겨주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고통스럽다. 큰 배를 항해하기 위해 모두에게 서운한 사람이 되기도 하고, 함께하던 사람이 떠나기도 하는 만큼 정신적으로 강직함이 필요하다.

그런 과정이 있음을 알고도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창업을 적극 권한다. 각 분야 인재들이 더이상 대기업만 바라보진 않는 것 같다. 좋은 벤처캐피털이나 투자자들이 초기 자금을 대주기도 한다. 예전보다는 창업하기 좋은 시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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